산업 일반
68년 동성제약, 경영권 분쟁·법정관리·상장폐지 위기 ‘삼중고’
- 오너 2세-조카 대표 갈등 불씨
9월 12일 임시주총, 경영권 향방 분수령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복통약(지사제) ‘정로환’으로 잘 알려진 동성제약이 1957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렸다. 창업주 일가 간의 경영권 분쟁과 재무 위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돌입에 이어 상장폐지 위기까지 겹치며 창립 68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한때 국내 대표적 중견 제약사로 자리 잡았던 회사는 이제 회생계획안 인가와 임시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될 운명에 놓였다.
오너 일가 내홍과 경영권 분쟁
동성제약의 내홍은 창업주 고(故) 이선규 회장의 아들 이양구 전 회장과 조카인 나원균 현 대표 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이 전 회장은 2024년 10월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경영권을 나 대표에게 넘겼지만, 이후 회사 재무 악화와 경영 판단을 두고 갈등이 불거졌다.
특히 이 전 회장이 올해 4월 자신이 보유한 14.12%의 지분을 마케팅업체 브랜드리팩터링에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하면서 분쟁이 본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기존 주식 양도 계약을 무시하고 제3자에게 매각한 ‘이중 매매’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이 회장 측은 “현 경영진이 불리한 조건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경영을 어렵게 했다”며 사실상 경영 복귀를 선언했다.
나 대표 측은 “전 경영진의 무리한 자금 계약이 경영 악화의 원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사전 협의 없는 매각”이라며 이 전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고 유상증자와 교환사채(EB) 발행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섰으나, 이 전 회장 측의 가처분 신청으로 경영권 확보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동성제약은 오랜 기간의 영업 적자와 재무구조 악화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어왔다. 지난 2018년 이후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이 악화된 상태다. 회사는 2023년 잠시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2024년 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 전환했다.
동성제약은 수년간 이어진 영업 적자와 재무 악화 속에 결국 2025년 5월 약 1억원 규모의 어음 결제 불이행으로 1차 부도를 맞았다. 회사는 이튿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은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자산이 묶이면서 부도는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현재까지 누적 15건, 약 46억원 규모의 어음 부도가 발생하며 회사 신뢰도는 크게 흔들렸다. 법원은 지난 6월 23일 회생절차 개시를 인가하고, 나 대표와 외부 인사 김인수씨를 공동관리인으로 선임했다. 회사는 오는 10월 13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경영권 분쟁과 법정관리 상황은 상장 적격성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거래소는 횡령·배임 혐의와 불성실 공시를 문제 삼아 동성제약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렸고, 최근 기업심사위원회는 개선 기간을 2026년 5월 13일까지로 부여했다. 이 기간 지배구조 개선과 재무구조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거래소는 이미 회사에 대해 벌점 8.5점과 과태료 8500만원을 부과했다. 관리종목 지정은 물론, 개선 실패 시 퇴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동성제약의 핵심 신약 ‘포노젠’과 화장품 사업부 분사 권한이 포함된 이 전 회장의 지분 매각 계약도 최근 논란이 됐다. 이 전 회장은 지난 4월 보유 중이던 동성제약 지분 368만주(14.12%) 전량을 소연코퍼레이션에 매각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가는 주당 3256원, 총 120억원 규모다. 체결 7일 만에 소연코퍼레이션은 매수인 지위를 브랜드리팩터링에 승계했다.
해당 계약에는 이 전 회장이나 지정한 제3자가 포노젠 사업과 화장품 사업을 동성제약에서 분리해 직접 인수할 수 있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포노젠은 동성제약이 수년간 투자해 온 광역학치료(PDT) 기반 항암 신약 후보물질로, 임상 2상 진입을 앞둔 핵심 성장 동력이다. 일각에서는 만약 포노젠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기업과 주주 가치 모두 심각한 훼손을 입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동성제약의 장기 성장 기반이 사실상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법정관리·상폐위기…핵심 자산 사유화 논란도
그러나 이 전 회장 측은 경영권을 다시 가져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 회장은 오는 9월 12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진입을 노리고 있다. 임시주총 안건에는 이 전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이 상정돼 있다. 임시주총은 지난 7월 서울북부지방법원이 브랜드리팩터링 등의 요구를 인용한 데 따른 것이다.
양측의 공방이 지속되는 가운데, 동성제약 최대주주인 브랜드리팩터링은 주주 가치 보호를 위해 거래재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브랜드리팩터링은 임시주총에서 거래정지의 주된 이유인 현 경영진을 전원 사임시킨다는 방침이다. 주주 가치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임시주총에 상정한 안건 모두 원안대로 통과시켜 거래정지 해소와 경영 정상화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브랜드리팩터링 관계자는 “실제 회생절차 과정에서 감자(자본감소) 등을 활용해 경영권을 방어한 사례도 존재한다”면서 “순자산 약 600억원 규모의 상장사가 1억원 어음 부도를 이유로 회생을 신청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이며, 현 경영진이 회생 절차를 이끄는 ‘관제인’으로 남아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동성제약의 향방은 ▲오는 10월 제출할 회생계획안 실현가능성 ▲70% 이상을 보유한 소액주주 표심 ▲내년 5월까지 주어진 상장 유지 개선 기간 등의 변수에 달려 있다. 핵심 자산 이전 여부와 경영 정상화 방안, 주주총회 결과 등이 맞물려 회사의 생존이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성제약 사례는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어떻게 기업 가치 훼손과 시장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며 “향후 소액주주와 채권단의 선택, 그리고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가 회사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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