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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할머니 간식 아니죠”…변신하는 ‘쌀 과자’

[밥그릇 넘어선 ‘쌀’] ③
국내 쌀 과자 시장 1000억원 규모 추정
밀·옥수수 스낵 비교해 성장 잠재력 풍부

쌀 과자의 역사는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다. 국내에서 쌀 과자 제품의 시판은 1987년 ‘기린’이 쌀을 원료로 만든 과자인 ‘쌀로별’과 ‘쌀로본’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크라운제과의 ‘참쌀’, 롯데웰푸드의 ‘쌀로별’, 농심의 ‘조청유과’ 등이 줄줄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롯데웰푸드의 쌀로별 제품. [사진 롯데웰푸드]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한국인의 주식인 쌀은 단순히 밥을 짓는 재료라는 옛 인식에서 벗어나 과자 등 다양한 식품의 주재료로서 그 활용처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높아진 건강에 대한 관심과 K-콘텐츠 열풍이 맞물리면서 쌀을 활용한 가공식품도 지속해서 출시되고 있다. 쌀을 활용한 ‘과자’가 대표적인 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쌀 과자 시장은 1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스낵시장 규모인 1조6000억원에 비해 작지만 밀·옥수수·감자 스낵이 각각 5000억원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시장이다. 대표적으로 쌀로 만든 전통 과자류는 강정류가 있다. 강정은 정월 음식의 대표적인 품목이며 모든 연회나 제사, 손님 접대에 반드시 쓰이는 품목이다. 강정은 찹쌀가루를 술로 반죽해 발효시킨 후 반죽을 성형하는 방법에 따라 명칭이 달라진다. 강정류를 상업화한 것이 바로 ‘쌀 과자’다.

강정류에서 상업화까지 40여 년…“성장 잠재력 풍부”

쌀 과자의 역사는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다. 국내에서 쌀 과자 제품은 1987년 ‘기린’이 쌀을 원료로 만든 과자인 ‘쌀로별’과 ‘쌀로본’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크라운제과의 ‘참쌀’, 롯데웰푸드의 ‘쌀로별’, 농심의 ‘조청유과’ 등이 줄줄이 나왔다. 과거 국내에서 쌀은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 및 이용됐으나, 상업화가 가능할 만큼 공급이 충분하지 않았다. 과거 일제 강점기 이후 쌀 문화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면 일제 강점기부터 1950년대까지 식량 절대 부족기로 이 시기는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최저수준의 생리적 욕구를 채우기에 급급할 정도였다. 이후 1960년대는 혼·분식 장려기로 쌀소비 억제 정책과 함께 식량 증산 정책을 추진하던 시기다. 1970년대는 쌀 자급 달성기로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가 보급되면서 쌀 생산량이 증가해 1976년에는 드디어 쌀 자급이 가능하게 됐다.

이후 쌀 자급의 단계를 넘어 쌀 재고량이 생성되기 시작했고 1980년대는 고도의 경제성장과 급격한 산업화 등에 따라 식품에서도 서구식 식생활이 들어오는 쌀 문화의 변화기다. 1990년대 이후 쌀 문화의 안정기로 접어들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격한 서구 지향적 식습관이 퍼지며 쌀 소비가 지속해서 감소하게 됐다.

쌀의 재고량이 증가함에 따라 정부의 관리 비용이 증가했고 이에 정부의 양특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재고미를 가공식품용으로 소비를 확대하면서 쌀 가공 산업이 성장하게 됐다. 현재 쌀 가공식품으로 이용되고 있는 양은 총 생산량의 약 2~3% 수준으로 이는 일본의 쌀 생산량 기준 13~15% 수준에 비해 우리나라 쌀 가공식품은 아직 초보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크라운제과 '참쌀' 제품. [사진 크라운제과]

쌀 이용 가공 제품 개발 및 투자 활발


현재 쌀 과자 시장은 참쌀(20% 초반), 쌀로별(15% 내외), 조청유과(10% 초반) 등이 유명하지만 밀·옥수수·감자 스낵 시장과 달리 매출 5000억원을 넘는 ‘빅 브랜드’는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쌀 과자 시장의 잠재력이 풍부한 만큼, 향후 쌀 과자가 제공하는 건강상의 이점과 식물성 식단의 소비 증가가 시장의 성장을 더욱 촉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소비자들은 쌀 과자와 같은 건강한 옵션의 다양한 스낵을 점점 더 많이 찾고 있으며, 특히 글루텐에 민감하고 셀리악 질병이 있는 사람들은 건강한 간식 옵션으로 글루텐이 없는 ‘글루텐 프리’ 쌀 과자를 섭취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통곡물 쌀 과자의 경우, 아연·철·마그네슘이 포함돼 있어 건강한 세포를 위한 항산화 식물화학 물질과 에너지를 위한 복합 탄수화물 또한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쌀 과자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오리온 베트남 법인이 개발해 현지 출시한 쌀과자 ‘안’(An·安)이 현지에서 지난 9월 기준, 누적 매출 1400억원을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오리온은 쌀과자 시장 진출을 베트남 법인의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삼고 2년여 간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차별화된 제품 생산을 위해 주재료인 쌀을 찾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

동남아 지역에선 주로 재스민 품종 쌀을 많이 먹지만, 안은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의 자포니카 품종을 사용한다. 특히 수확한 지 6개월, 도정한 지 한 달 이내의 신선한 쌀을 엄선해 쓴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제조 공정에서도 바삭한 식감과 구수한 쌀 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직접 불에 굽는 방식을 도입했다.

오리온은 베트남에서의 인기를 발판 삼아 안을 몽골과 캄보디아·필리핀·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도 선보였다. 향후 미얀마,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등 수출국을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구운쌀칩’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바 있다. 기존 인기 제품에 우리쌀을 넣어 국내 농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사회 공헌 사업을 진행하는 브랜드도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2010년 농협과 손을 잡고 ‘우리쌀 빼빼로’를 출시하기도 했다. 제품은 막대과자에 쌀가루와 뻥쌀을 화이트초콜릿과 함께 입혀 쌀 특유의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일반 빼빼로보다 크기가 큰 ‘빅 빼빼로’로 낱개의 빼빼로가 1봉씩 포장돼 있다.

이처럼 식품업계는 쌀 과자 제품 개발 및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해마다 남아도는 쌀의 소비를 안정적으로 촉진하고 농가와 상생협력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다. 정부의 쌀 소비 촉진 기조에 부응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쌀 가공식품 활성화에 힘쓰는 모양새다. 최근엔 CJ제일제당, 농심 등을 필두로 식품업체들이 쌀을 이용한 가공 제품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어 앞으로 쌀 과제 제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및 품질 중심의 소비자 욕구에 맞는 새로운 타입의 쌀과자가 개발돼야 할 것”이라며 “쌀 과자의 다양한 개발을 위해서는 밀가루와 같은 중간 소재 형태의 쌀 분말 제품의 생산이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있어 쌀은 식품이기에 앞서 하나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며 “쌀의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우리나라의 쌀 가공산업이 하나의 쌀 문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사업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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