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빠진 한은, 하반기에 금리 올릴 수 있을까
[인플레이션 고착화된다]② ‘고물가 장기화’ 우려 가능성 확대
한은 ‘물가 안정 vs 금융 안정’ 놓고 추가 금리 인상 고심
전문가들 “진작에 기준금리 3.75%까지 올렸어야”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고물가 고착화’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물가 안정 최전선에 있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카드는 시장에서 여전히 ‘비현실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가와 함께 가계부채가 함께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고착 전조현상, 곳곳서 발견
고물가가 고착화되는 전조 현상은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1.16(2015년 수준 100)으로 7월보다 0.9% 상승하며 두 달 연속 올랐다. 8월 상승폭은 지난해 4월(1.6%) 이후 가장 높았다.
생산자물가는 보통 한 달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 이에 생산자물가지수 상승은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증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8월 수입 물가도 전월 대비 4.4% 올라 1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바 있다. 이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4%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월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이 같은 고물가 요인으로는 올 여름 나타난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점과 함께 전기요금과 같은 공공요금 인상, 또 국제유가 고공행진 등이 꼽힌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8월 평균 배럴당 86.46달러로 전월보다 7.5% 급상승했다. 이에 국제유가가 국내 물가 오름세에 부채질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런던국제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는 지난 9월 19일,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95달러를 넘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결정으로 공급 부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배럴당 100달러 돌파 전망도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까지 낮아진 영향에 대해 “국제유가의 기저효과로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개인 서비스업 및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 둔화가 이어진 데 주로 기인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 설명대로라면 최근 국제유가가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향후 국내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물가 뛰는데 기준금리는 제자리
소비자물가가 연말까지 3~4%대를 등락하고 이후 전망도 불확실하지만 한은 기준금리는 멈춰 선 상황이다. 한은은 올해 2월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한 이후 5차례 연속 동결했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금통위의 금리 동결 조치에 대해 주요국 통화정책과 경기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가계부채 흐름 전망 관찰 등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 총재가 말한 이유들은 갈수록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이 지속되면서 한은만 동결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특히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추이를 보면 8월에만 6조9000억원 증가하며 25개월 만에 최대 증가 규모를 기록했다. 월별 가계대출 증가 규모를 보면 ▲4월 2조3000억원 ▲5월 4조2000억원 ▲6월 5조8000억원 ▲7월 5조9000억원 등으로 증가세를 키웠다. 사실상 가계대출 연착륙 기대감이 사라진 모습이다.
또 물가까지 들썩이며 더 이상 기준금리 동결만이 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한은은 물가 안정과 더불어 금융 안정까지 챙겨야 하는 입장이라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계속 올라 기업 빚 부담도 커지며 추가 금리 인상이 자칫 국내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9월 19일(현지시간) 내놓은 중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1.5%, 내년은 2.1%로 전망됐다. 전 세계 평균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3.0%, 내년 2.7%다.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전 세계 평균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은이 섣불리 기준금리를 높여 경제 부담을 키우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3.75%로 미리 올렸어야 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기회를 놓쳤다고 보고 있다. 올 초까지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며 기준금리를 3.75%까지 만든 뒤 동결했어야 물가 관리가 더 쉬웠을 것이란 주장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 이야기가 나오기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올렸어야 했다”며 “시장이 현 3.50% 금리에 적응하는 분위기가 이어져왔음에도 한은은 금리 동결을 지속해 온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추가 금리 인상이 경제 충격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물가가 오르는) 이 상태로 기준금리를 지속하기는 힘들 수 있다”며 “금리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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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고착 전조현상, 곳곳서 발견
고물가가 고착화되는 전조 현상은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1.16(2015년 수준 100)으로 7월보다 0.9% 상승하며 두 달 연속 올랐다. 8월 상승폭은 지난해 4월(1.6%) 이후 가장 높았다.
생산자물가는 보통 한 달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 이에 생산자물가지수 상승은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증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8월 수입 물가도 전월 대비 4.4% 올라 1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바 있다. 이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4%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월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이 같은 고물가 요인으로는 올 여름 나타난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점과 함께 전기요금과 같은 공공요금 인상, 또 국제유가 고공행진 등이 꼽힌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8월 평균 배럴당 86.46달러로 전월보다 7.5% 급상승했다. 이에 국제유가가 국내 물가 오름세에 부채질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런던국제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는 지난 9월 19일,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95달러를 넘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결정으로 공급 부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배럴당 100달러 돌파 전망도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까지 낮아진 영향에 대해 “국제유가의 기저효과로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개인 서비스업 및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 둔화가 이어진 데 주로 기인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 설명대로라면 최근 국제유가가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향후 국내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물가 뛰는데 기준금리는 제자리
소비자물가가 연말까지 3~4%대를 등락하고 이후 전망도 불확실하지만 한은 기준금리는 멈춰 선 상황이다. 한은은 올해 2월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한 이후 5차례 연속 동결했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금통위의 금리 동결 조치에 대해 주요국 통화정책과 경기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가계부채 흐름 전망 관찰 등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 총재가 말한 이유들은 갈수록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이 지속되면서 한은만 동결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특히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추이를 보면 8월에만 6조9000억원 증가하며 25개월 만에 최대 증가 규모를 기록했다. 월별 가계대출 증가 규모를 보면 ▲4월 2조3000억원 ▲5월 4조2000억원 ▲6월 5조8000억원 ▲7월 5조9000억원 등으로 증가세를 키웠다. 사실상 가계대출 연착륙 기대감이 사라진 모습이다.
또 물가까지 들썩이며 더 이상 기준금리 동결만이 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한은은 물가 안정과 더불어 금융 안정까지 챙겨야 하는 입장이라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계속 올라 기업 빚 부담도 커지며 추가 금리 인상이 자칫 국내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9월 19일(현지시간) 내놓은 중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1.5%, 내년은 2.1%로 전망됐다. 전 세계 평균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3.0%, 내년 2.7%다.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전 세계 평균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은이 섣불리 기준금리를 높여 경제 부담을 키우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기준금리, 3.75%로 미리 올렸어야 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기회를 놓쳤다고 보고 있다. 올 초까지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며 기준금리를 3.75%까지 만든 뒤 동결했어야 물가 관리가 더 쉬웠을 것이란 주장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 이야기가 나오기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올렸어야 했다”며 “시장이 현 3.50% 금리에 적응하는 분위기가 이어져왔음에도 한은은 금리 동결을 지속해 온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추가 금리 인상이 경제 충격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물가가 오르는) 이 상태로 기준금리를 지속하기는 힘들 수 있다”며 “금리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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