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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발행 확대에 비우량 회사채 ‘긴장’…채권시장 흔들리나

시중은행, 예금 만기 도래에 채권 통해 자금 조달
회사채 완연한 순상환 기조…대외 불확실성 영향

서울시내 은행 현금인출기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은행채 금리가 4%를 돌파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신용등급이 우량(AA)에 못 미치는 기업(발행사)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초우량채인 은행채에 수요가 몰릴 경우 비교적 매력이 떨어지는 비우량 회사채의 흥행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일반기업 회사채가 완연한 순상환 기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채권 발행을 앞둔 기업들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은행채 발행 확대 및 금리 상승이 비우량 회사채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안정성과 수익성 등 모든 측면에서 비우량 회사채 대비 우위에 있는 은행채에 투자가 몰릴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통계를 보면 지난 20일 은행채(AAA·무보증) 5년물 금리는 4.459%로 지난 4월(3.941%)보다 0.518%p 상승했다. 이는 최근 6개월 중 최고 수준으로 향후 은행채 금리가 4.5%를 넘어서는 등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은행채 금리 상승 흐름이 지속되면서 우세였던 순상환 기조도 순발행으로 전환됐다. 은행채 발행 규모가 상환 규모를 넘어섰다는 뜻으로 시중은행들이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는 8월에 3조7794억 원이 순발행됐다. 이는 지난 5월 9595억원 순발행을 기록한 이후 3개월만이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14일까지 3조1900억원이 순발행됐다. 올해 은행채는 지난 1월 4조7100억원 순상환한 것을 시작으로 ▲2월 4조5100억원 ▲3월 7조410억원 ▲4월 2조6000억원 ▲6월 1조5005억원 ▲7월 4조6711억원 등 순상환을 이어왔다. 

반면 회사채는 발행 규모가 줄어들며 순상환 기조로 전환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통화정책신용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일반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3조4000억원의 순상환을 기록했다. 회사채 발행은 지난 4월 9000억원 순상환으로 전환한 이후 순상환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7월 부터 8월 25일까지도 1조3000억원 순상환을 지속했다.

한은은 금리 측면에서의 회사채 조달 유인 약화와 중장기 자금 수요 감소 등 회사채 시장에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이 순상환 기조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당장 기업의 조달 여건이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대외 요인 등을 고려했을 때 순상환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수신금리를 올려 자금을 조달했던 은행들이 정기예금 만기가 도래하자 적극적으로 은행채 발행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이 영향으로 발행규모와 금리 모두 상승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회사채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비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는 은행채 발행 확대가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존재한다. 회사채가 순상환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은행채 수요 확대 보다는 금리 인상 영향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순상환 기조를 보이는 것은 높아진 금리 영향이 크다”며 “기업들이 저금리 시절에는 2%대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현재는 금리가 5% 이상 상승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영향으로 상당수 기업들이 상환을 통해 이자비용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은행채 발행 확대와 회사채 순상환 기조는 별개의 흐름으로 봐야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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