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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플랫폼 양강의 AI…‘무소식’ 카카오 vs ‘본격화’ 네이버 [기승전-플랫폼]

연초부터 생성형 AI 비전 내놓은 네이버·카카오…“한국 특화” 이구동성
출시 연기 후에도 공개 일정 확정 못 한 카카오…‘신중론’에 우려 확산
생성형 AI 비전 차근히 실현 중인 네이버…B2C·B2B 영역 아울러 성과

‘사람 모인 곳에 돈이 돈다.’ 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시장 원칙’ 중 하나입니다. 숱한 사례와 경험으로 증명된 이 명료한 문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에도 유효한 듯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스마트폰 등장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현실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고, 여전히 돈을 돌게하고 있죠.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을 의미하는 ‘플랫폼’은 ICT 시대를 마주하며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도달하는 ‘종착역’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매력을 높여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플랫폼 기업의 생리를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당신이 머무는 종착역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왼쪽)와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사진 각 사]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8월 기술 콘퍼런스 발표 중)
“10월 이후 파운데이션(기반) AI 모델을 공개할 계획이다.”(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8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중)

2022년 11월 미국 기업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후 촉발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기술 경쟁. 이에 대응하고 있는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의 현 상황을 대변하는 말이다.

네이버는 지난 8월 24일 차세대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를 공개한 후 벌써 다수의 핵심 서비스를 출시했다. 반면 카카오는 당초 올해 상반기로 계획했던 초대규모 AI 모델 공개 시점을 지속해서 미루고 있다.

시작은 같았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연초부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초대규모 AI 모델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구동하는 거대언어모델(LLM)을 ‘한국 시장’에 맞는 형태로 모델을 개발, 챗GPT 등장 후 촉발된 기술 경쟁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겠단 포부를 일찍이 내놓은 바 있다.

챗GPT가 등장한 지 약 1년이 지났다. 네이버는 자체 모델을 기반으로 빠르게 AI 생태계를 꾸리고 있지만, 카카오는 갈수록 빨리 지고 있는 세계 기술 경쟁에 대응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 기업 오픈AI가 2022년 11월 챗GPT를 출시한 후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경쟁이 세계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연초 내놓은 ‘생성형 AI’ 개발 비전

챗GPT는 질문에 유려한 답변을 내놓는 생성형 AI 서비스로 세계 시장을 강타했다. 출시 두 달 만에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억명을 돌파하더니, 최근에는 18억명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챗GPT 등장 후 세계 기술 기업들은 본격적인 생성형 AI 경쟁에 돌입했다. 생성형 AI가 검색·메신저·업무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내 양강 플랫폼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카카오 역시 그간 쌓은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생성형 AI 개발 열풍에 참전을 선언했다. 네이버는 검색을 기반으로, 카카오는 메신저 기능을 통해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해당 서비스는 생성형 AI가 대체할 수 있는 대표적 영역으로 꼽힌다. 챗GPT 등장으로 야기된 사업 위기를 기술력을 기반으로 돌파하겠단 자신감을 양사 모두 일찍이 내비쳤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2월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데뷰 콘퍼런스 무대에 올라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양사는 챗GPT 등장 후 약 3달 만에 별도의 행사를 열고 ‘생성형 AI 개발 비전’을 공개했다. 양사에서 AI 개발을 전담하는 계열사가 행사를 주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으며 시장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네이버는 지난 2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DEVIEW) 2023’를 열고 네이버클라우드가 개발 중인 차세대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의 전반적인 구상을 공개했다. 네이버는 웍스·클로바CIC·파파고·웨일 등 주요 AI 부서를 네이버클라우드에 통합하면서 생성형 AI 서비스 개발의 주요 역할을 맡겼다.

카카오는 AI 전문 연구 계열사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기술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카카오브레인 역시 지난 2월 ‘생각지 못한 질문’(Unthinkable Question with kakaobrain)이란 기업 설명회를 통해 개발 중인 초대규모 AI 모델의 강점을 공개했다.

양사 모두 당시 개발 중인 AI 모델의 특성으로 ‘한국 특화’를 핵심으로 꼽았다. 당시 네이버는 2021년 5월 내놓은 하이퍼클로바를, 카카오는 2021년 11월 선보인 코(Ko)-GPT란 자체 모델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를 한국 시장에 맞게 고도화, 챗GPT 핵심인 ‘자연스러운 대화’ 기능은 고스란히 흡수하고 약점은 보완하겠단 접근이다. 챗GPT는 한글 등 비영어권 언어로도 대화를 할 수 있지만, 영어에 비해 정확도와 답변 속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양사 모두 이 지점을 파고들어 성과를 내겠단 비슷한 구상을 내놓은 셈이다.
카카오브레인은 지난 2월 기업 설명회 ‘생각지 못한 질문과 카카오브레인’을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하고 코GPT 개발 구상을 공개했다. [사진 카카오브레인]

말만 앞선 카카오의 비전…‘신중론’에도 시장 기대감 감소

네이버·카카오가 연초부터 강조하고 나선 차세대 초대규모 AI 모델의 구축 방향성은 ‘한국 시장 특화’로 요약된다. 한글 데이터와 한국의 문화를 학습한 모델을 통해 생성형 AI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각 사 플랫폼 핵심 기능에 붙여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리겠단 취지다. 네이버는 검색에, 카카오는 메신저에 생성형 AI 서비스를 접목하겠단 계획을 지속해서 강조해 왔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에 대한 구상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챗GPT 대비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한 모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양사가 이 같은 개발 계획을 내놓은 뒤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해외 빅테크가 생성형 AI 서비스를 무기로 국내 시장을 넘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시장에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구축해 왔던 네이버·카카오가 다시 한번 ‘한국 특화’를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은 올해 5월에 접어들면서 갈리기 시작해 지금은 양사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완전히 달라진 상황이다. 카카오는 연초부터 강조해 온 개발 비전을 대다수 실현하지 못했으나, 네이버는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지난 5월 1분기 실적발표 후 이어진 투자자 설명회(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브레인이 하반기 중으로 파라미터(매개변수)와 데이터 토큰(어절)의 규모가 확장된 코-GPT 2.0의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차세대 AI 모델의 공개 시점의 연기를 공식화했다. 상반기 내 출시에서 하반기 공개로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홍 대표는 지난 8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서도 차세대 모델의 공개 시점을 확정하지 못했다. 그는 “카카오브레인에서 성능과 비용 효율성을 균형적으로 갖춘 AI 파운데이션 모델 코-GPT 2.0을 공개할 예정”이라면서도 출시 시점을 ‘10월 이후’로 다소 뭉뚱그렸다.

공개 시점을 확정하지 못한 배경으론 “누가 먼저 초거대 생성형 언어모델 구축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비용 합리적으로 적정한 모델을 만들어서 서비스에 적용하느냐가 핵심”이라며 “많은 AI 모델이 나왔지만, 비용·속도·최신성·정확성을 가진 모델은 나온 적이 없다”고 짚었다.

카카오브레인은 초대규모 AI 모델의 성능을 결정짓는 파라미터 수를 60억·130억·250억·650억개 등으로 세분화해 시험 중이다. 카카오톡에 접목했을 때 적은 비용으로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모델을 찾고, 별도의 소비자 거래(B2C)·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를 구축하겠단 취지다.

카카오가 생성형 AI 서비스에 대해 ‘이유 있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음에도 시장 기대는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홍 대표가 “하반기 연기는 없다”고 못 박았지만, 코-GPT 2.0의 ‘연내 출시’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소문도 IT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카카오 판교오피스 사옥 내부 모습. [사진 카카오]

기술력 뽐낸 네이버…AI 생태계 확장 ‘박차’

반면 네이버는 연초 설정한 생성형 AI 개발 계획을 차근히 이뤄나가고 있다. 네이버 역시 연초 하이퍼클로바X의 공개 시점을 7월로 잡았다가, 이를 8월로 한 달 늦추긴 했다. 그러나 하이퍼클로바X 출시 후 이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생성형 AI 서비스는 당초 계획대로 세상에 선보이면서 성과를 내는 중이다.

네이버는 지난 8월 24일 ‘단(DAN) 23’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그간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결집해 온 차세대 초대규모 AI 모델의 모습을 공개했다. 창작자·판매자·투자자 등 자사 플랫폼과 함께하는 파트너를 초청한 자리에서 최 대표는 “생성형 AI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검색과 다르지 않다”며 “사용자의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네이버가 가장 잘하는 일”이라고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의 공개와 동시에 ‘클로바X’(CLOVA X)의 베타(시험)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사 측은 “가장 우수한 한국어 능력과 더불어 영어와 프로그래밍 역량을 강화한 하이퍼클로바X를 백본(back-bone)으로 구축한 서비스”라며 “클로바X는 창작·요약·추론·번역·코딩 등 능력이 바탕이 된 다양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가 8월 24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단(DAN) 23’ 콘퍼런스 무대에 올라 키노트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판 챗GPT’로 불리는 클로바X는 네이버 내∙외부의 다양한 서비스 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연결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이 차별화 지점으로 꼽힌다. 스킬’(skill)로 명명된 기능을 통해 ▲최신 정보 탐색 ▲장소 예약 ▲상품을 구매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이 ‘스킬’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과 윈-윈(Win-Win) 전략도 추진 중이다. 모빌리티·커머스·여행 등 특화 영역에서 독보적 플랫폼 지위를 구축한 기업의 서비스를 클로바X를 통해 제공, 사용자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리겠단 취지다. 스킬을 통해 클로바X와 묶인 기업 역시 ‘국내 최대 플랫폼’ 네이버를 통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현재 스킬 시스템 협업을 논의 중인 서비스는 야놀자·인터파크·캐치테이블·폴라리스오피스·쏘카·울프람알파·배달의민족·컬리 등이 꼽힌다. 회사는 이 밖에도 ▲문서 파일을 업로드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능 ▲사진을 첨부해 자연어 명령으로 편집할 수 있는 기능 등을 클로바X에 추가할 계획이다.

지난 9월에는 생성형 AI 검색 ‘큐:’(Cue:)의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베타 기간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생성형 AI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환각(Hallucination·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인 양 답변하는 문제) 등을 개선할 방침이다.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질의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스스로 체계적인 검색을 진행하는 서비스다. 네이버는 ‘복잡한 사용자 의도’를 반영치 못했던 기존 검색의 한계를 큐:를 통해 돌파할 수 있으리라고 자신했다.

회사는 통합검색과 큐:의 접목도 오는 11월 중 완료할 계획이다. 입력된 검색어의 특성에 따라 기존 서비스가 적합하다면 이를 우선으로 노출하고, 큐:가 적합하다면 해당 결과를 상단에 제공하는 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큐:를 통합검색에 접목, 복잡한 의도를 지닌 검색어가 입력되면 ‘대화 형태’의 결과물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식으로 서비스가 구현될 전망”이라며 “검색어별로 최적의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큐:에 ‘멀티스텝 리즈닝’(단계별 추론·Multi-step reasoning) 기술을 접목, 차별화를 꾀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생성된 답변이 어떤 과정을 통해 제공됐는지 논리의 흐름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회사 측은 “검색 결과에 기반한 신뢰성 있는 답변을 제공해 검색 서비스로서 큐:의 가치를 높였다”며 “기존 생성형 AI 챗봇이 사전 학습된 데이터를 토대로 답변을 창작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검색 경험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의 생성형 AI 검색 ‘큐:’(Cue:) 설명 자료. [제공 네이버]

네이버는 큐:와 클로바X를 통해 B2C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B2B 영역의 확장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비즈니스 플랫폼 ‘프로젝트 커넥트X’(Project CONNECT X)’를 공개한 뒤로 접목 분야를 넓혀가는 중이다. ▲자료 탐색 ▲문서 작성 ▲일정 조율 등 분산된 업무를 연결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같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네이버는 금융·소프트웨어(SW)·게임·모빌리티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굵직한 기업들과 AI 관련 협업 관계를 구축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17건의 업무협약(MOU) 체결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스타트업과 협업도 확장 중이다. 지난 7월부터 ‘AI 러시(RUSH) 2023’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20개 기술 스타트업에 하이퍼클로바X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네이버클라우드 실무진과 긴밀하게 협력, 다양한 기술∙사업적 협업 논의도 진행 중이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업에선 네이버와 카카오의 AI 기술력이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해외 빅테크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생성형 AI 서비스를 내놓는 상황에서 대형 플랫폼의 ‘선점 효과’는 무시하지 못할 사업적 요소라 카카오의 ‘신중론’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난 8월 24일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공개 전부터 B2B 영역에서 다양한 성과를 내왔다. 2023년 1월부터 8월까지 AI 분야에서 17건의 MOU를 맺는 등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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