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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는 남성 전유물?…여성 MZ세대는 패션템으로 쓴다 [민지의 쇼핑백]

성 구분 없는 패션 스타일 각광
넥타이 패션 트렌드로 떠올라
“성평등 문화, 사회적으로 자리 잡아”

넥타이 룩을 선보인 배우 한소희, 손예진. [사진 한소희, 손예진 인스타그램]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넥타이를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여성이 늘고 있다. 남성 직장인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넥타이는 이제 더 이상 ‘남성의 것’이 아니게 된 것이다. 

패션에 성(性)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도 오래. 남자들 사이에서는 진주 목걸이가 유행한 것처럼 여자들의 넥타이 패션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이는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젠더리스 패션’(성별 구분을 따로 하지 않는 패션)의 일종이다. 젠더리스 패션이 대중화되면서 2023 F/W 컬렉션에서도 넥타이를 활용한 룩이 쏟아졌다. 

트렌디한 스타일을 즐기는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공식 석상에 등장한 셀러브리티까지 넥타이를 멋지게 소화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달 디올 행사에 짙은 스모키 화장으로 아우라를 풍기며 나타났던 한소희의 블랙 타이 룩은 세간의 화제가 됐다. 손예진 또한 발렌티노 쇼에 참석하며 오버사이즈 재킷과 타이를 매치한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아이유, 걸그룹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등이 넥타이 패션을 활용한 룩을 선보이며 대중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요즘은 스타들의 리얼웨이 룩뿐 아니라 거리에서도 일반인들의 타이 패션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넥타이를 한 자신의 사진을 ‘여자 넥타이 코디’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올리는 여성도 적지 않다. 

넥타이를 활용한 포멀한 룩을 선보인 아이유. [사진 아이유 인스타그램, 구찌]

넥타이 하나로 다양한 스타일링을 연출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가장 먼저 ‘클래식’ 스타일을 떠올릴 수 있다. 넥타이 스타일링의 기본은 슈트에 매치하는 것으로, 격식 있는 자리에 가야 할 상황이라면 드레스보다 슈트를 선택해 넥타이를 매주면 더 갖춰 입은 느낌을 낼 수 있다.  

보이시한 룩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박시한 셔츠나 오버사이즈 재킷에 넥타이를 매치하는 식으로 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다. 특히 올 가을 겨울 ‘프레피룩’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넥타이를 매치하는 것이 필수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프레피룩을 선보이는 아이돌들이 즐겨 착용하는데, 화이트 셔츠에 타이를 매고 카디건이나 베스트를 레이어드한 뒤 플리츠 스커트로 마무리하면 완성된다. 좀 더 힙하게 타이룩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크롭 셔츠와 매치하거나 루스한 실루엣의 카고 팬츠나 데님 팬츠를 매치하면 완벽한 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다.

아이브 안유진, 르세라핌 허윤진이 넥타이 룩을 선보인 모습. [사진 안유진, 허윤진 인스타그램]
 
유행은 돌고 도는 것처럼 넥타이의 유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77년 다이앤 키튼은 영화 ‘애니 홀’을 통해 베스트, 팬츠, 셔츠, 넥타이를 매치시킨 중성적인 ‘매니시 룩’(여성복에 남성적인 분위기나 디자인을 적용한 패션)을 전 세계에 유행시켰다. 80·90년대에는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넥타이를 즐겨 맸다. 2000년대 초반엔 팝 스타 에이브릴 라빈이 넥타이를 자신의 시그니처 스타일로 만들어 인기를 모았다.

이후에는 2020년 F/W 패션쇼에 여성의 넥타이 패션이 다시 등장, 유명 셀럽들이 착용하고 나오면서 재유행되기 시작했다. 올해 F/W 컬렉션에서도 타이는 메인 아이템 중 하나였다. 디올 뿐만 아니라 발렌티노, 알렉산더 맥퀸 등이 넥타이를 선보였고, 특히 발렌티노의 피촐리는 이번 컬렉션을 ‘블랙 타이’로 명명하고 거의 모든 룩에 타이를 더했다.

넥타이 룩의 유행을 비추어 보면 ‘남자다움’ ‘여성스러움’ 등 표현은 이제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수식어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미 패션업계의 수많은 패션 브랜드는 성별을 구분 짓지 않는 패션 아이템 ‘젠더리스 룩’을 선보이고 있다.

가수 지드래곤과 배우 이정재가 진주 목걸이를 한 모습. [사진 지드래곤 인스타그램, 방송화면 캡처]

여성이 넥타이를 매는 것처럼 프릴 혹은 리본이 있는 블라우스, 진주 목걸이 등 화려한 액세서리를 매치한 남성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수 지드래곤을 필두로 배우 이정재, 강동원, 이동휘, 송민호 등 남성 패션 셀럽들이 착용하기 시작하면서 길거리에서도 일반인들의 젠더리스 스타일링을 한 남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성평등 문화가 이미 사회적으로 자리 잡고 있어 성별 구분 없이 착용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이 대중화 됐다”며 “MZ세대의 취향을 존중하면서 개성과 선호를 중시하는 특성에 따라 젠더리스 패션의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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