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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고 무작정 발급하기엔”…잘 나가는 PLCC의 그림자

[PLCC의 앞면과 뒷면] ②
제한된 혜택에 방치되는 PLCC 증가…연회비 상승 가능성 ↑
‘反환경적’ 비판도 제기…부실·논란 등 제휴사 리스크도 상존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카드사들이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rivate Label Credit Card·PLCC)를 잇달아 출시하는 가운데 장시간 사용되지 않고 방치되는 휴면 카드가 늘고 있다. 막상 PLCC를 발급받고 보니 혜택 범위가 제한적이거나, 해당 제휴사의 브랜드 인기 감소로 카드 존재 자체가 잊혀지는 경우도 많아서다. 나아가 환경 오염이나 검증되지 않은 제휴사 리스크 등의 문제들도 제기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누적 휴면 카드(1년 이상 이용 실적이 없는 개인 및 법인 신용카드)는 총 1670만6000장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1442만7000장)보다 15.8% 늘어난 수치다. 과거에도 휴면 카드는 누적 발급량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증가했지만 최근에는 그 속도가 더 가파르다.

올 2분기 총 신용카드 수 대비 휴면 카드 비중은 19.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신용카드 5장 중 1장이 소위 ‘장롱카드’로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4년 전(2019년 2분기 13%)과 비교하면 6.65%p나 올랐다.

휴면 카드 불명예 PLCC…피해는 소비자 몫

휴면 카드가 늘어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최근 몇 년간 많이 발행된 PLCC가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새롭게 출시된 PLCC는 9종이었다. 지속적인 발행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출시된 PLCC는 20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21종의 PLCC가 선보여졌으며, 출시 경쟁이 극심했던 2021년에는 55종이나 출시됐다.

PLCC는 한 가지 브랜드에 혜택과 서비스가 집중돼 있다. 이는 카드 실적과 혜택을 꼼꼼히 챙기는 소비자에겐 장점이지만, 신용카드 사용 이력이 짧은 사회초년생 등 초보자들에게는 단점이 될 수 있다. PLCC로는 다양한 영역에서 혜택을 누리지 못해 범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특정 브랜드가 한때 유행해 소비와 상관없이 무작정 카드를 발급해뒀지만, 브랜드 인기가 식으면서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유의동 의원은 “PLCC 발급량이 늘며 사용량이 적거나 휴면상태인 카드가 늘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들의 연회비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PLCC 발급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PLCC가 합리적 소비에 도움이 되도록 금융당국의 책임 있는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PLCC를 통해 카드사가 모집 비용을 줄이고 충성 고객을 확보해 마이데이터 사업까지 키우는 건 긍정적이다”면서도 “하지만 PLCC 발급 쏠림 현상으로 휴면 카드가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고객 동의를 받아 휴면 카드의 해지 여부를 판단하게끔 하는 조치를 도입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 전반적으로 휴면 카드가 늘고 있는 건 우려되는 지점이지만, 꼭 PLCC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며 “일반 카드든, PLCC든 경쟁력 있는 혜택과 서비스를 갖춘 상품을 출시해 휴면 카드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버려지면 환경에 악영향…제휴사 리스크도 변수네

환경 문제도 PLCC의 어두운 면으로 제기된다. 외면받는 PLCC가 늘어나는 만큼 버려지는 카드도 증가할 수밖에 없어서다. 또 신용카드는 단순 플라스틱이 아니라 집적 회로(IC) 칩, 마그네틱 등이 포함된 복합플라스틱 재질로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일부 카드사는 재생 플라스틱, 나무 등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신용카드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극소수에 그쳐 그 영향력이 미미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이 PLCC 마케팅에 적극적이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카드사들 중 지난해 ESG 경영 관심도에서 업계 꼴찌를 기록했다. 올해 7월 말 기준 현대카드가 발급 장수 기준 국내 PLCC 시장 1위(점유율 78.41%)를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경찰이 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킨 머지포인트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지난 2021년 8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머지포인트 본사 앞. [사진 연합뉴스]
아울러 PLCC 제휴사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앞서 2021년 ‘먹튀’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머지포인트 사태’에서도 이런 리스크가 있었다. 당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는 PLCC 발행을 통해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업무협약(MOU)을 맺었던 KB국민카드 측은 이를 잠정보류했다. 하나카드의 경우 머지플러스 연간 구독 시 하나머니 캐시백을 지급하는 제휴 프로모션을 진행해 이후 비판받기도 했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PLCC 관련 잠재 리스크는 카드사들도 인지하고 있다”며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제휴사에 대한 검증이 한층 촘촘해졌고, 앞으로도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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