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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이’ 즐비한 중고차 시장...대기업 진출로 달라진다

현대·기아 중고차 시장 진출 공식화
대기업 진출로 투명성 및 신뢰 회복

현대차 인증중고차 양산 상품화센터 치장장. [사진 현대차]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올해 5월 개봉해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한 범죄도시3. 이 영화에 나온 ‘초롱이’라는 캐릭터는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허위·침수차를 소비자들에게 강압적으로 판매해온 캐릭터인데,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내 중고차 시장이 혼탁하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은 중고차 딜러의 말에 속아 품질이 떨어지는 물건을 사게 될까봐 걱정해 왔다.

소비자들이 국내 중고차 시장의 대기업 진출을 기다렸던 이유다. 2019년 생계형 업종에서 중고차 매매업이 해제되면서 현대자동차, 기아 등 주요 완성차 제조사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4년 만에 대기업이 인증한 중고차가 소비자들의 구매 리스트에 당당히 오르게 됐다.

목 놓아 기다린 대기업 진출

국내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의 대기업 진출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중고차 시장이 신차 시장보다 더 큰 상황이지만, 오히려 더 폐쇄적이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 대수는 238만대로, 신차 등록 수보다 1.4배 높았다.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신차 시장을 압도하지만, 문제가 많았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공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소비자 79.8%, 사업자 98.1%가 허위·미끼 매물을 꼽았다. 해당 조사는 최근 1년 이내 중고차를 구입한 경험이 있는 성인 남녀 501명, 수도권 소재 중고차 판매사업자 10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중고차업계에서도 허위·미끼 매물의 판매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을 ‘레몬마켓’이라는 부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레몬마켓은 소비자와 판매자간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저품질 제품 또는 서비스가 다수 거래되는 시장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일부 판매자들의 불법 행위로 인해 전체 시장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변한 것 같다. 사실 대다수의 사업자는 정직과 신뢰를 최우선으로 둔다”면서 “소비자가 믿고 구매해야 하는 성능기록지 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재 신뢰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 사업 주요 내용. [사진 현대차]
투명한 중고차 약속한 현대차

“중고차 사업의 핵심은 우수한 품질이다. 투명, 신뢰, 고객 가치를 최우선에 둘 것을 약속한다.” 현대차 아시아대권역장 유원하 부사장이 지난 19일 양산 센터를 공개하며 한 말이다. 뿌리 깊게 자리잡은 중고차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낼 것임을 약속한 것이다.

현대차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국내 완성차업체이자 대기업이다. 지난해 1월 중고차 매매업 사업자 등록을 시작한 뒤 단계별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약 2년간 중고차 매집부터 상품화, 물류, 판매에 이르기까지 중고차 관련 사업 전 과정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자체 인프라도 확실히 구축했다.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보관하던 양산 출고센터를 인증중고차 상품화센터로 탈바꿈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전체 면적은 3만1574m²(약 9551평)이며, 300여 대의 차량을 한 번에 보관할 수 있다. 이 센터는 5년 10만km 미만의 중고차를 신차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상품화’하는 핵심 시설이다. 30여 명의 직원이 270여 개 이상(현대차 272개, 제네시스 287개) 항목을 점검하고, 상품화한다. 상품화 A·B동의 건물 연면적은 1만76m²(약 3048평)에 이른다. 국내 중고차 상품화 센터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현대차 관계자는 전했다.

현대차는 고객 편의와 혁신성을 위해 100% 온라인 판매 채널도 구축했다. 자체 구축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웹 사이트를 통해 중고차의 상세 이력과 고화질 사진, 엔진 소리, 실내 공기질 등 다양한 정보도 제공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대기업 진출을 환영한 가장 큰 이유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공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66%(660명)가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에 찬성했다. 대기업은 허위 매물 또는 침수차를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중고차 시장에 대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에 이어 주요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도 오는 25일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기아 역시 큰 틀에서 보면 현대차와 동일한 구조다. 100% 온라인 판매 채널과 자체 구축한 상품화 센터를 활용해 고품질의 중고차를 투명한 정보와 함께 제공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KG모빌리티, GM한국사업장, 르노코리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다. KG모빌리티는 이르면 내년부터 인증중고차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GM, 르노 등 외국계 기업은 당장 인증중고차 판매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없다”면서 “다만 토종 기업인 현대, 기아와 KG모빌리티가 연내 늦어도 내년 중으로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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