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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프라이싱 전략은 계속 진화한다

[다이내믹 프라이싱 시대가 온다]③ 윤원주 한국외대 교수 기고
1980년대 미 항공업계에서 시작
세계 최대 소매업체 아마존 다이내믹 프라이싱 효과적 활용

다이내믹 프라이싱 전략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아마존 배달 서비스의 로고. [사진 EPA/연합뉴스]

[윤원주 한국외대 경영대학 교수] 시장수요를 확대하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수시로 바뀌는 가격전략이 존재한다. ‘동적 가격 설정’(Dynamic Pricing·이하 다이내믹 프라이싱)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수요·공급 및 경쟁 조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가격 전략이다. 이전에는 이러한 유동적 가격 변동이 낯설었지만, 최근 온라인 투 오프라인(Online-to-Offline·O2O) 서비스 플랫폼의 등장으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왔다. 특히, 배달앱·택시·주차장·대리운전과 같은 일상 서비스 영역에서 이 가격 정책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업들은 시장 환경의 빠른 변화에는 즉각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유독 가격정책의 경우 주저해서 바꾸는 편이다. 가격은 고객의 구매 결정과 기업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과 가치를 대표하는 중요한 지표다. 그 때문에 섣부른 가격 변화는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가격 민감 고객 개별 대응할 때 수익 높아져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시작은 1980년대 초반 미국 항공업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미 항공사들은 시간과 좌석에 따른 차별화된 가격을 제공하는 정교한 산출 관리시스템(Yield Management System)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고객들의 과거 좌석 예약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가격 지급 의향이 있는 고객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가격에 민감한 정도가 다른 고객들을 개별적으로 대응할 때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탄력적 가격정책은 점차 숙박업계·렌터카업계·공연업계 등 다른 서비스 산업으로 확산하였다. 

또한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과거에는 주로 공급 제한이 있는 서비스 산업에서 소비자의 수요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빈 객실이나 영화관 좌석과 같이 시간이 지날수록 소진되는 재고에 대해, 수요가 상대적으로 낮은 시간대에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 고객들의 구매를 유도했다. 그러나 당시의 데이터 처리 기술과 예약 시스템은 지금보다 훨씬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실시간 가격 변동은 까다로웠다.

호텔업계는 경쟁사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에 따라 ‘최저 요금 보장’(Best Rate Guarantee·BRG) 정책을 도입해 고객의 불만을 최소화했다.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했을 때 
다른 웹사이트에서 더 저렴한 가격을 발견하면 해당 가격으로 조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러한 전략은 자동화된 가격 최적화보다 수동적인 방식으로 숙박 가격을 탄력적으로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인터넷 및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다이내믹 프라이싱에도 큰 변화가 있다. 이제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의 ▲구매 이력 ▲경쟁사 가격 ▲계절 변동 등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 데이터 패턴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실시간으로 가격을 조정한다. 더 나아가 맞춤화한 개인 추천 서비스를 도입해 개인별 가격차별화가 가능하다. 

전 세계 최대 소매업체 아마존(Amazon)의 경우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과 예측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상품의 가격을 하루에도 수십 번 변경할 뿐만 아니라 경쟁사 가격 정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자사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반면, 우버(Uber)는 ‘서지 가격’(Surge Pricing)이라는 가격 전략을 통해 실시간으로 ▲승객의 위치 ▲목적지 ▲사용 가능한 운전자의 수 ▲경쟁사 상황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요가 높은 시간대나 지역에는 다소 높은 요금을 책정하는 방식을 적용 중이다. 대부분의 O2O 서비스 플랫폼의 경우 유사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영원히 자동화된 가격 최적화를 이뤄줄 것 같던 다이내믹 프라이싱에도 최근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다각화를 위한 시장확장 및 과점으로 인한 과열된 가격 전쟁(Price War) 상황에서 주로 관찰된다. 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최소화하고 의도적 가격경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은 가격경쟁을 통해서 다양한 시장 세그먼트(소비자군)로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의도적 가격경쟁과 영업이익 최소화를 통해 이를 다시 고객에게 투자하는 등의 고객 중심 전략을 통해 시장지위를 강화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미래는…

한편 성장이 멈추기 시작하면 한정된 시장의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기업들은 가격경쟁에 돌입하기도 한다. 일본이 지난 30년간 장기 경기 침체를 겪는 동안, 기업들은 고객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한 다양한 가격 할인 전략을 마련하였다. 예를 들어, 라쿠텐 딜리버리(Rakuten Delivery)는 침체된 시장의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다이내믹 프라이싱과 더불어 특별 프로모션이나 포인트 시스템을 도입해서 주문 수요를 유도했다. 

한국의 배달앱 시장 또한 비슷한 현상을 보여준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때 배달앱의 외식산업 매출이 약 17%까지 늘어났으나, 팬더믹(대유행)이 종료되면서 사람들의 외부활동이 증가하고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함에 따라 배달앱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또한 고객들의 가벼워진 주머니 때문에 배달비에 대한 인식 또한 변하기 시작했다. 팬더믹과 경제 상황이 좋을 때는 빠른 배송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일반적인 다이내믹 프라이싱 전략이 가격에 민감한 고객층의 수요를 만족시켰으나,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고객의 니즈도 변화하고 있다.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성장이 둔화하자, 기업들은 다시 변화된 소비자군을 타깃팅하면서 시장 수요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은 줄어드는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초 배달비 할인 묶음 배달 서비스 ‘알뜰배달’을 출시했다. 뒤이어 쿠팡잇츠는 비슷한 서비스인 ‘세이브배달’을 시장에 출시했다. 반대로 요기요의 경우 ‘한집배달’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가격경쟁에 돌입했다. 차별화 포인트가 사라지면서 고객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더욱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모든 가격 전략의 궁극적인 목표는 가격차별화를 통해 최대 수익을 창출하는 데 있다. 기업들은 지속해서 변화하는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여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 점은 미래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그들의 선택 과정을 간편하게 만들어 주는 기업을 선호할 것이며, 가격과 품질 간의 관계를 더욱 철저히 비교하는 가치 기반의 구매 패턴이 강화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은 고객이 중시하는 가치 요소들, 즉 시간 비용·정보 탐색 비용 그리고 심리적 비용들을 지속해서 최소화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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