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파 vs 해외파’ 식품사 닮은 듯 다른 전략
[K-푸드 전성시대] ①
국내·외 넘나들며…미래 먹거리 확보에 사활
일동후디스, hy 등 국내서 신시장 개척 앞장
SPC, 롯데웰푸드, BBQ 등 해외 진출에 박차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송현주 기자] K-푸드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국내·외에서 각기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 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부딪힌 식품 기업들은 신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한편, 주 무대를 해외 시장으로 옮기며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신시장을 개척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일동후디스, hy 등이 있고,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기업은 SPC·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오비맥주·하이트진로 등이 꼽힌다. 이들의 전략은 각기 다르지만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새롭게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먼저 일부 식품 기업들은 국내에서 적극적인 신사업 발굴을 통해 일종의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명보다 적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통상 연말로 갈수록 출산율이 더 낮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이 0.6명대까지 추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 시장 위축은 더욱 자명해졌다.
저출산·고령화에 내수 시장 한계...신사업 발굴로 ‘생존 전략’
저출산 추세가 가속화하자 분유와 이유식 업계는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신사업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일동후디스는 텃밭인 분유 시장을 대체할 신사업으로 단백질 보충제 시장을 택했다. 지난 2020년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를 출시했다. 이 외에도 일동후디스는 생애주기별 건강 솔루션을 제공하는 건강지향 종합식품기업을 표방하며 지금도 제품 카테고리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수면 건강 시장 규모가 커지는 점에 주목해 수면 건강 개선을 포함한 ‘멘탈케어’에 관여하는 제품 개발을 위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hy는 올해 ‘위-장-간’ 라인업을 잇는 차세대 전략 제품인 ‘스트레스케어 쉼’을 2년 여의 연구 끝에 선보였다. 기존의 장 건강 중심의 발효유 기능성을 멘탈 헬스케어 영역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때문에 특정 연령대가 아닌 수험생, 직장인 등 다양한 고객층을 공략하고 있다.
반면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는 기업들도 눈에 띈다. 가장 큰 배경으론 올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이른바 ‘3고(高)’ 현상 지속에 따른 국내 기업 환경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대외 여건이 어려운 데다 중동 무력 충돌까지 발생해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기업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해외 진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면서 해외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SPC그룹의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 진출, 할랄 시장 공략에 나선다. 파리바게뜨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현지 유력기업인 갈라다리브라더스그룹과 파리바게뜨 중동 진출을 위한 조인트벤처 파트너십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내년에는 갈라다리브라더스그룹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2033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쿠웨이트·바레인 등 중동과 아프리카 12개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파리바게뜨는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꾸준히 사업을 확대해 현재까지 미국·프랑스·영국·캐나다·싱가포르·베트남·캄보디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10개국에 진출했다. 최근 글로벌 500호점을 돌파한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해외 매출이 6000억원을 넘어섰다.
K-푸드의 상징 중 하나인 치킨 프랜차이즈도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네시스BBQ 그룹은 10월 12일 중남미 국가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에 1호점을 냈다. 미국·중국·유럽 등 대규모 소비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신규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4월에는 파나마에 매장을 열었고, 향후 남미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 ‘빼빼로’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위한 글로벌 통합 캠페인을 본격 전개한다. 옥외광고, 버스 외부 랩핑 등 다채로운 광고와 프로모션을 전개하며 전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보행자 교차로 중 한 곳인 뉴욕 타임스퀘어와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 중심가에 빼빼로 브랜드 디지털 옥외광고를 선보이며 브랜드 홍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해외에서 호실적을 내고 있는 오리온은 중국·베트남·러시아 등에서도 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3777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해외 매출이 62%를 차지한다. 해외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만을 고려해 만든 제품도 다수다. 오리온의 초코파이는 러시아에서 ‘다차(텃밭이 딸린 시골 별장) 문화’에 착안해 14종의 여러 맛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라즈베리·체리·블랙커런트·망고 등의 맛으로 초코파이를 판매해 ▲2020년 730억원 ▲2021년 850억원 ▲2022년 1110억원 등을 기록, 지속적으로 매출이 늘고 있다.
K-콘텐츠 이은 관심 확장…K-푸드 해외 성장성 ‘무궁무진’
K-푸드의 세계화는 앞으로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세계로 뻗어 나간 K-푸드 업체가 노하우를 쌓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120억 달러(약 16조원)를 달성,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21년 113억 달러(14조원)에 비해 6.1% 증가한 수치로 매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K-푸드가 전 세계 식탁 위를 점령, 위상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학계와 업계에선 앞으로도 각 식품 기업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새 시장을 개척하거나 국내 시장에 한계를 느끼고 해외에 눈을 돌리는 식품사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새로운 활로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식품사들의 미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 세계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불고 있고, 한국에 대한 인지도나 선호도가 높아 K-푸드를 먹어보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K-식품 업계는 아시아인이 많은 나라를 중심으로 주요 거점 도시를 공략, 집중적으로 프랜차이즈를 출점하면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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