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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에 빠진 카카오…최악은 SM인수 무산?

[현실화된 카카오의 독이 든 성배]①
검찰로 간 카카오…커지는 ‘빅 딜’의 후유증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으로 경영권 리스크 부각
카카오뱅크 대주주 박탈·SM 인수 무산 위험성

카카오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주가조작 의혹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카카오의 판교 오피스 전경.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올해 국내 자본시장을 흔든 빅딜로 꼽히는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대전은 카카오의 승리로 막을 내린 듯 보였다. 그러나 SM을 품에 안은지 6개월 여가 지난 카카오는 현재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 SM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위기에 놓인 것은 물론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카카오의 SM 인수가 무산될 수도 있단 추측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SM엔터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5인을 검찰에 송치했다. 금감원이 피의자로 입건한 18명 중에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 등과 SM의 전현직 경영진들도 포함됐다. 해당 경영진들은 올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당시 약 2400억원을 투입, SM엔터 주가를 하이브 공개 매수 가격 이상으로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엄중 처벌 경고한 금감원…“경제적 이익 박탈”

카카오의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고 불리는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지에도 관심이 주목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카카오 사태를 비롯해 자본시장에서의 불법거래 정황에 대해 경제적 이득을 박탈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연일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위기의 그림자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4일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의장(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대상으로 밤샘 수사를 벌인 이후 ‘법인 처벌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선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전수조사에 대한 의견이 나오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어 이 원장은 “‘국민기업’으로까지 불리는 카카오가 반칙을 서슴지 않는 사례를 엄단할 필요가 있다”는 여당 의원의 질의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와 하이브가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 양사는 SM엔터의 공개매수 가격을 경쟁적으로 높이면서 조 단위 인수 경쟁 공방을 이어갔다. 하이브가 기존 가격보다 20% 가량 높은 금액인 12만원대에 공개매수 계획을 밝혔고 이후 카카오는 3만원 더 높은 가격인 15만원을 불렀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시장가에 하이브는 보유한 SM엔터의 지분 전량을 처분하고 인수 절차를 중단했다. 

금융당국은 이 대목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 등이 SM엔터에 대한 대량 매수 주문을 넣어 주가를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 또한 배 대표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사장이 친분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공모 가능성을 의심 중이다. 당시 하이브도 카카오의 시세 조종 의혹을 제기하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카카오는 이번 의혹과 관련해서 “합법적인 거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수사에 자신감을 보이며 법인 처벌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칼을 뽑아 든 만큼 ‘경영권 리스크’의 영향을 완전히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결과 카카오 법인까지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상실할 위험에 처한다. 현행법상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조세범 처벌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카카오 법인이 재판에서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카카오뱅크의 지분 10%를 강제 매각하게 될 수 있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되면 한국투자증권이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는 현재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다. 한국투자증권(27.17%), 국민연금공단(5.30%), KB국민은행(3.20%), 서울보증보험(2.23%) 등이 뒤를 이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와 한국투자증권의 보유 주식수는 단 한 주 차이다. 

다만 카카오뱅크 매각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재판 등 절차를 거쳐야 하고 적격성 충족 명령이 내려져도 카카오가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도 영향 미치나

카카오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커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 중인 카카오와 SM엔터 간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도 관심이 모인다. 심사가 연기되거나 무산될 경우 카카오의 글로벌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융당국과는 별개로 지난 4월 말부터 카카오와 SM과의 기업결합을 심사하고 있다. 기업 결합 심사는 주식 취득 이후 기업 결합에 따른 독과점 여부를 사후적으로 살피는 것이기 때문에 수사와 무관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기업 결합 과정에서의 수단 등도 공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카카오의 SM 인수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의 수 보다는 SM을 인수한 효과를 보기 어려워졌다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는 분위기다. 관련 업계에서는 그간 카카오가 SM엔터를 인수하고 그 경쟁력을 바탕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상장시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해석해 왔다. 지난 8월 카카오엔터와 SM엔터는 북미 통합 법인을 출범시키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전 의장의 구속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비욘드 코리아’ 전략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인수한 SM의 지분을 강제 처분하게끔 할 순 없다”면서 “다만 카카오의 미래 전략과 카카오엔터 상장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만큼 SM의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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