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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넷플릭스가 될 것이다” [이코노 인터뷰]

이승근 SCK 대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SCK 출신 포진…업계 ‘사관학교’로 불려
클라우드·AI에 많은 투자…제2의 성장에 필수 요건

이승근 에쓰씨케이 대표가 5년 후 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 그는 “(투자심사역은) 이 세상 최고의 직업이다”라고 생각했 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00년 한국에 설립한 투자 사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창업 멤버로 합류하면서 투자업계 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9년 동안 그곳에서 투자 파트너 로 일하면서 그의 포트폴리오(투자 스타트업)는 10여 개로 늘어났다. 새로운 트렌드를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고, 그가 만난 창업가들의 열정에 큰 자극을 받았다. 그는 “포트폴리 오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도전을 보고 듣는 게 마치 영화 같았다”며 웃었다. 포트폴리오 중 엑시트에 성 공한 기업도 나오면서 그의 이름이 투자업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지금은 매해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살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전문경영인 으로 일한 것이 계기가 됐다. 손정의 회장은 1991년 한국에 컴퓨터 소프트웨어 총판 소프트뱅크커머스코리아(구 소프트뱅크코리아)를 설립했다. 2009년 그는 투자사에서 부사장 역할과 소프트뱅크커머스코리아 대표로 겸업하게 됐다. 1년 동안 두 가지 일을 함께하면서 “경영과 투자를 같이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투자자에서 경영자로 변신에 성공

1년 후 그는 투자업계로 돌아가지 않고 경영을 택했다. 경영을 직접 해보니 어려움도 많았지만, 경영의 매력을 느꼈던 것. 10여 년을 소프트뱅크의 우산 아래서 경영 수업을 받았고, 2018년 소프트뱅크 그룹에서 분리될 때 그 기업을 직접 인수했다. 흔히 말하는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로 나선 것이다. 그는 인수 후 에쓰씨케이(SCK)라는 이름으로 사명을 바꿨다. 스타트업 투자자에서 경영자로 인생의 전환에 성공한 
이승근 SCK 대표가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2018년 그룹에서 분리될 때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있어서 실사도 진행했다”면서 “그 기업이 SCK의 미래를 단지 매출의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동안 우리 임직원에게 이야기했던 약속이 깨질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인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회고했다. 

투자업계 대신 경영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 대표는 “대표이사로서 오퍼레이션을 한다는 게 정말 막중한 일이라는 것을 겸업하면서 느꼈다”면서 “투자사 파트너로 일할 때 창업가들에게 이런저런 조언했던 것을 반성할 정도로, 경영자가 수많은 고민을 하고 디테일에도 강해야 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꼈다. 투자심사역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투자사 파트너로 일할 때는 손정의 회장이나 대표에게 보고해야 하는 리포트 때문에 힘들었는데, 기업 대표가 되니까 리포트를 쓰지 않
아도 돼 좋았다”며 웃었다. 

SCK는 마이크로소프트·어도비··오토테스크 등의 소프트웨어 국내 총판을 하는 기업 간 거래(B2B) 기업이다. 총판을 대행하는 소프트웨어는 30여 개. 글로벌 시장에는 1만여 개의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있다. 이 중 한국 기업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찾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 대표는 “1만여개의 소프트웨어를 다 취급할 필요는 없다”면서 “국내 시장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300여 개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SCK는 국내 기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라고 판단하면 그 기업과 총판 계약을 맺고, 이후 한국 기업에 사용 제안을 한다. 예컨데  반도체 공장 도면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삼성전자 등에 이를 소개하고 사용 계약을 제안하는 것이다. 구성원 중에 기술 관련 전문 인력이 많은 이유다.

이 대표가 SCK를 인수한 2018년 매출액은 2000억원 정도였다. 올해는 46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그만큼 국내에서 소프트웨어 총판사 선두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대표는 “3D 설계 소프트웨어 오토데스크의 국내 총판이 6곳이었는데, 지금은 우리가 전담하고 있다”면서 “국내 총판 시장에서 우리의 지위는 갈수록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SCK 출신 임직원이 마이크로소프트나 어도비 등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포진한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업계에서 사관학교로 불린다”며 웃었다. 

5년 후 1조원 매출 목표

이 대표는 SCK의 조직을 세분화해 전문적인 역량을 높이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기업 에쓰핀테크놀로지(S.Pin Technology), 공공·조달부문 기업 에쓰피케이(SPK),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서비스 전문기업 에쓰티케이(STK)등의 계열사 등에 250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30여 년의 업력으로 서울 본사 외에 대전·대구·부산 사무소를 두고 있고 250만 소프트웨어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가 요즘 집중하는 분야는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다. 이 분야가 새로운 수익원이고 여기에서 승부를 봐야 SCK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클라우드를 넘어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SaaS) 시장으로 변해 구독 서비스가 대중화됐다”면서 “다음은 챗GPT로 대표되는 AI시대다. AI에 기반한 SaaS가 쏟아질 것이고, 이 시장에 잘 대응해야 제2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구독 모델의 소프트웨어에 AI 기능을 더한다면 구독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성형 AI 기능을 더한 소프트웨어의 효용성에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 이를 설득하고 사용에 이르게 하는 게 SCK의 역할이다. 이 대표는 “현재 이를 위해 다양한 기업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생성형 AI 기능을 더한 소프트웨어가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신시키면 우리의 매출과 이익은 높아진다. SCK가 클라우드와 AI에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가 SCK 인수 후 ‘당신의 성공이 우리의 기반이고 당신의 행복이 우리의 자부심이다’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고객과 임직원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비용이 절감하지 않아도 재택근무와 거점 오피스를 여전히 운영하는 것도 임직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아직 매출로 이어지지 않지만 클라우드와 AI에 많은 비용과 인력을 투자하는 것은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는 그렇게 고객과 임직원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1조원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이 대표는 “SCK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5년 안에 1조원 기업으로 만들 것이다”면서 “AI 시대에 잘 대응해서 SaaS 구독자를 확대해야 우리가 성장할 수 있다. 우리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넷플릭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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