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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도시된 성남, 주변 도시들과 '이것'이 달랐다[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수도권 두 도시 이야기]③
도시별 상황과 규모 따라 세수 차이
'1기 신도시' 통해 얻는 교훈은 무엇일까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광장. [사진 연합뉴스]
[김현아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집값은 살기좋은 환경과 비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집값과 행복이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국인들 대부분은 자산의 3분의 2가 자신이 소유한 집 한 채인 경우가 많다. 또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저렴하게 빚을 낼 수 있는 수단인 한국에서 집값은 행복추구 측면으로 볼 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과거에는 담보만 있으면 대출이 가능했지만 요즘은 담보(부동산)말고 월급이 필요하다. 요즘 대출 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많다. DSR은 차주가 아무리 담보용 자산이 있어도 일정한 소득이 없으면 대출상환위험자로 보는 제도다. 그러니 요즘 같은 시대는 집뿐만이 아니라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직장까지 있어야 대출이 가능하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지방정부가 재원조달을 하려면 담보와 신용이 필요하다. 담보는 시유재산(각종 토지와 건물, 천연자원 등)이고 신용은 세수(조세수입)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세입구조는 대충 비슷한데 세수 규모의 차이를 일으키는 세목이 바로 재산세와 부동산 거래세(취득세), 지방소득세다. 재산세와 부동산 거래세는 집값 수준이 높을수록 세입이 많고 지방소득세는 대규모 법인이 많을수록 늘어난다. 

도시별 재정자립도 차이 존재

성남시와 고양시 모두 주민들 교육 수준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그들이 어디에서 일하는가(소득이 발생하는 지역)에 따라 개인의 소득과 도시의 세입구조가 달라진다.

우선 인구규모가 비슷한 몇 개의 도시(수원·용인·화성)들과 일산, 분당이 포함된 두 도시(고양·성남)의 경제적 상황을 살펴보자.

고양시와 용인시, 수원시는 2022년에 특례시(인구 100만명 이상의 도시)로 지정됐고 성남시와 화성시는 아직 인구 100만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경제력 측면에서는 특례시를 압도한다.

재정자립도(2022년)가 가장 높은 도시는 성남시(62.2%)고, 가장 낮은 도시는 고양시(32.8%)다. 인구는 수원이 119만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고양시, 용인시 순이다. 총사업체수도 고양시(6만9000개)가 성남, 용인, 화성보다 많으나 종사자수는 이들 도시에 못 미친다.

이는 고양시의 사업체들이 자영업과 소상공인 위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도시 내 사업체 구성은 해당 도시 세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재정자립도가 낮다는 것은 자체 수입이 적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고양시는 자체수입 비율이 26.2%에 불과해 부족분은 이전 수입과 보전 수입으로 메꾸고 있다. 반면 성남시 인구는 고양시의 86% 수준이지만 자체세 수입은 고양시의 두 배다. 

분당과 일산 거주자의 주요 통근지 분석 보고서(허윤경(2022), '수도권1기 신도시현황과 발전방안 모색'·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에서 인용)에 따르면 분당 거주자의 주요 출근지는 성남(36.1%), 강남권(20.2%), 경기남부권(8.4%) 도심권(5.6%) 순이다.

반면 일산 거주자의 주요 출근지는 고양시(42.8%), 여의도권(8.8%), 도심권(8.1%), 경기북부권(6.5%), 강남권(6.3%)순이다.

분당은 성남시와 강남권 출근이 많은 반면, 일산은 고양시와 여의도 및 광화문 등 도심권 비율이 높다. 입지적 여건으로 볼 때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당 거주자의 지역 외 출근지 중 강남권 비율이 20%가 넘는 반면, 일산 거주자의 주된 지역 외 출근지는 도심권(여의도·광화문)이며 그 비율도 17%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 내 기업군 차이도 있다. 성남에는 IT업종과 과학기술 집약 업종이 판교라는 공간에 집중돼 있는 반면, 고양시는 넓은 부지가 있음에도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숙박 및 음식업, 운수 및 창고업종이 많고 신성장 업종은 부족하다. 지역 내 기업군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기업군에도 차이가 있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고양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A노선(GTX-A) 공사 현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 연합뉴스]

살기 좋은 두 신도시, 이제 '다른 가치'가 필요

풍부한 인구는 도시 경쟁력 바로미터다. 그렇지만 개인이 내는 세금만으로 도시는 운영될 수 없다. 도시에는 개인의 소득원인 기업이, 그것도 집중적으로 몰려 있어야 한다.

성남시는 비슷한 인구규모의 도시 중 가장 부자다. 도시가 부자라는건 시민의 소득과 지방정부의 세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도시들은 지역 인프라와 복지에 투자할 여력이 커진다. 그러나 인구가 많아도 지역 내 일자리가 없거나, 일자리의 부가가치가 낮으면 도시는 중앙 정부에 의지하거나 빚을 내야 한다. 자체 재원조달을 하지 못해 중앙정부에 의존하게 되면 투자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도시가 발전할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예산은 도시가 기회를 가지기까지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또 도시가 필요한 시점에 예산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출발선에서 있던 분당과 일산, 두 신도시의 성장과정을 보면 ‘대한민국 어디나 살기 좋은 도시’는 이미 달성된 목표인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가 도시에서 추구해야 하는 가치와 목표는 '살기 좋음'을 넘어 어디에 살던 기회가 보장되고 기회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행운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수도권 1기 신도시인 두 도시의 경험이 대한민국 도시정책과 국가균형발전정책에 교훈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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