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초대형’ 삼성증권, 발행어음 인가 언제?
[초대형IB 뭐길래]②
조건 충족에도 6년 째 발행어음업 진출 ‘아직’
시장 경쟁 치열…증권사 4곳 잔고 매년 증가
수익 제한적…3분기 실적 방어 성공한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6호 초대형 IB’의 탄생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삼성증권은 이미 초대형 IB에 지정됐지만 5년이 넘게 발행어음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업황 악화로 증권사들의 수익구조 다양화가 중요해지면서 ‘반쪽짜리’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시장 진출 시기에 대한 증권가의 관심이 쏠린다.
초대형 IB 5곳 중 유일하게 진출 못한 삼성證
삼성증권이 초대형 IB로 지정된 건 지난 2017년이다. 증권업계의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방안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내부 통제 시스템·건전성 등을 갖춘 증권사는 당국에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에 삼성증권은 지난 2017년 11월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 등과 함께 초대형IB로 지정됐고 이 중 삼성증권을 제외한 4곳은 발행어음 업무도 인가 받았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적인 신용을 배경으로 발행하는 단기 금융 상품이다. 증권사는 자금 조달을 위해 어음을 발행하고 이를 이용해 고금리 채권이나 기업 대출, 부동산 금융 등에 투자하고 고객에게 이자를 제공한다. 발행어음은 가입 조건이나 한도가 없고 발행사가 파산하지 않으면 손실이 없다.
발행어음 사업 진출에 관심이 집중되는 건 초대형 IB의 핵심 사업이기 때문이다. 발행어음 업무를 인가 받은 초대형 IB는 만기 1년 이내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발행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증권사의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이 모험자본 투자로 이어져 기업활동을 지원하게끔 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겠단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실제 증권사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50%를 IB에 투자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 2017년 초대형 IB 인가를 받을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되면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발목을 잡혔다. 이후 2018년에는 112조원대 유령주식 배당사고로 영업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아 2년간 신사업 진출이 불가했다.
당시 삼성증권 측은 “시장상황과 회사여건 등을 고려해 금융당국에 인가 신청을 철회했다”며 “인가 재신청 여부 등은 향후 제반여건 등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대주주 적격성 논란 등으로 삼성증권의 발행어음업 인가 작업은 늦춰지고 있다.
저위험 투자처로 인기 부상…전년比 40% ↑
발행어음시장의 경쟁은 이미 치열한 상태다.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하고 몸집을 키우려는 증권사들의 방향성과 고금리 환경에서 ‘저위험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올 상반기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의 발행어음 잔고 총계는 약 32조878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3조3807억원) 대비 40.6% 가량 증가했다. 증권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이 13조383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B증권(7조7885억원)·미래에셋증권(5조9788억원)·NH투자증권(5조7278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이 1년 사이 30% 이상 증가하면서 국내 발행어음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모양새다.
발행어음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은행 금리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비교적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증권사들의 1년 만기 발행어음의 연 금리 수준은 한국투자증권(4.4%)·미래에셋증권(4.3%)·KB증권(4.3%)·NH투자증권(4.15%) 등으로 연 4% 대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5%대 금리의 특판 상품을 내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6개월물 연 5.2% 발행어음 상품을 특별판매해 모두 소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KB증권도 지난달 KB페이와 연계해 연 4.85% 수익률을 지급하는 발행어음 특판을 진행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로 풀린 예·적금 상품 등의 만기가 곧 돌아온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수요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자금 수요가 현재 은행 예금이나 단기 채권 대비 금리가 높은 증권사 발행어음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의 수익률은 기준금리에 따라 변동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당분간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원금과 이자가 최고 5000만원까지 보호되는 예적금과는 달리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없어 자산 가격이 변하거나 신용 등급이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고 경쟁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잔고가 커지는 만큼 삼성증권의 시장 진출 시점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다만 발행어음업 자체가 큰 수익원이 아니고 다른 신사업으로의 연계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삼성증권이 속도를 내지 않을 거란 해석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올 3분기 악화한 증시상황에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증가하며 호실적으로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삼성증권은 영업이익 2013억원, 순이익 15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9%, 22.3%씩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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