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IB 출범 6년째…요원한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길
[초대형IB 뭐길래]③
자기자본·실적 늘었지만 질적성장 부족
美는 물론 日·中 IB보다 자기자본 열위
사업차별화·해외법인 성장 노력 동반필요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는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을 목표로 도입됐다. 2011년 첫 논의를 시작한 이후 6년만인 지난 2017년 11월 5개 증권사가 초대형IB로 지정됐다. 이후 6년의 시간이 지났다. 국내 초대형IB 증권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여전히 해외 시장에선 두각을 드러내지 못 해 본연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6년 ‘초대형IB 육성방안’을 발표하고 이듬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를 기준으로 초대형IB를 선정했다. 대형 증권사를 육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였다. 자기자본 규모 3조원 이상이 되면 전담중개 및 기업신용공여 업무를 할 수 있고 4조원 이상이 되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해진다.
현재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등 5곳이다. 이중 삼성증권을 제외한 4곳은 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자금을 모아 몸집을 빠르게 키울 수 있어 ‘초대형 IB의 꽃’으로 불리는 사업이다.
실제 초대형IB에 지정된 이후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은 빠르게 늘었다. 2017년말과 비교해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미래에셋증권 자기자본은 7조3845억원에서 9조3213억원으로 26.23% 늘었고, 한국투자증권은 4조3205억원에서 8조1023억원으로 87.5% 급증했다. NH투자증권(4조8362억→6조9683억원), 삼성증권(4조4116억→6조2322억원), KB증권(4조3106억→6조1211억원) 등도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남아있는 4개 증권사도 초대형IB 등극을 노리고 있다. 지난 2017년 종투사로 지정된 신한투자증권(5조3622억원), 메리츠증권(5조7289억원)과 2019년 지정된 하나증권(5조3622억원), 2022년 지정된 키움증권(4조3342억원) 등도 올해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 4조원 기준을 맞춰 초대형IB 인가를 추진하고 있다.
초대형IB들은 대규모 유상증자와 발행어음 인가 등을 토대로 자기자본 규모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2021년 상승장과 투자업계 호황 등에 힘입어 대부분의 증권사는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실제 2021년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25개 증권사 중 23곳은 평균 급여가 1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성과급 잔치’가 이어졌다.
대형화 성공했지만…글로벌IB와 ‘경쟁불가’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초대형IB의 업적은 다소 초라하다. 우선 해외법인 실적은 계속해서 둔화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실적을 보면 NH투자증권 미국법인(NH Investment & Securities America, Inc.)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 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146억원) 대비 대폭 줄었다. KB증권 미국법인(KBFG Securities America Inc.) 역시 6억원의 적자를 내며 전년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다. 국내 증권사 중에선 미래에셋증권(634억원), 한국투자증권(358억원) 해외법인 정도만 유의미한 순이익을 내고 있다.
단기간 자기자본이 빠르게 늘었지만, 절대 수준 역시 글로벌IB에 미치지 못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종투사 10년 평가 및 한국형 IB의 발전전략’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9개 종투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2012년말 22조1000억원에서 2022년말 54조8000억원으로 148% 증가했다. 이 기간 JP모건·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노무라그룹 등 글로벌 IB들의 자기자본 증가율이 0~50% 내외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국내 초대형IB들은 단기간 양적 성장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기자본의 절대 수준 측면에서는 글로벌IB들과 비교 열위에 놓여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외 IB들의 자기자본 순위를 보면 국내 최대 자기자본을 자랑하는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 순위는 90억달러로 전세계 32위에 불과하다. 미래에셋증권은 2012년에도 국제 자기자본 순위가 32위로 같았다. 사실상 10년동안 순위 상승에 실패한 셈이다.
자본 규모로 보면 세계 1위 JP모건은 2920억달러, 12위 노무라그룹은 240억달러인데 비해 국내 1위 증권사는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금융당국이 한국판 출범을 목표로 내걸었던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해 기준 자기자본 1170억달러로 국내 종투사 9곳 자기자본 총합(약 446억달러)의 두 배를 웃돌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 중에서 한국 증권사의 자기자본 순위는 경쟁국에 비해 낮다. 일본 대형 증권사 중에선 노무라증권, 다이와증권, 라쿠덴그룹의 자기자본 규모가 국내 종투사 자기자본 규모를 앞서고 있다. 중국에선 중신증권, 해통증권, 화타이증권 등 6개 이상의 증권사가 국내 종투사 자기자본 규모를 상회한다. 말레이시아 CIMB그룹, 대만 유안타 그룹 역시 아시아 및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초대형IB들은 양적 성과는 달성했지만 질적 성과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며 “한국형 IB로서 발전시키려면 신남방국가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분야, 기업금융 역량 강화 등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 연기금·국부펀드가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초대형IB들이 중개 및 우량 딜(Deal) 주관 업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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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지난 2016년 ‘초대형IB 육성방안’을 발표하고 이듬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를 기준으로 초대형IB를 선정했다. 대형 증권사를 육성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였다. 자기자본 규모 3조원 이상이 되면 전담중개 및 기업신용공여 업무를 할 수 있고 4조원 이상이 되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해진다.
현재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등 5곳이다. 이중 삼성증권을 제외한 4곳은 발행어음 인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자금을 모아 몸집을 빠르게 키울 수 있어 ‘초대형 IB의 꽃’으로 불리는 사업이다.
실제 초대형IB에 지정된 이후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은 빠르게 늘었다. 2017년말과 비교해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미래에셋증권 자기자본은 7조3845억원에서 9조3213억원으로 26.23% 늘었고, 한국투자증권은 4조3205억원에서 8조1023억원으로 87.5% 급증했다. NH투자증권(4조8362억→6조9683억원), 삼성증권(4조4116억→6조2322억원), KB증권(4조3106억→6조1211억원) 등도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남아있는 4개 증권사도 초대형IB 등극을 노리고 있다. 지난 2017년 종투사로 지정된 신한투자증권(5조3622억원), 메리츠증권(5조7289억원)과 2019년 지정된 하나증권(5조3622억원), 2022년 지정된 키움증권(4조3342억원) 등도 올해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 4조원 기준을 맞춰 초대형IB 인가를 추진하고 있다.
초대형IB들은 대규모 유상증자와 발행어음 인가 등을 토대로 자기자본 규모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2021년 상승장과 투자업계 호황 등에 힘입어 대부분의 증권사는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실제 2021년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25개 증권사 중 23곳은 평균 급여가 1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성과급 잔치’가 이어졌다.
대형화 성공했지만…글로벌IB와 ‘경쟁불가’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초대형IB의 업적은 다소 초라하다. 우선 해외법인 실적은 계속해서 둔화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실적을 보면 NH투자증권 미국법인(NH Investment & Securities America, Inc.)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 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146억원) 대비 대폭 줄었다. KB증권 미국법인(KBFG Securities America Inc.) 역시 6억원의 적자를 내며 전년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다. 국내 증권사 중에선 미래에셋증권(634억원), 한국투자증권(358억원) 해외법인 정도만 유의미한 순이익을 내고 있다.
단기간 자기자본이 빠르게 늘었지만, 절대 수준 역시 글로벌IB에 미치지 못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종투사 10년 평가 및 한국형 IB의 발전전략’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9개 종투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2012년말 22조1000억원에서 2022년말 54조8000억원으로 148% 증가했다. 이 기간 JP모건·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노무라그룹 등 글로벌 IB들의 자기자본 증가율이 0~50% 내외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국내 초대형IB들은 단기간 양적 성장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기자본의 절대 수준 측면에서는 글로벌IB들과 비교 열위에 놓여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외 IB들의 자기자본 순위를 보면 국내 최대 자기자본을 자랑하는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 순위는 90억달러로 전세계 32위에 불과하다. 미래에셋증권은 2012년에도 국제 자기자본 순위가 32위로 같았다. 사실상 10년동안 순위 상승에 실패한 셈이다.
자본 규모로 보면 세계 1위 JP모건은 2920억달러, 12위 노무라그룹은 240억달러인데 비해 국내 1위 증권사는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금융당국이 한국판 출범을 목표로 내걸었던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해 기준 자기자본 1170억달러로 국내 종투사 9곳 자기자본 총합(약 446억달러)의 두 배를 웃돌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 중에서 한국 증권사의 자기자본 순위는 경쟁국에 비해 낮다. 일본 대형 증권사 중에선 노무라증권, 다이와증권, 라쿠덴그룹의 자기자본 규모가 국내 종투사 자기자본 규모를 앞서고 있다. 중국에선 중신증권, 해통증권, 화타이증권 등 6개 이상의 증권사가 국내 종투사 자기자본 규모를 상회한다. 말레이시아 CIMB그룹, 대만 유안타 그룹 역시 아시아 및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초대형IB들은 양적 성과는 달성했지만 질적 성과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며 “한국형 IB로서 발전시키려면 신남방국가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분야, 기업금융 역량 강화 등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 연기금·국부펀드가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초대형IB들이 중개 및 우량 딜(Deal) 주관 업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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