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비트코인 1세대 투자자이자 비트코인캐시 전도사로 알려진 로저 버 비트코인닷컴 설립자가 돈의 흐름은 곧 협력을 의미하는데 암호화폐(가상자산)가 이를 수월하게 만들어준다고 강조했다.

버 설립자는 13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업비트 D 콘퍼런스(Upbit D Conference·UDC) 2023’을 통해 블록체인 산업 방향과 비트코인의 현황에 대해 연설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쉬운 설명을 위해 버 설립자는 한국의 디지털 금융 시스템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에서 송금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지만, 해외로 송금이나 해외로부터 수취는 여전히 며칠이 걸린다”며 “한국의 은행만큼 훌륭한 시스템을 전 세계 사람들이 누리게끔 만드는 게 바로 ‘크립토’(암호화폐)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부터 은행에서 은행으로 송금은 가능해졌지만 엄연한 ‘피어 투 피어’(peer to peer·개인 간 거래)는 아니다”며 “크립토는 전 세계 이름도 모르는 누구에게라도 (은행 등 중간 개입 없이) 돈을 보낼 수 있어 서로 간 협력·협업이 훨씬 수월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버 설립자는 화폐의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소하는 데 크립토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정 국가 정부가 자국 통화를 더 띄우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크립토는 이를 완화한다”며 “개인들은 기존 법정화폐가 아닌 크립토 저축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아울러 버 설립자는 블록체인의 투명성에 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일종의 ‘공공 장부’기 때문에 누구나 확인할 수 있어 회계 부정을 저지르기 어려워진다”며 “회사의 투명성이 필요할 때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고, 이는 최종 사용자를 보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컨대 전통적으로는 수탁을 하면 수탁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블록체인에는 한 번 기록되면 끝인 ‘불가역성’이 있다”며 “이는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크립토 관련 가장 큰 어려움으로 ‘규제’를 꼽으며 ‘혁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버 설립자는 “인공지능(AI)과 비슷한 문제인데 사람들은 미지의 두려움이 있다”며 “산업혁명 당시 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처럼 크립토·블록체인을 해쳐서는 안 되고 새로운 기술의 채용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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