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는 합의, SK는 콜옵션 고민…투자금 상환 두고 기업들 ‘진땀’
SK스퀘어, 11번가 지분 매각 진통…콜옵션 행사 가능성
CGI홀딩스, 드래그얼롱 가능성에 IPO 기한 연장 합의
투자 조건으로 내건 IPO가 발목…경기침체에 불확실성↑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SK와 CJ 등 국내 기업들이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상환을 두고 진땀을 흘리고 있다. 호황기 FI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제시한 목표가 되려 발목을 잡으면서 부담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FI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기업들의 고민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와 CJ는 최근 FI와 투자금 상환을 두고 협의를 진행했다. CJ는 FI와 합의를 통해 CGI홀딩스 투자 조건으로 내건 홍콩 증시 기업공개(IPO) 기한을 연장한 반면 SK는 11번가 지분 매각에 진통을 겪으며 ‘콜옵션’ 행사를 고심하고 있다.
업체별로 보면 SK스퀘어는 FI인 나일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5000억원 규모의 11번가 지분 18.8%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SK스퀘어가 FI에 약속한 11번가의 5년 내 IPO에 실패한데다 투자금 상환을 위해 추진했던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업체 큐텐과의 지분 교환마저 난항을 겪으면서 콜옵션 행사 외에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해당 콜옵션을 행사하면 SK스퀘어는 원금 5000억원에 연이율 3.5%의 이자를 더해 나일홀딩스의 지분을 매입해야 된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나일홀딩스가 동반매수청구권(Drag-Along Right·드래그얼롱)을 통해 SK스퀘어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까지 모두 매각이 가능하다. 드래그 얼롱은 기업의 대주주 또는 소수주주가 보유 지분을 매각할 때 다른 주주의 지분까지 함께 매각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앞서 SK측은 지난 2018년 11번가를 SK플래닛에서 인적분할하는 과정에서 사모펀드인 H&Q코리아와 국민연금, 새마을금고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SK는 이들에게 5년 후인 2023년 9월까지 상장을 완료하겠고 약속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SK는 FI에 동반매수청구권(Drag-Along Right·드래그얼롱)을 부여함과 동시에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기존 투자금에 연8% 이자를 더해 돌려주기로 합의했다.
반면 CJ는 FI와 극적인 합의에 성공하며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투자금 상환 부담을 줄였다. 실제 CJ CGV와 MBK파트너스, 미래에셋증권PE는 올해 목표로 한 CGI홀딩스의 홍콩 증권시장 상장 기한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드래그얼롱 행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불안감이 감돌았으나 CGV가 유상증자 등 각고의 노력을 들이며 FI를 잡아두는 데 성공했다.
CGV는 지난 2019년 CGI홀딩스를 설립하면서 MBK와 미래에셋PE로부터 총 3336억원(지분 28.57%)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CGV는 투자 유치 조건으로 2023년까지 CGI홀딩스의 홍콩 증시 상장을 약속한 바 있다. CGI홀딩스는 CGV가 아시아 사업을 효율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로 지분 71.43%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CJ CGV의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을 100%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FI와 협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호황기 시절 제시한 무리한 투자 조건 영향이 크다. 경기 침체 여파로 FI의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하며 IPO를 비롯한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11번가의 경우 손실폭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흑자전환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번가의 3분기 영업손실은 325억원으로 전년 동기 362억원 보다 37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88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0.6% 줄었다.
IPO 기한 연장 합의에 성공한 CGI홀딩스 역시 단기간 내에 반등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CGI홀딩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베트남 법인의 경우 올해 3분기에만 7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CGI홀딩스의 총포괄손익도 162억원으로 전년 동기 261억원 대비 37.9% 감소했다.
여기에 많은 기업들이 투자 유치 조건으로 내건 IPO 역시 시장이 얼어붙으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상장 기업 수 자체는 소폭 늘었지만 금리인상 여파로 유동성이 줄며 공모금액은 급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이달까지 상장한 기업은 141개로 지난해 136개 대비 소폭 증가했다. 반면 전체 공모금액은 3조3044억원으로 같은 기간(16조1141억원) 대비 80% 가까이 줄었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초 호황을 예상하고 기업들이 FI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엑시트(투자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들의 투자금 상환 부담은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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