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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쿠폰 준대서 “네” 했더니 ‘월 7900원’ 결제됐다

[금융사 ‘꼼수 마케팅’ 민낯] ②
카드사 쿠폰 서비스 가입 고객들, 서비스 유료 사실 인지 못 해
발레파킹·공항라운지 등 서비스 돌연 중단 가능 조항도 도마 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 서울 중랑구에 거주 중인 김대헌(32·가명)씨는 지난 10월 말 KB국민카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카드 이용 금액 조건 없이 편의점 3000원, 대형마트 5000원 금액 쿠폰을 준다는 안내였다. 상담사의 거듭되는 “부담 없이 사용해 보세요”라는 말에 김씨는 “네”라고 대답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는 매월 7900원씩 결제해야 하는 ‘유료서비스’였다. 김씨는 “앱에서 곧바로 해지하긴 했지만, 어르신들이라면 이런 대응조차 가능했을까 싶다”며 “보이스피싱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국민카드 정도의 대형 금융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과거부터 이어진 카드사들의 고질적인 ‘꼼수’ 마케팅이 현재 진행형이다. 고객이 제대로 마케팅 안내를 듣지 않는 점을 악용해 상품을 가입시키는 것은 물론, 약관을 빌미로 제공 중인 부가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유료인 줄 모르고 반년을 돈 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KB국민카드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와이즈(Wise)쇼핑플러스’ 가입을 권하는 텔레(전화)마케팅을 집중적으로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즈쇼핑플러스는 유료부가서비스로 월 7900원의 이용료가 청구되는 서비스다. 서비스 이용 동안 매월 8000원의 쇼핑 금액권(대형마트·편의점)과 3만원 상당의 할인권을 준다.

KB국민카드의 유료부가서비스 ‘와이즈(Wise)쇼핑플러스’ 안내문. [제공 KB페이 앱 캡처]
문제는 김씨처럼 와이즈쇼핑플러스가 어떤 서비스인지 정확히 인지 하지 못하고 가입을 당해버리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와이즈쇼핑플러스에 가입했던 KB국민카드 고객들은 “할인 쿠폰을 준다는 말만 또렷이 들려서 대답했는데 다음 날 가입 사실을 알게 됐다”, “전화 목소리가 명확하지 않아서 내용 파악이 어려웠다” 등 불만을 토로했다. 심지어는 유료서비스임을 6개월간 인지하지 못해 5만원에 달하는 이용료를 지불해 온 사례도 있었다.

다만 KB국민카드 관계자는 “판매 모든 건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소비자가 부가서비스 가입한 후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내용 혜택과 월 이용료를 알리고 있다”며 “홈페이지, 명세서에 유료 부가서비스 현황 이용료 납부 내역 등도 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 같은 꼼수 텔레마케팅은 KB국민카드뿐 아니라 다른 카드사들에서도 지난 십수년 간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이 이제는 스스로 자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카드사 직원들이 실적을 쌓기 위해 전화 영업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빠른 진행을 위해 설명이 너무 요약돼 불완전한 경우가 많다”며 “특정 서비스에 가입하면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 돌연 중단도 문제…공정위 시정 나서

반대로 고객들이 기존에 유용하게 사용하던 부가서비스를 소리 없이 중단해버릴 수 있는 카드사들의 불공정 약관도 지적된다.

[사진 연합뉴스]
앞서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여신전문금융회사(신용카드사, 리스·할부금융사 등)의 1376개 약관을 심사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57개 불공정약관을 추려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서비스 내용을 중단하거나 변경·제한하는 약관이 주요 불공정 유형으로 적발됐다.

주요 사례를 보면 A카드사는 서비스 안내장에 “인천공항 발레파킹, 김포공항 발레파킹 서비스는 사전 고지 없이 중단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B카드사의 경우 골프장 무료이용 서비스에 관해 “제휴 골프장의 사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변경 또는 중단될 수 있다”고 고지했다.

물론 공항라운지 이용, 발레파킹 대행, 골프장 무료이용 등 결제기능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제휴사 서비스 내용에 따라 고액의 멤버십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만들었기에 이는 부당하고 불리한 약관일 수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계약해지 사유를 “본 계약에 위배”, “부당한 거래” 등 추상적·포괄적으로 정한 조항 ▲앱 푸쉬 등 개별통지 수단이 부적절하거나 개별통지를 아예 생략해버린 조항 등도 시정 대상에 올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정요청을 통해 불공정 약관 다수가 시정돼 카드사 등 여전사를 이용하는 소비자 및 중·소기업 등 금융거래 고객들의 피해가 예방될 것”이라며 “사업자의 책임 또한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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