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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의 법적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김기동의 이슈&로]

미국 상장사, 사외이사 80%…한국도 사외이사 입지·역할 커져
“기업 내부에 효과적인 통제시스템 구축·운영해야”

편안하게 사외이사를 할 수 있는 시대는 갔다. 사외이사가 기업 내부에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LawVax) 대표변호사] 사외(社外)이사는 주식회사의 이사로, 상무(常務·회사의 일상적인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비상근이사’다(상법 제382조 제3항).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회사의 경영진, 특히 지배주주에 대한 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화됐다. 2009년에는 상법상 제도로 수용됐다.

미국에서는 상장회사들의 전체 이사진 중 70~80%가 사외이사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미국의 대기업이나 자본 집약적인 산업에서는 사외이사가 중심이 된 이사회가 실질적인 기능을 한다. 이사의 보수를 결정하거나 대표이사를 해임하는 등이다.

하지만 지배주주, 쉽게 말해 오너 경영이 일반화된 한국에서 사외이사는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제금융시장과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식 기업지배구조나 이사회 중심의 경영 원칙이 강력하게 반영된 국제 표준(글로벌 스탠다드)을 채택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사외이사의 입지와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삼성그룹이 도입한 ‘선임사외이사’ 제도가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또 이 제도는 다른 기업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회 소집과 회의 주재의 권한이 있다. 경영진에게 주요 현안과 관련해 보고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사회를 운영하는 것과 관련한 사항을 협의하고, 이사회 의장과 경영진, 사외이사가 잘 소통하도록 중재자 역할도 한다.

사외이사의 역할과 별개로 회사업무와 관련한 사외이사의 법적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책임의 경중이나 범위에서 사내이사, 대표이사와 차이가 있는가? 사외이사는 대표이사나 사내이사처럼 기업 경영에 일상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회의체인 이사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고 결의를 통해 회사 경영에 참여할 뿐이다.

현재 상법은 사외이사와 사내이사의 의무와 책임을 구분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의무로 이사는 회사와의 관계에 있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상법 제382조 제2항, 민법 제681조, 개개인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반인·평균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의무)와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충실의무’를 진다(상법 제382조의3). 

또 경업금지 및 겸직금지 의무(상법 제397조 제1항), 회사기회유용금지 의무(상법 제397조의2 제1항), 자기거래금지 의무(상법 제398조), 이사회에 대한 보고의무(상법 제393조 제4항),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에 대한 보고의무(상법 제412조의2, 제415조의2 제7항), 비밀유지의무(상법 제382조의4)를 지고 있다. 이런 의무는 사외이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문제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의 하나로 판례상 인정되는 이사의 ‘감시의무’다. 법원은 그동안 “이사는 다른 이사의 업무 집행을 감시 감독할 의무가 있고, 이런 의무는 사외이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법원이 대표이사나 사내이사에게 감시 의무의 일환으로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의무’를 인정하자(대법원 2021. 11. 11. 판결 2017다222368 판결 등), 이런 의무까지 일상적인 업무 집행에 관여하지 않는 사외이사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지침이 될 판결을 내놨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79347 판결). ①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도 이를 촉구하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경우 ② 내부통제시스템이 구축됐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의심할 사유가 있어도 이를 외면하고 방치한 경우 등에 대해 사외이사에게도 감시의무 위반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표이사 등에게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의 1차적 의무를 인정하고 사외이사에게 2차적 책임을 부담시킨 것이다.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의무와 관련해 대법원은 회사의 목적과 규모·영업 성격·법령규제 등에 비춰 법적 위험이 크다고 예상되는 업무에 대해 제반 법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준수 여부를 관리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위반 사실이 발견되면 바로 신고하고, 보고를 통해 시정조치를 강구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작동해야 한다고도 봤다.

이사가 이런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어떤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가? 이사가 고의나 과실로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다면 회사에 대해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상법 제399조 제1항). 회사가 이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주주가 회사를 위해 대표소송을 제기하고 책임을 대신 추궁할 수 있다(상법 제403조).

편안하게 사외이사를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사외이사가 기업 내부에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은 필수사항이 됐다. 이들은 이런 시스템이 잘 운영되는지 감시하고, 미진한 사항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해야 한다. 이런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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