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조원 ‘자율주행’ 시장 누가 선점하나…글로벌 기업 공격적 투자 경쟁 치열
[자율주행 시대 선결 조건]①
자율주행 총 6단계 중 ‘레벨 3’ 벤츠·혼다·BMW 등 달성
선도 기업 사고로 안전성 논란…기술 개발 한계 해결해야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단순한 이동 수단에 불과했던 자동차, ‘탈 것’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 10여 년 후 머지않은 미래.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이동성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모빌리티’를 생각하고 있다. 기존에 탈 것의 기준을 제시했던 자동차 제조사부터 인공지능(AI)·빅데이터·정보통신기술(ICT) 업체까지 다양한 산업군에서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자율주행이라는 ‘가설’이 자리 잡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 뛰어든 기업들
‘자율주행’은 사람이 직접 제어하지 않아도 차량이 스스로 판단해 운행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는 자율주행 수준을 총 6단계로 구분한다. ▲운전자가 주행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레벨 0(비자동화) ▲차간거리 및 차선 유지를 돕는 레벨 1(운전자 보조) ▲차량의 조향 및 가감속을 지원하는 레벨 2(부분 자동화) ▲고속도로 등 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차량을 제어하는 레벨 3(조건부 자율주행) ▲시스템 개입의 제약이 최소화되는 레벨 4(고등 자율주행) ▲운전자의 개념이 사라지는 레벨 5(완전 자율주행) 등이다. 레벨 4부터는 주행 제어에 대한 책임이 모두 시스템으로 귀속된다.
2023년 현재, 우리의 삶 속에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레벨 2+다. 차량의 조향과 가감속을 제어하는 시스템이 조금 더 고도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오롯이 차량을 제어하는 레벨 3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물론 레벨 3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혼다, BMW 등 일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레벨 3 상용화에 성공했다. 다만 완벽한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다. 서비스가 일부 지역 및 환경에서만 구현할 수 있도록 제한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자율주행 시장의 가치를 눈여겨본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 연구개발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IT 기업 구글의 자율주행 업체 웨이모는 2009년부터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애리조나·텍사스 등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중국의 검색서비스 기업 바이두는 2013년부터 자율주행 기술에 투자해 2018년 처음으로 로보택시를 선보였다. 현재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GM)는 2016년 5억 달러(약 6500억원)를 투입해 자율주행 스타트업 크루즈를 인수했다. 이후 매 분기마다 7억 달러 내외를 투자한 GM은 2020년 초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보택시 ‘오리진’을 탄생시켰다. 폭스바겐은 2020년 전동화, 자율주행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를 설립했다. 같은 해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율주행 전문업체 앱티브와 모셔널이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포티투닷을 인수하며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도 설립했다.
기업들이 최근 자율주행 관련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코히어런트 마켓 인사이트(CMI)에 따르면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39.9%의 성장률을 보이며 1조5337억 달러(약 199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의 꿈은 언제 현실이 될까
자율주행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하지만 최근 들려오는 소식은 좋지 않다. 자율주행 부문 선도 기업으로 평가받은 GM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GM 크루즈의 로보택시는 지난 10월 사고로 도로 위에 쓰러져있던 보행자를 끌고 6m가량 질주해 논란이 됐다. 이전에도 로보택시가 구급차 등의 운행을 방해한 사례가 있었지만, 직접적인 인명 피해까지 입힌 것이다.
이 여파로 미국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은 GM 크루즈의 로보택시 운행 허가를 취소했다. 뒤이어 애리조나·텍사스 등에서도 운행 허가를 취소하면서 크루즈의 관련 사업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이 여파로 크루즈 창업자인 카일 보그트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했다. 이후 GM의 투자 축소 발표 및 인력 감축 등 후폭풍도 불었다.
자율주행 관련 사업은 세계 전역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포드, 폭스바겐이 공동 투자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 AI는 지난해 말 폐업했다. 이 기업은 구글 웨이모, GM 크루즈 등과 함께 자율주행 부문 선도기업으로 평가받은 곳이다.
자율주행 시대를 꿈꾸는 기업에 이 같은 소식은 악재다. 소비자들의 불신도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자동차협회(AAA)가 올해 초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는 ‘완전 자율주행 이용이 두렵다’고 답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5%)보다 13%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전 자율주행으로 가기 위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레벨 3에서 레벨 4 수준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테스트 과정에서 개발된 각종 기술이 오토 발렛(자동주차), 능동형 안전장치 등으로 응용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세계 최초로 심야 자율주행 버스가 운행되지만 운전자 및 안전요원 등이 동승한다. 글로벌 시장 모두가 동일한 상황이다. 투자 대비 얻는 것이 매우 떨어진다. 현재는 숨 고르기 시점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자율주행의 현실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자동차·게임·ICT 업계는 자율주행 연구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자율주행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 실현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전청조, 항소심서 감형..."끝까지 용서 구하겠다"
2'한국판 마블' 무빙, 시즌2 나온다..."제작 초기 단계"
3한미사이언스, "4인 공동출연 재단은 임시주총서 중립 지켜야"
4美 법무부, 구글에 '크롬' 강제 매각 요청...왜?
5정부, 취약계층 복지·일자리에 95조 썼다
6외국인 노동자 3만명 사용 신청 받는다...제조업 2만명 '최다'
7대출 조이자 아파트값 '뚝뚝'...서울은 35주 연속 상승
8기술력 입증한 바디프랜드, ‘CES 2025 혁신상’ 3개 제품 수상
9SK스퀘어, 2000억 자사주 소각 나선다..."주주환원 나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