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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 초등생의 용돈카드 ‘퍼핀’, 엄마들 선택받은 비결은[이코노 인터뷰]

“국내서 가족 금융 관리받을 곳 없어”
“자녀 용돈관리·교육 시장성 검증은 완료…수익 모델 발굴 힘쓸 것”

이민희 레몬트리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살아가는 데 있어 밑바탕이 되는 대부분의 상식, 습관, 태도는 초등학생 때 형성됩니다. 자녀들이 돈을 어떻게 해야 적게 쓰고 저축하는지, 나아가 어떤 소비가 가장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 겪어봐야 해요. 그 경험을 누가 억지로 가르쳐서가 아닌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끔 레몬트리가 만들고자 합니다.”

한국 사람 대다수는 어렸을 때 금융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성인이 돼서야 예·적금, 대출, 주식 투자 등을 어떻게 하는지 급하게 찾아보곤 한다. 그렇게 사실상 ‘금융 문맹’으로 자라다 보니 부모가 돼도 막상 아이에게 돈과 경제개념을 어떤식으로 가르쳐야 할지 막막하다.

‘이코노미스트’와 만난 이민희 레몬트리 대표는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가정과 기업, 교육기관을 통해 아이들에게 금융을 가르치고 경제적 독립까지 이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나 한국에서는 가족의 금융 생활에 자문이나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마땅치가 않다”고 털어놨다.

이 대표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패밀리 파이낸스’(가족 금융)의 필요성을 더욱이 피부로 느낄 수밖에 없던 차였다. 결국, 그는 2021년 7월 ‘우리 가족의 첫 금융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기치로 에듀 핀테크 레몬트리를 설립했다.

하지만 의지와 다르게 서비스를 선보이기까지의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아이들을 위한 용돈카드를 출시하려면 전자금융업자 라이선스가 필요했던 것. 이 대표는 “과거에도 두 번의 창업을 했지만 금융업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라이선스 취득의 어려움에 대해 잘 몰랐다”며 “‘아이와 가족에게 돈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가르치고 싶은데 실제 금융 생활을 하지 않고 지식적인 수준에서만 머물면 의미가 없다’고 금융위원회 측을 꾸준히 설득했다”고 했다.

퍼핀 카드 안내. [제공 레몬트리]
마침내 2022년 말 레몬트리는 전자금융업 등록을 마치고, 2023년 3월 용돈 관리 및 교육 플랫폼인 ‘퍼핀’(firfin) 앱을 출시했다. 퍼핀은 말 그대로 첫 번째(first) 핀테크(fintech)의 줄임말이자, 암수가 함께 알을 품는 새인 퍼핀(코뿔바다오리)의 가족주의적인 모습을 담고 있기도 하다. 

‘아이 공감’ 퀴즈로 금융지식 자연스럽게 높인다

그런데 퍼핀 서비스의 중심인 용돈카드, 즉 미성년 대상 선불카드는 이미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2020년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토스뱅크·케이뱅크·하나은행·KB국민은행·우리은행 등 쟁쟁한 1금융사들이 현재까지 속속 미성년 선불카드를 출시했다. 이런 가운데 신생 스타트업인 레몬트리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이민희 레몬트리 대표가 지난 2023년 11월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킨스타워 레몬트리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신인섭 기자]
그러나 이 대표는 퍼핀은 2가지 차별점이 있다고 역설했다. 우선 아이에게 단순히 카드를 발급해주는 것이 아닌 부모(주로 엄마)가 컨트롤(통제)할 수 있게 만들어놨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대표는 “퍼핀 카드는 엄마가 카드를 신청하고, 사용 내역을 볼 수 있으며, 카드를 잃어버릴 때도 엄마가 직접 분실 신고와 해지를 할 수 있다”며 “처음에는 엄마가 이끌어주되 점점 아이가 운전해 나아갈 수 있는 유기적인 사이클을 만들어 놨다”고 설명했다.

퍼핀의 또 다른 큰 축인 교육 콘텐츠도 차별되는 강점이다. 메타버스 공간인 ‘퍼핀월드’를 생활 속 필수금융 지식을 게임처럼 재미있게 익히도록 만들었다. 예컨대 ‘우리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친구가 있는데 1만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이 친구는 분명히 돈을 갚을 것이다’라는 아이들이 실제로 겪을 수 있는 상황의 OX 퀴즈를 낸다. 정답은 당연히 X다. 핵심은 ‘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신용)은 성적과 무관하다’라는 점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이렇게 퍼핀월드에서 다양한 퀴즈를 풀면 보상(용돈)이 주어진다. 이 보상은 부모의 설정에 따라 추가 지급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부모들은 교육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에는 지출을 아까워하지 않는 데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며 “용돈 관리와 금융교육을 한 번에 다 잡아내니 엄마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숙제는 수익 모델 창출…연내 구독 서비스 도입

부모들의 높은 만족도는 수치가 증명하고 있다. 지난 2023년 10월 말 기준 퍼핀 카드 발급 수는 7만장이며, 누적 결제액은 87억원으로 나타났다. 출시 초와 비교하면 월간 충전금은 603배나 늘어났다. 이 대표는 “초기 성과를 보면 엄마들이 컨트롤하기 쉽고 교육 콘텐츠가 접목된 서비스가 먹힐 것이란 가설은 검증이 완료됐다”며 “이제는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가 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민희 레몬트리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에 퍼핀은 2024년 2월 연간 구독권 모델의 유료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다. 현재는 아이들이 풀 수 있는 퀴즈가 한정돼 있지만, 구독을 하게 되면 새로운 퀴즈들이 매달 추가된다. 또 유료 구독 시에는 보상이 2배가 돼 아이들의 학습 의욕을 고취시킬 예정이다.

이밖에도 장기적인 수익 모델을 위해선 금융, 콘텐츠, 광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도할 것이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레몬트리 구성원들의 강점은 급변하는 산업의 흐름을 빠르게 잡아내서 실행하는 능력”이라며 “거대하고 긴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시기에 맞춰 여러 방향의 수익원들을 도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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