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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가능성 실종’ 게임·유통업계…신용등급 하향 폭격

[고조되는 신용위기] ①
펄어비스·컴투스·이마트,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업황 악화 속 외형 축소…비용 증가에 수익성 둔화

이마트 연수점 전경. [사진 이마트]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연말에 접어들면서 게임과 유통업계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두 업계 모두 실적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외형이 눈에 띄게 축소됐고, 성장 원동력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신작 부진과 경쟁심화, 소비 위축 등 대외 불확실성 여파로 게임업계와 유통업계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신용등급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와 컴투스, 이마트는 이달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부정적’ 등급 전망은 중기적으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펄어비스와 컴투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이마트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박’ 신작 부재에 부진 지속

펄어비스와 컴투스의 신용등급 전망이 조정된 것은 신작 부재 및 흥행 실패 영향이 크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않고 신작 게임 의존도가 높은 게임사 특성상 새로운 게임이 부진할 경우 실적 악화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실제 펄어비스의 올해 3분기 누계 기준 10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한 2490억원을 기록했다. 펄어비스는 올해 퍼블리싱 신작 ‘블랙클로버’를 출시했지만 매출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다. 검은사막을 비롯한 기존 게임들의 부진이 뼈아프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인건비를 비롯한 전반적인 영업비용 증가로 수익성 또한 완연한 저하세를 보이고 있다. 붉은사막을 비롯한 신작 출시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컴투스 역시 연이어 내놓은 신작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적자의 늪에 빠졌다. 컴투스는 제노니아와 미니게임천국 등 적극적으로 신작을 출시했지만 3분기에만 1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3분기 누계 기준으로는 21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 매출은 18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컴투스는 자체 사업의 수익성이 과거 대비 둔화됐고, 미디어 및 콘텐츠 부문의 손실이 지속되면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기평은 “펄어비스는 2018~2021년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수의 지분투자가 진행됐다”며 “영업현금창출력 약화에도 추가적인 지분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재무완충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컴투스의 경우) 을지로 신사옥 및 마곡 연구개발(R&D) 센터 건설 관련 투자가 예정돼 있다”며 “미디어·콘텐츠 부문의 사업 확장을 위한 추가적 지분투자가 진행될 경우 순현금 소진 등으로 인해 재무 완충력이 빠르게 저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붉은사막 이미지. [사진 펄어비스]


무색해진 1위 대형마트 타이틀

이마트는 국내 1위 대형마트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수익창출능력이 약화되며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 이마트는 공격적인 사업확장으로 외형 성장세는 유지되고 있지만 영업수익성은 지난 2021년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만 보더라도 영업이익이 779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22.6% 줄었다. 매출은 7조709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2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당기순이익은 201억원으로 83.8% 급감했다.

여기에 계열사와 지분투자를 단행했던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도 이마트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의 3분기 누계 기준 지분법 총이익은 15억원으로 전년 동기 111억원 대비 86.5% 급감했다. 이마트 계열사들의 3분기 순손실 규모도 1031억원으로 같은 기간(146억원) 대비 대비 7배 이상 증가했다. 

한신평은 “온라인 부문은 지마켓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확장전략을 펼쳤으나, 높은 경쟁강도 하에서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며 “인수 과정에서 식별한 무형자산에 대한 상각비도 실적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투스 제노니아 이미지. [사진 컴투스홀딩스]

반등 기대도 무리

문제는 펄어비스와 컴투스, 이마트 모두 실적 반등 기대감이 낮다는 점이다. 내년에도 대외 불확실성 해소 여부가 확실치 않아 실적 하방 압력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평가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이유로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한기평은 국내 게임 업황 둔화와 불확실한 신작 출시 시점을 이유로 펄어비스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붉은사막의 개발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단기간에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컴투스 역시 국내 게임 시장 위축과 더불어 콘텐츠 자회사들의 제작비 증가 영향으로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 역시 향후 현금흐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늘어나고 있고 근거리·소량 구매패턴이 고착화되는 등 이마트에 불리한 시장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마트가 밝힌 계열사의 물류 및 구매 통합체계를 구축해 비용효율화에 나서겠다는 계획 역시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내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신평은 “고금리,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민간 소비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주력인 대형마트 부문의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요 경쟁사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지는 상황에서 영업이익 전환까지 상당한 시간과 경쟁력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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