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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 분리 사이’…에어부산에 쏠린 눈

[LCC 전성 시대] ②
통합 완료되면 초대형 LCC 등장
“무산 시 대혼란 속 각자도생” 전망 

에어부산 항공기. [사진 에어부산]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올해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결과가 LCC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애초 계획대로 통합이 이뤄지면,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아우르는 국내판 대형 LCC가 시장에 등장, 자연스럽게 LCC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에어부산이 분리 매각되면 “코로나19 사태 전 LCC 시장 상황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진단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진에어와 에어부산 통합 여부에 따라 LCC 시장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국적 LCC 경쟁 심화를 고려하면, 통합 후 시장 재편이 바람직하다”라고 지적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이자 국적 LCC인 에어부산 분리 매각 여부를 섣불리 예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통합 효과 등을 고려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내 LCC들의 결합이 바람직해 보이지만, 내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부산을 중심으로 에어부산을 분리해 매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은 변수다. 박형준 부산시장,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 12월 12일에 부산에 방문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에게 건의문을 전달하고 에어부산 분리 매각을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강석훈 회장은 “양대 항공사(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2월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에어부산 분리 매각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열어뒀다.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항공기. [사진 연합뉴스]

진에어·부산에어 등 통합 시 LCC 셈법 복잡해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진에어와 에어부산 등이 결합하면 제주항공을 넘어서는 국적 1위 LCC가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올해 별도 기준으로 1~3분기 누적 실적 규모를 따지면, 진에어의 1~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340억원, 1354억원으로 나타났다. 에어부산의 경우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6418억원, 영업이익은 125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에도 국적 1위 LCC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되는 제주항공의 1~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289억원, 1383억원 정도다. 단순 매출액과 영업이익 규모만으로도 압도적 1위 LCC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선 “진에어와 에어부산 통합 과정에서 일부 중첩되는 사업에 대한 조정 등은 있겠지만, 이를 참작해도 통합 LCC는 독보적인 1위 LCC가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등이 통합되면 국적 LCC들의 셈법은 복잡해질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국적 LCC 중에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등 중장거리 노선 확장을 꾀하는 LC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으로 이득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장거리 노선을 신사업으로 육성하는 티웨이항공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시장에 나올 이른바 ‘알짜 중장거리 노선’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계획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내 LCC가 합쳐지면 국적 LCC 숫자도 줄기 때문에, 그간 LCC를 괴롭힌 경쟁 심화도 다소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국적 LCC 1위 자릴 지켜온 제주항공에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는 셈”이라고 했다. 

에어부산 분리 매각…LCC 각자도생 돌입

에어부산 분리 매각이 이뤄지면 국적 LCC들은 각자도생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까진 코로나19 사태 종결 이후 폭증한 항공 여객 수요로 성장 흐름을 이어갔지만, 내년부터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경쟁 심화 국면으로 서서히 진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에어부산 지분이 있는 부산 기업들이 에어부산을 인수할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LCC 경쟁 심화 상황을 또다시 맞게 될 것”이라며 “과거 경쟁 심화 구도에서 생존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스타항공이나 에어서울 등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중장거리 노선 확장보다 기존 LCC 사업에 집중하면서 항공기 구매 등 규모의 경제를 꾀한 제주항공이 확고한 1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실제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지난 2018년 11월 보잉과 B737-8 50대(확정 40대, 옵션 10대)에 대한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구매 항공기 도입도 늦춰졌는데, 지난 11월에 B737-8의 첫 도입을 완료했다. 제주항공은 구매 계약을 맺은 항공기를 순차적으로 들여와 현재 운용 중인 B737-800NG를 B737-8로 전환할 계획이다. 차세대 항공기 비중을 늘려 연료비 절감 등을 꾀하면서, 기존 항공기 임차 방식에서 벗어난다는 전략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대형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구매한 항공기 비중을 확대해 임차료 등의 비용을 줄인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기존보다 연간 12%가량의 운용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게 제주항공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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