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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세계 흥행’ 또 증명한 ‘경성크리처’…‘가입자 이탈’ 넷플릭스 구원투수?

요금제 인상에 성장세 꺾인 넷플릭스…3개월 만에 MAU 82만명↓
등장과 동시에 세계 강타한 ‘경성크리처’…글로벌 흥행 톱2 안착
“K-콘텐츠 흥행 공식 입증했지만, 가입자 방어 여부 불투명”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 포스터. [제공 넷플릭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다시 증명됐다. 한국이 만든 콘텐츠에 세계가 또 열광하고 있다. 이번엔 시대극이라 의미가 더 깊다는 평가가 나온다. 1945년 봄, 일제 강점기가 끝나기 직전이라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때를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도 일본에서 인기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타고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경성크리처’에 대한 얘기다.

넷플릭스가 요금을 인상하며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이 만든 ‘글로벌 흥행작’이 등장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요인으로 꼽힌다. OTT업계에선 K-콘텐츠 인기가 얼마나 가입자 이탈을 방어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시대극에 크리처물 버무린 장르…단숨에 글로벌 톱2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는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10부작 드라마다. 시대극과 크리처물이 결합한 스릴러란 독특한 장르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경성크리처’의 각본을 쓴 강은경 작가는 1945년을 두고 “들추다 보면 매우 많은 이야기가 금광처럼 묻혀있는 시대”라고 했다.

‘경성크리처’는 지난 22일 파트1이 공개된 직후부터 세계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홍콩·대만·싱가포르 등 44개국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25일에는 14개 국가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서 24일부터 이틀 연속 넷플릭스 TV쇼 부문 월드 랭킹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일본에서 톱10을 유지하며 인기를 구가 중이다. ‘경성크리처’의 일본 순위는 ▲23일 7위 ▲24일 2위 ▲25일 3위를 기록했다.

‘경성크리처’는 파트2까지 한 번에 촬영된 작품이다. 파트2가 오는 2024년 1월 5일 공개를 앞두고 있어 장기간 흥행이 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700억원이란 대규모 제작비와 박서준·한소희·수현·김해숙·조한철·위하준 등 ‘인기 배우’의 출연으로 공개 전부터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또 ‘스토브리그’로 제56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드라마 작품상을 수상한 정동윤 감독과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구가의 서’를 쓴 강은경 작가의 만남도 기대 요인으로 꼽혔다.

정 감독은 “크리처에도 스토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비정형성을 띤 모습과 뭉개진 얼굴을 가진 크리처를 탄생시켰다”며 “연출에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진짜 같이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설정한 ‘1945년 봄’이라는 시기와 ‘경계’라는 말은 잘 어울릴 수밖에 없었다”며 “과분한 작품이라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했고 머릿속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걸 짜낸 것 같아서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경성크리처’의 흥행에 따라 제작사도 관심을 받고 있다. 글앤그림미디어·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담당했고, 스튜디오드레곤이 공동 제작사로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엔터는 ‘경성크리처’ 외에도 올해에만 ▲최악의 악 ▲무인도의 디바 ▲도적 : 칼의 소리 ▲남남 ▲좀비버스 등 약 30편의 콘텐츠를 쏟아내며 ‘제작 역량’을 입증했다. 글앤그림미디어는 카카오엔터의 자회사다.

K-콘텐츠 인기로 성과올린 넷플릭스, 이번엔?

한국 기업이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제공해 글로벌 인기를 구가한 작품은 ‘경성크리처’ 외에도 많다. 시장에선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로 시장 방어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최근 발표한 ‘시청현황(인게이지먼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 3위로 ‘더 글로리’(시즌1)가 꼽혔다. 이 기간 무려 6억2280만 시간이 시청된 것으로 집계됐다. 시청 시간 100위권 내에 한국 작품이 14개 포함됐다.

올 상반기 스테디셀러 작품으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1억3590만 시간) ▲사내맞선(1억270만 시간) ▲사랑의 불시착(1억2030만 시간) 등이 이름을 올렸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콘텐츠 담당)는 “한국 작품은 아시아태평양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2 포스터. [제공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글로벌 흥행이 넷플릭스의 국내 신규 가입자 모집으로 연결될지에도 시장의 관심이 높다.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시장에 상륙한 뒤 큰 부침 없이 성장해 왔다. 2021년 3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10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빠르게 외연을 키웠다.

다만 최근 이런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가 운영하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넷플릭스의 MAU는 1141만명을 기록했다. 지난 8월 1223만명과 비교하면 82만명이 빠진 수치다.

이는 사실상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인 데다 요금제 변경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는 지난 11월 한집에 살지 않는 사람과의 계정 무료 공유를 막았고, 최근에는 월 9500원 1인 요금제(베이식 멤버십) 신규 구독 접수도 중단했다.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가 앞으로 광고 없이 콘텐츠를 보려면 최소 월 1만3500원을 내야 한다. 사실상 구독료가 4000원 오른 셈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구독료 상승에 따른 가입자 감소를 넷플릭스가 신규 K-콘텐츠를 통해 얼마나 방어할지가 관건”이라며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초를 맞아 공개한 ‘경성크리처’가 글로벌 흥행 조짐을 보이곤 있지만, 국내 가입자 성장을 확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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