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한 마리 3만원 실화냐”…치킨업계, 뿔난 소비자·칼 빼든 정부에 ‘진땀’ [승자 없는 치킨값 경쟁]②
- 정부, ‘천정부지’ 치킨값 단속 나서
‘중량 축소’ 논란 교촌, 국감서 뭇매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에 따르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0월 16일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가 먹거리 물가를 안정화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일부 프랜차이즈 치킨업체는 가격을 동결하는 척하며 음식 중량을 줄이거나 저렴한 부위로 원재료를 변경하는 등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강 실장은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슈링크플레이션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교촌이 쏘아 올린 ‘슈링크플레이션’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의 중심에는 ‘교촌치킨’이 있다. 교촌에프앤비가 운영하는 교촌치킨은 지난 9월 11일 순살치킨의 중량을 700g에서 500g으로 줄였다. 100% 닭 다리 살을 쓰던 순살 메뉴에는 단가가 낮은 닭가슴살을 일부 섞기로 했다. 치킨 조각에 소스를 일일이 붓으로 바르던 조리법도 양념을 한꺼번에 버무리는 ‘텀블링(버무림) 방식’으로 변경했다.
중량과 품질이 낮아졌는데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꼼수 인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핵심 재료를 변경하면서 소비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 점도 불만을 키웠다.
논란이 이어지자 교촌치킨은 올해 국정감사에 소환돼 여야 의원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지난 10월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교촌의 순살치킨 중량 축소를 “전형적인 슈링크플레이션”이라면서 “변경된 내용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촌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고객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오는 11월 20일부터 ▲간장순살 ▲레드순살 ▲반반순살(간장+레드) ▲반반순살(레드+허니) 4개 메뉴의 중량과 원육 구성을 기존대로 되돌리기로 했다. 변경했던 소스 도포 조리법도 붓질 방식으로 원상복구한다.
교촌 관계자는 "이번 순살 메뉴 리뉴얼 출시 이후 중량과 원육 변경에 대한 고객의 질책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전했다.
교촌치킨은 ‘치킨 3만원’ 시대를 연 주범으로도 꼽힌다. 교촌은 지난 2018년 5월 업계 최초로 ‘배달비 2000원’을 공식 도입했다. 지난 2023년엔 치킨 프랜차이즈 3사(bhc·BBQ·교촌) 가운데 가장 먼저 가격을 올려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요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치킨값은 계속 치솟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푸라닭 치킨을 운영하는 아이더스에프앤비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주요 치킨 메뉴 10종을 1000원씩 올렸다. 지난 4월에는 지코바치킨이 모든 메뉴의 가격을 2500원 인상했다.
작년부터 햄버거·커피 업계에서 시작된 ‘이중가격제’(배달 전용 가격제)가 올해 들어 치킨 업계로 확산하면서 평균 치킨 가격은 더 상승했다. 자담치킨은 지난 4월 치킨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이중가격제를 도입해 배달 메뉴 가격을 매장보다 2000원 높게 책정했다.
올해 6월엔 bhc치킨이 가맹점주가 배달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상당수 가맹점이 가격을 2000원가량 올렸다. 교촌치킨은 지난달 서울 지역 가맹점의 90% 이상이 배달 앱에서 주요 메뉴 가격을 권장 소비자가격보다 2000원 올렸다.
“‘꼼수 인상’ 무리수지만 업계 상황 절박”
프랜차이즈 업계는 “중량 축소와 이중가격제 등 실질적 가격 인상에 대한 비판을 이해한다”면서도 “소비자 만족도를 유지하며 가맹점주의 수익성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제9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협회장으로 당선된 나명석 자담치킨(웰빙푸드) 회장은 지난 10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은 무리수지만 업계 상황이 절박하다”며 배달 앱 수수료 부담으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나 회장은 “치킨 한 마리 매출에 배달 앱이 가져가는 비용은 7000~8000원”이라면서 “가맹점 마진을 전부 가져가다 보니 소비자가 도와주지 않으면 자영업자의 생존이 위태로운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 치킨업계 관계자는 “튀김유 등 원부자재 가격을 비롯해 인건비와 플랫폼 수수료 등의 비용도 계속 오르는데 원자재 인상분을 본사에서 부담하면서 공급가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배달 앱 수수료 완화나 원재료 가격 인상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교촌의 꼼수 인상 논란과 관련해서는 “타 사의 경우 프라이드 치킨 등 닭 한 마리를 다 쓰는 메뉴가 가장 잘 팔리는데 교촌은 닭 다리와 날개만으로 구성된 ‘콤보’가 가장 인기가 많다”면서 “업체에 육계를 공급하는 사업자 입장에선 닭 다리와 날개 등 선호 부위만 판매하면 닭가슴살 등 비선호 부위 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부분육 판매를 꺼려 수급이 불안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료 확보가 어려운 데다 붓으로 소스를 발라야 하는 조리 방식의 특성상 인건비도 많이 들어 가맹점주의 수익성은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점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원재료와 조리 방식을 바꾸고 배달 앱 전용 가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정무위 국감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촌의 원재료 공급 차질 문제를 지적하자 송 대표는 “부분육을 주로 사용하는 사업 구조상 매년 수급 불안정을 겪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대처가 미흡했지만, 올해 다각도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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