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비싸게 팔아도 남는 것 없다"...프랜차이즈 치킨 점주들의 울분 [승자 없는 치킨값 경쟁]③
- 닭 한 마리 팔아도 실수익은 1500원 안팎에 불과
로열티 대신 유통마진, 점주 부담 가중
차액가맹금 대신 로열티 체계 도입 요구 목소리 커져
핵심은 본사가 식자재와 포장재를 공급하며 챙기는 차액가맹금, 즉 유통마진이다. 명목상 물류비나 품질관리비로 포장되지만, 실상은 본사 수익의 핵심이다. 로열티 대신 차액가맹금이 고착된 구조 속에서 본사는 물류가 늘수록 돈을 벌고, 점주는 재료비 부담에 시달린다.
더욱이 치킨값이 매년 오르지만 점주의 이익은 늘지 않는다. 가격 인상분이 본사 납품가와 물류비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비싼 치킨에, 점주는 줄어드는 이익에 한숨을 쉰다.
팔아도 즐겁지 않다
서울 시내에서 유명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 중인 A씨(42)는 매일 오후 2시에 출근해 새벽 5시에 퇴근한다. 본사 물류 차량이 도착하면 닭고기와 양념, 포장재를 정리하고, 조리 기름을 교체한 뒤 후드와 집기를 닦는다. 오후 6시부터 주문이 몰리면 열기가 쏟아지는 주방에서 밤새 불 앞을 지킨다. “팔면 팔수록 고되다”는 그의 말엔 체념이 묻어난다. “하루 열두 시간을 일해도 손에 남는 돈은 많지 않습니다. 치킨값이 올라 비싸게 팔아도 남는 게 없어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먹고살기 위해 버티는 것뿐입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B씨(39)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그는 매장 문을 닫지 않은 채 배달 오토바이에 오른다. “내 치킨을 배달하는 게 아니라, 남의 치킨을 배달합니다.” 매출은 늘지만 수익이 거의 남지 않아 생계를 위해 투잡을 뛴다. 비가 오면 배달료가 올라 위험을 감수하고 도로 위로 나선다. “치킨을 팔아서는 손에 쥘 돈이 없어요. 버티려면 직접 배달이라도 해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평균 차액가맹금은 점포당 3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외식업 전체 평균(2300만원)보다 1.5배 높다. 제과제빵(2300만원), 한식(2200만원), 피자(2100만원) 등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매출 대비 차액가맹금 비율 역시 치킨이 가장 높다. 치킨 가맹점의 평균 연매출 3억1200만원 가운데 약 8.6%가 본사로 흘러간다. 커피(6.8%), 제과제빵(5.7%), 피자(5.0%)보다 모두 높은 수치다. 팔수록 본사 이익이 커지는 구조가 수치로 드러난다.
본사로 흘러가는 ‘숨은 로열티’
지난해 생닭 도매가격은 1㎏당 평균 3122원이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물류망을 거치는 순간 가격은 달라진다. 본사는 도계업체로부터 닭을 3100원 안팎에 매입해 염지·가공 등의 과정을 거친 뒤, 유통관리비·보관료·품질보증비 등의 명목으로 평균 8.6%의 마진을 붙인다.
결국 가맹점에는 닭 한 마리당 약 270원이 추가된 3390원 수준으로 납품된다. 시장 도매가보다 약 9% 비싼 가격이다.
이 마진은 닭고기뿐 아니라 양념, 파우더, 절임무, 포장재 등 모든 필수품목에도 적용된다. 각 품목마다 5~10%씩 붙는 차액가맹금이 누적되면, 치킨 한 마리당 본사로 흘러가는 금액은 평균 1000~1200원에 달한다.
반면 점주가 닭 한 마리를 팔아 남기는 순이익은 평균 1500~1800원 수준이다. 한 마리를 팔 때마다 점주의 이익만큼의 돈이 본사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매장이 월 1000마리를 판매하면 닭고기에서만 약 27만원, 필수자재 전체를 포함하면 100만~120만원이 본사로 간다.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대부분은 닭고기·양념·포장재를 ‘필수품목’으로 지정해 가맹점이 외부 도매시장에서 더 저렴한 원재료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한다.
본사는 “브랜드 맛과 품질의 일관성”을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출과 무관하게 이익이 쌓이는 견고한 구조를 만든 셈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치킨은 타 업종보다 원·부자재가 많아 필수품목 지정 비율이 높다”며 “필수품목이 많을수록 차액가맹금 규모가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본사가 권장품목으로 돌리면 점주 부담이 줄겠지만, 그렇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로열티 제로’의 착시…구조 개편이 해법
해외 주요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매출의 일정 비율(3~5%)을 로열티로 받는다. 매출이 늘면 본사 수익도 늘지만, 그만큼 브랜드 관리·마케팅 투자도 함께 이뤄진다.
반면 국내 치킨업계는 ‘로열티 없음’을 내세우며 차액가맹금 중심 구조를 유지해왔다. 점주 입장에선 초기 진입이 쉬워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본사로 돌아가는 유통마진이 눈덩이처럼 쌓인다.
업계 전문가는 “로열티는 공개되지만 차액가맹금은 납품 단가에 녹아 있어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은폐된 로열티”라고 지적했다.
치킨 한 마리(판매가 약 2만원)의 원가 구조를 보면, 원재료비 45%, 인건비 25%, 임대료 10%, 배달앱 수수료 10%, 기타 비용 5%가 빠진다. 남는 순이익은 5~8%에 불과하다. 여기에 차액가맹금이 더해지면 실질 수익은 더 줄어든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치킨 가맹점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6.3%에서 4.8%로 하락한 반면, 본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3%대에서 15%대로 상승했다.
최근 bhc치킨, 교촌, BBQ 등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맹점주들은 본사를 상대로 과도한 차액가맹금 부과를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업계는 “이번 1심 결과가 차액가맹금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외식업 가맹본부의 원·부자재 거래 투명성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 정부 관계자는 “필수품목 지정의 적정성과 차액가맹금 산정 방식을 검토해 불공정 소지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이제 ‘로열티 중심의 투명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지금 구조는 점주가 많이 팔수록 본사 이익이 커지는 일방향형 시스템”이라며 “공정한 로열티 체계로 바꾸지 않으면 산업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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