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잔여영구채 쥔 산업은행…‘책임론’ 나오는 이유는
[배 품은 닭, HMM 인수전 결말은]③
산은, 영구채 주식전환시 2대주주 등극
HMM 매각으로 자기자본 확충·건전성 개선
팬오션은 유증 불가피…산은 책임론도 나와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HMM의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이 선정되면서 산업은행은 HMM 매각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7년 만에 최대주주 자리는 하림에 내어주게 됐지만, 산업은행과 HMM의 관계가 완전히 정리되는 건 아니다. 아직 1조6800억원에 달하는 영구채가 남아있어서다. 산은이 이를 주식으로 전환해 단계적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HMM과 하림그룹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산업은행의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산은이 HMM 지분 매각으로 자기자본 확충 등 재무건전성 개선 효과를 얻은 반면, 인수 측인 팬오션은 조단위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을 추진해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해지면서다. 산은이 HMM 매각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털어내기 위해 하림그룹의 무리한 인수 계획을 눈감아줬다는 지적이다.
잔여 영구채 3억3600만주…2025년 지분 32.8%
하림그룹 컨소시엄(하림-JKL파트너스)은 인수 주체인 팬오션을 통해 HMM 지분 57.9%(3억9879만156주)를 인수한다. 인수 금액은 6조4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하림그룹 측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2024년 상반기 중으로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HMM의 전신은 옛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상선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운업이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경영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고, 2016년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이 관리에 나서면서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의 경영난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2조6800억원 규모 영구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자금 지원에 나섰다. 이 가운데 1조원 규모 영구채(2억주)는 주식으로 전환해 하림 측에 매각하지만, 나머지 1조6800억원 규모(3억3600만주)는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문제는 산은이 잔여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인수 측인 하림그룹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2024년 5월부터 2025년까지 5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경우 산은 측의 지분은 현재 0%에서 2024년 5월 2.8%, 6월 8.0%, 10월 21.8%, 2025년 4월 32.8%까지 늘어나게 된다. 같은 기간 인수 측 지분율은 57.9→56.2→53.2→45.3→38.9%로 줄어든다.
잔여 영구채 전환이 완료되는 2025년 4월 산은과 하림 측의 지분율 격차는 6.1%포인트로 줄어든다. 하림 입장에선 2대 주주 산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일각에서 하림의 HMM 인수를 두고 ‘승자의 저주’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인수자의 경영권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림그룹이 산은에 잔여 영구채의 주식 전환 3년 유예를 요청했다는 사실은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HMM 노조 “산은, 투자금 회수 위한 졸속매각”
산업은행은 HMM 지분 매각으로 건전성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낼 것으로 보인다. 산은의 2023년 3분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HMM 주가가 하락하면서 13.66%로 떨어졌다. BIS 비율은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매각 절차가 완료되면 HMM 매각가에서 장부가를 제외한 만큼 산은의 자기자본이 확충돼 BIS비율 개선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또 HMM 주가 변동으로 인한 BIS 비율 악화 우려도 덜어낼 수 있다.
아직 매각가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하림 측이 제시한 HMM 인수금액은 6조4000억원 수준이다. 산은과 해진공 보유 지분에 대한 가격이므로, 산은 지분 29.2%에 대한 매각가는 3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2022년 산은 감사보고서상 HMM 장부가는 1조9745억원인 만큼 향후 산은은 차액인 1조2200억원 가량의 자기자본 확충 효과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 통해 BIS 비율은 0.4~1%포인트 가량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 역시 BIS 비율 개선을 위해 HMM 매각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2023년 6월 기자간담회에서 “HMM 주가가 1000원 움직이면 산은의 BIS비율에 0.07%포인트 만큼 영향을 준다. 13%대로 떨어진 BIS 비율 등 산은의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려면 HMM 매각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산은이 재무 건전성 제고를 위해 매각을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HMM 노조는 2023년 12월 22일 성명서를 내고 HMM 인수와 관련해 주식매매계약의 조건으로 어떠한 협의가 있었는지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외국 선사들이 적자로 돌아섰고, 해운업에서 치킨게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이 전반적으로 잘 돌아갈 수 있게끔 하는 게 산업은행 본연의 목적인데, 정작 해운업이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산업은행이 HMM 매각을 투자금 회수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 운송선박 공급 과잉으로 치킨게임은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지금의 다운사이클을 HMM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지, 경쟁력은 있는지 가늠하는 게 우선일 텐데, 산업은행의 이번 결정은 돈 될 때 팔아서 투자금을 회수겠다는 ‘졸속 매각’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각에선 산업은행의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산은이 HMM 지분 매각으로 자기자본 확충 등 재무건전성 개선 효과를 얻은 반면, 인수 측인 팬오션은 조단위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을 추진해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해지면서다. 산은이 HMM 매각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털어내기 위해 하림그룹의 무리한 인수 계획을 눈감아줬다는 지적이다.
잔여 영구채 3억3600만주…2025년 지분 32.8%
하림그룹 컨소시엄(하림-JKL파트너스)은 인수 주체인 팬오션을 통해 HMM 지분 57.9%(3억9879만156주)를 인수한다. 인수 금액은 6조40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하림그룹 측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2024년 상반기 중으로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HMM의 전신은 옛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상선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운업이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경영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고, 2016년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이 관리에 나서면서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의 경영난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2조6800억원 규모 영구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자금 지원에 나섰다. 이 가운데 1조원 규모 영구채(2억주)는 주식으로 전환해 하림 측에 매각하지만, 나머지 1조6800억원 규모(3억3600만주)는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문제는 산은이 잔여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인수 측인 하림그룹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2024년 5월부터 2025년까지 5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 경우 산은 측의 지분은 현재 0%에서 2024년 5월 2.8%, 6월 8.0%, 10월 21.8%, 2025년 4월 32.8%까지 늘어나게 된다. 같은 기간 인수 측 지분율은 57.9→56.2→53.2→45.3→38.9%로 줄어든다.
잔여 영구채 전환이 완료되는 2025년 4월 산은과 하림 측의 지분율 격차는 6.1%포인트로 줄어든다. 하림 입장에선 2대 주주 산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일각에서 하림의 HMM 인수를 두고 ‘승자의 저주’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인수자의 경영권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림그룹이 산은에 잔여 영구채의 주식 전환 3년 유예를 요청했다는 사실은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HMM 노조 “산은, 투자금 회수 위한 졸속매각”
산업은행은 HMM 지분 매각으로 건전성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낼 것으로 보인다. 산은의 2023년 3분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HMM 주가가 하락하면서 13.66%로 떨어졌다. BIS 비율은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매각 절차가 완료되면 HMM 매각가에서 장부가를 제외한 만큼 산은의 자기자본이 확충돼 BIS비율 개선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또 HMM 주가 변동으로 인한 BIS 비율 악화 우려도 덜어낼 수 있다.
아직 매각가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하림 측이 제시한 HMM 인수금액은 6조4000억원 수준이다. 산은과 해진공 보유 지분에 대한 가격이므로, 산은 지분 29.2%에 대한 매각가는 3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2022년 산은 감사보고서상 HMM 장부가는 1조9745억원인 만큼 향후 산은은 차액인 1조2200억원 가량의 자기자본 확충 효과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 통해 BIS 비율은 0.4~1%포인트 가량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 역시 BIS 비율 개선을 위해 HMM 매각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2023년 6월 기자간담회에서 “HMM 주가가 1000원 움직이면 산은의 BIS비율에 0.07%포인트 만큼 영향을 준다. 13%대로 떨어진 BIS 비율 등 산은의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려면 HMM 매각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산은이 재무 건전성 제고를 위해 매각을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HMM 노조는 2023년 12월 22일 성명서를 내고 HMM 인수와 관련해 주식매매계약의 조건으로 어떠한 협의가 있었는지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외국 선사들이 적자로 돌아섰고, 해운업에서 치킨게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이 전반적으로 잘 돌아갈 수 있게끔 하는 게 산업은행 본연의 목적인데, 정작 해운업이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산업은행이 HMM 매각을 투자금 회수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 운송선박 공급 과잉으로 치킨게임은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지금의 다운사이클을 HMM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지, 경쟁력은 있는지 가늠하는 게 우선일 텐데, 산업은행의 이번 결정은 돈 될 때 팔아서 투자금을 회수겠다는 ‘졸속 매각’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인 가구 월평균 소득 315만원…생활비로 40% 쓴다
2‘원화 약세’에 거주자 외화예금 5개월 만에 줄어
3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9개월 만에 하락
4국제 금값 3년 만에 최대 하락…트럼프 복귀에 골드랠리 끝?
5봉화군,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 "청년 농업인 유입 기대"
6영주시, 고향사랑기부 1+1 이벤트..."연말정산 혜택까지 잡으세요"
7영천시 "스마트팜으로 농업 패러다임 전환한다"
8달라진 20대 결혼·출산관…5명 중 2명 ‘비혼 출산 가능’
9김승연 회장 “미래 방위사업, AI·무인화 기술이 핵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