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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개미들, 부활했지만…韓 가상자산 시장 숙제는?

[차갑던 코인에도 봄은 오는가] ②
비트코인 원화 거래량, 미국 달러 상회하며 국내 투심↑
사건·사고는 여전…투자자보호법 시행으로 개선 기대

지난 2023년 8월 17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나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글로벌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한국인들의 투자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선 코인 관련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아 ‘아직도 시장이 미성숙한 것 아니냐’는 아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만 가상자산 관련 법제화 부문에서는 투자자보호법 등 관련 규제가 명확해지면서 이전보다 시장이 안정화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가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업체 CC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에서의 원화 비중이 미국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9월부터 12월 6일까지 원화 거래량 비중은 41%로 달러(40%)를 사상 처음으로 앞섰다. 이 기간 원화 비중은 17% 증가했으나, 달러는 11% 감소했다. 한국 투자자들이 최근 비트코인 가격 오름세에 크게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거래량은 글로벌 업체들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2시 기준 국내 거래소 빗썸의 24시간 거래량은 7조1869억원으로 OKX(3조3814억원), 바이비트(2조6991억원), 코인베이스(2조263억원) 등 글로벌 거래소를 압도했다. 다른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도 6조451억원을 기록하며 거래량이 글로벌 거래소들을 크게 웃돌았다.

뒷돈에 살인까지…혼돈의 2023 K-코인판

그러나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성숙도는 투자 열기만큼 따라오지 못해 ‘아노미’(anomie·무규범 상태)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년은 시세 조작, 코인 상장피(fee·대가), 국회의원 코인 투자 논란 등 풍파를 겪은 해였다.

퓨리에버는 지난 2023년 3월 강남 한복판에서 납치·살인 사건의 발단이 된 코인으로 지금은 시세조작의 대명사가 됐다. 퓨리에버는 공기 질 관리 플랫폼 사용자가 휴대용 측정기로 체크한 데이터를 제공하면 그 대가로 코인을 받는 구조다. 이 코인은 2020년 11월 국내 거래소 코인원에 상장된 후 허위 호재성 글에 따라 가격이 4배 이상 뛰었다가 폭락하기를 반복했다. 결국 2023년 5월 코인원에서 퓨리에버는 상장 폐지됐다.

코인 거래소들인 코인원과 빗썸은 상장 청탁 이슈로도 몸살을 앓았다. 먼저 법원은 코인원 상장 관련 불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2023년 9월 전 코인원 상장 임원인 전모씨와 전 상장팀장 김모씨에 각각 징역 4년,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상준 전 빗썸홀딩스 대표와 대주주 강종현, 프로골퍼 안성현은 상장 관련 뇌물 수수 및 청탁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강씨는 이 전 대표와 안씨에게 코인 상장을 청탁하며 현금 30억원과 4억원 상당의 명품 시계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2023년 5월 김남국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믹스를 비롯해 다수의 가상자산을 보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청문회, 상임위원회 등 의정 활동 시간에 코인 거래를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김 의원은 가상자산을 현금화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

구체화하는 가상자산 규제…아직 부족하다?

다만 이 같은 업계의 사건·사고는 가상자산 관련 규제와 정책 정립을 오히려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우선 2023년 6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1단계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2024년 7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1단계법은 이름 그대로 투자자 보호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제정됐다. 이어 지난 2023년 12월에는 금융위원회가 1단계법의 시행령 및 감독규정 입법예고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A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오히려 2023년에 사건·사고를 통해 법 통과가 가속된 측면이 있다”면서 “명확한 법이 생겨 거래소 입장에서도 부담이 줄었으며, 이런 사건들이 재발할 리스크도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이제 업계에선 2단계법인 업권법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2단계법에는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스테이블코인 규제 ▲가상자산평가업 및 자문업·공시업 ▲가상자산의 유통량 및 발행량 기준 정립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는 1단계법에서 구체화되지 못한 부분을 반드시 2단계에서 충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B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1단계법의 취지는 공감하나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파생상품 등 신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업권법도 정비돼야 한다”며 “2단계법에 이런 내용을 담아 국내 거래소들이 다양한 상품을 다룰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초이스뮤온오프 대표)도 “이제까지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거대담론은 잡혔지만 업계에서 실감하는 디테일은 마련되지 않았다”며 “법인들의 투자 참여, 현물 거래 외 상품 다양화 등의 내용을 2단계법에 담아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및 기업들의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 업권법보다는 투자자 보호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1단계법이 우리 자본시장법이나 유럽 가상자산기본법(MiCA·미카)에 비하면 스크리닝(시장 감시) 강도가 높지 않다”며 “규제와 진흥은 별개로 가야 한다. 금융위 등 규제 기관에 자꾸 진흥을 요구하니 입법이 이상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진정한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정보 비대칭 해소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의무공시제도가 필요하다”며 “여기에 법정 지위를 부여받은 독립된 제3의 기관에서의 시장 감시까지 이뤄지면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성과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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