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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한은寺 탈피하다[피플&피플]

[금융수장 3인 리더십 비교] ①
전임 총재와 다른 캐릭터…‘시끄러운 한은’ 만들어
글로벌 무대에 적극 나서 韓 중앙은행 위상 높여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글로벌 인싸(인사이더·insider)’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아시아개발은행(ADB)·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근무한 경력 덕에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한은사(寺)’에서 벗어나 ‘시끄러운 한은’을 만들겠다는 이 총재가 취임 한 뒤, 한국은행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 

절간처럼 조용하고 존재감 없던 한은이 달라졌다. 

이 총재는 지난 2022년 4월 21일 취임했다. 총재직은 4년 임기로, 이 총재는 임기의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총재 취임 이후 약 2년간 한국은행을 향한 세간의 평가도 바뀌었다. 

이 총재 취임 전,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을 ‘한은사(寺)’로 불렀다. 한국은행이 ‘절간처럼 조용하고 존재감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랬던 한국은행은 이 총재 취임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총재는 “시끄러운 한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는데, 실제로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된다. 

그간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의 무게감을 중요시하며 외부와 소통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이 총재 취임 후에는 소통 창구가 다변화됐다. 한국은행 공식 홈페이지에 ‘블로그’ 카테고리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이 공간을 통해 금융·경제 주요 현안에 대한 한국은행 임직원의 분석과 견해를 외부와 공유하고 있다. 

이 총재는 내부적으로도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공들였다.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과 임직원이 주요 현안을 두고 토론하는 ‘주간현안포럼’을 만들고, 모든 직원이 참여해 혁신방안 등을 논의하는 ‘타운홀 미팅’을 개최했다. 이 총재와 직원들의 모임 장소는 회의실에 국한되지 않는다. 편안한 분위기의 사내카 페에서도 이 총재와 직원들이 함께 있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곤 한다.  

‘K-점도표’를 통한 포워드 가이던스 제시도 눈에 띄는 변화다. 이 총재는 2022년 11월부터 총재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여섯 명의 3개월 후 금리 수준에 대한 판단을 공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분기에 한 번 정례회의 후 발표하는 ‘점도표’와 흡사하다. 점도표란 연준 위원이 ‘연말까지 금리를 이 정도 올려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점으로 표현한 그래프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예고하면서 통화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총재 또한 한국은행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는 지난해 7월 창립 73주년 기념식에서 “여러분의 협조 덕에 ‘한은사’ 이미지에서 탈피해 ‘시끄러운 한은’을 향한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이 총재는 190㎝라는 큰 키 덕에 어디서나 시선이 집중되며, 직설적 화법으로 한 번 더 주목받는다. 조용한 스타일의 ‘정통 한은맨’이었던 전임자 이주열 총재와는 다른 캐릭터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또한 전임 총재 시절 한은의 업무협약(MOU)은 주로 해외 중앙은행과 이뤄졌지만, 이와 비교해 이 총재는 삼성·네이버 등 대기업과도 손을 잡으며 대외협력에 활발하다.

전임자인 이주열 총재는 이창용 총재에 대해 “학식과 정책운용 경험,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출중한 분”이라며 “저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조언을 드릴 것이 따로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한 한국은행 본사 2층 모습. ‘물가안정’이라고 적힌 큰 액자가 걸려있다. [사진 김윤주 기자]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韓 중앙은행 위상 높여

이창용 총재는 1960년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났다. 서울 인창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조교수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지냈다.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위원으로 금융정책 밑그림을 그린 뒤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통령 직속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을 맡았다.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으로 일했다. 그야말로 국내외 활동경험을 두루 갖춘 ‘글로벌 인싸’다. 

이 총재가 글로벌 무대에 적극 나서면서 한국 중앙은행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2년 5월 이 총재는 국제결제은행(BIS) 이사에 선임됐다. BIS 이사직은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이너서클’로 불린다. 이 총재는 국제적인 인지도가 높은데다,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 덕에 전임 총재에 이어 BIS 이사 자리를 이어받았다. 

이후 지난해 11월 이 총재는 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에 선임됐다. CGFS는 가장 대표적인 중앙은행 간 협력기구인 BIS의 최고위급 협의체로, 의장직은 대부분 미국·일본 등 소수 선진국의 몫이었다. BIS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리더 자리에 이 총재가 선임되면서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재의 주요 과제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대외환경에 대응해 물가안정과 함께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이 총재 취임 전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50%였는데 현재는 3.50%까지 올랐다. 최근에도 한국은행은 여덟 차례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총재는 2024년 신년사에서도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원자재가격 추이의 불확실성과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지만, 우리는 반드시 물가안정을 이뤄낼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 본사 곳곳에도 이 총재의 이 같은 의지가 묻어난다. 한국은행 본사 내 직원들의 이동통로이자, 휴게공간에는 ‘물가안정’ 이라고 적힌 커다란 액자가 걸려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제1 목표’이자, 현재 최우선 과제인 물가안정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올해 신년사에서 또 다른 변화도 예고했다. 경제주체들과의 의사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그간 반기 단위로 발표했던 경제전망 경로를 올해 하반기부터 분기 단위로 세분화해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바람직한 디지털화폐(CBDC) 도입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민 약 10만명이 실거래에 참여하는 파일럿 테스트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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