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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처럼, K브랜드의 파워"…외국인 의료관광객 잡는다

김연진 닥터쁘띠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인터뷰
코로나19 엔데믹 후 몰려드는 중국인·일본인 관광객
K콘텐츠 통해 높아진 K뷰티 위상
작년 의료관광객 전년비 9배 껑충…99%가 성형·미용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시술해달라 한다. 한번에 수백만원씩, 많게는 1000만원 넘게 결제하기도 한다. 코로나19 격리가 해제된 이후 작년 여름부터 이런 통 큰 외국인 환자가 부쩍 늘었다”

김연진 닥터쁘띠의원 강남점 대표원장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중국인과 일본인 미용·성형 의료관광객에 주 7일,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지난달 김 원장을 만난 날에도 그를 찾는 환자와 간호사들의 끊임없는 호출에 자리를 떴다가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다시 자리로 돌아오길 수차례 반복했다. 

김연진 닥터쁘띠의원 강남점 대표원장이 최근 외국인 의료관광객 내원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닥터쁘띠의원]

실제 외국인 대상 부가세 환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택스프리에 따르면 작년 한해 한국을 찾아 의료서비스를 받은 외국인 환자는 30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방한이 어려웠던 2020년 2만6000명에 불과했고 2021년에는 2000명으로 뚝 떨어졌다가 2022년 3만4000명으로 늘었지만 작년엔 전년대비 9배에 달하는 폭발적인 성장을 보인 것이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의 8만2000명과 비교해도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외국인 환자는 부가세를 포함한 의료비를 병원에서 결제한 후 공항이나 항만의 면세구역 환급창구에서 환급받을 수 있다. 환급은 본인의 선택이라 부가세를 환급받지 않는 이들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의료관광객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진료과목도 한쪽으로 쏠려 있다. 이 중 피부과를 방문한 비율이 85.9%로 가장 높았고 성형외과가 13.4%로 뒤를 이었다. 미용 목적이 99.2%에 달한 것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넷플릭스나 유튜브 채널을 통한 디지털 컨텐츠로 K브랜드가 더 강화됐고 미용과 성형을 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요즘 일본에서는 '한국여자여행'이 유행이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접한 한국 여성의 삶을 경험하는 여행이다. 주로 한국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비롯해 미용실, 네일숍, 찜질방, 경락 마사지숍 등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짜여져 있다. 

김 원장은 "한국 여성이 실제로 매일 그런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의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여행 상품이 나오자 이를 통해 한국을 찾는 일본인들이 많아졌다"라며 "K콘텐츠의 힘이 그만큼 크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한국 의사의 이미지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의사가 악역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초엘리트 계층으로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바람직한 의사상이 대부분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한국 의료서비스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이렇게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미용과 성형업계 판도도 바뀌었다. 김 원장은 “한번 미용 관광을 온 환자들은 다음에 방한할 때에도 해당 병원을 찾기 때문에 기존에는 일본인, 중국인에 특화된 병원이 정해져 있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완전히 리셋됐다”며 “의원을 오픈하자마자 코로나19가 발생해 한동안 어려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기회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초기화된 시장에서 김 원장은 의료관광객을 잡기 위해 홍보에 힘을 쏟았다. 유튜브 일본어 채널을 개설해 김 원장이 직접 피부 시술이나 쁘띠 성형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실제 유튜브를 보고 병원을 찾은 일본인이 상당하다. 유튜브 시청이 원활하지 않은 중국의 경우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입소문을 통해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은 이런 홍보와 입소문 덕에 주말과 연휴에도 쉬지 않고 진료를 할 정도로 중국인과 일본인 환자가 몰려오고 있다. 닥터쁘띠 강남점만 해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200% 가량 늘었다. 

닥터쁘티의원 강남점

환자가 넘쳐도 의료서비스의 질은 유지하고자 예약은 제한적으로 받는다. 또한 의료서비스인 만큼 단순히 세일즈 잘하는 일명 '상담실장' 보다는 대학병원 출신의 간호사(RN·Registered Nurse) 15명에게 맡겼고 일본어와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채용해 의사소통이 가능토록 했다. 

김 원장은 “한때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하기 위해 저가 시술하면서 질이 떨어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들도 많았다”며 “외국 관광객들이 한 번 한국 의료에 대해 실망하면 다시 찾지 않기 때문에 제 발등을 찍는 행위인 건데 성장 잠재력이 큰 K뷰티 시장을 지키려면 시술과 서비스의 질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을 찾아 시술을 받고 돌아간 외국인 환자가 최근 가족과 지인을 데리고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를 제일 뿌듯했던 순간으로 꼽는다.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외국인 환자들의 재방문률을 높이고, 이를 통해 K뷰티와 K의료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게 그의 목표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외화를 벌어들인다면 그 어떤 수출산업 못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김 원장은 의사면허증 뿐 아니라 변호사 자격증까지 보유하고 있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의대 졸업후 일반의 자격증을 취득한 후 의사생활을 하면서 로스쿨을 다녔다. 당시는 법적인 문제도 일종의 사회적 질병인데 이를 치료해주는 게 바로 법조인이니,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라는 직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로스쿨 졸업 후 코스닥 상장사에서 대형 인수합병(M&A) 딜을 진행하면서 자본시장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때의 경험이 현재 병원을 경영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보고 있다. 

그는 “평소에도 자본시장에 대한 궁금증이 컸는데 특히 헬스케어산업은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환자 진료도 좋지만 의학적인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의료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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