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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마무 무용론’ 닥사 자율규제, 이대로 가면 소용 있나 [이코노 EYE]

거래소마다 유의종목 지정 기준 달라…닥사 무용론 제기
위믹스 재상장도 같은 논란…상폐 가이드라인 여전히 미공개

[사진 tvN 예능 신서유기4 캡처]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빌런(악당) 도르마무를 아시나요? 도르마무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매우 강력한 초월적 존재입니다. 그런 도르마무를 히어로(영웅)인 닥터 스트레인지는 무한 반복되는 시간의 굴레에 가둬버립니다. 도르마무가 온갖 방법으로 닥터 스트레인지가 죽여도 매번 다시 살아나죠. 결국 도르마무는 항복하고 맙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도르마무, 거래를 하러 왔다”라고 외치는 장면이 한때 유행하기도 했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를 보면 도르마무가 떠오릅니다. 출범 이후로 ‘무용론’(無用論), 즉 협의체가 쓸모가 없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죠. 가장 최근에는 닥사가 유의종목 지정 원칙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닥사 소속 거래소들의 코인 유의종목 지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동일 코인에 대해서 거래소별로 다른 조치를 내린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문제의 코인은 크레딧코인(CTC)으로, 빗썸은 발행량 정보 허위 기재 등 공시 위반으로 이 코인을 유의종목 지정하고 해당 프로젝트로부터 소명자료를 받아 재평가하기로 했습니다. 반면 업비트는 똑같은 크레딧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하지 않았죠.

이는 빗썸은 거래 불가능(자체 메인넷 기반)한 코인과 거래 가능한 코인(ERC-20 기반)을 모두 포함해 발행량을 표기했지만, 업비트는 거래 가능한 코인만 나타내서 비롯된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찌 됐건 크레딧코인을 발행한 발행 주체가 동일하고, 코인 발행량을 원칙 없이 기재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죠. 거래소들이 공통된 기준을 확립하자는 기치에서 구성된 닥사의 역할에 의심이 드는 순간입니다.

지난해 11월 고팍스의 위믹스(WEMIX) 상장에서도 닥사 무용론은 불거졌죠. 위믹스는 유통량 문제로 2022년 12월 닥사 소속 5개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서 공동으로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됐습니다. 이로부터 11개월 후, 고팍스는 위믹스를 ‘신규’ 상장시켰습니다. 고팍스는 나머지 4개 거래소와 다르게 과거에도 위믹스 상장 전력이 없었죠.

하지만 닥사는 고팍스에게 3개월 의결권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고팍스는 ‘신규’ 상장이기 때문에 별다른 제재가 없을 것이란 당시 업계 전망을 빗겨나갔습니다. 문제는 닥사 설립 후 첫 번째 제재임에도 명확한 이유는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저 ‘자율규제를 위반했다’는 한 문장뿐이었습니다.

애당초 문제의 발단인 공동 상장폐지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습니다. 닥사가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으니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코인거래소들의 투명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죠. 닥사의 자율규제가 강제성 또한 없으니 무용론에 쐐기를 박는 셈이죠. 닥사의 탄생 이유인 자자 보호를 위한 상장 및 상장폐지 공동대응이 이미 무너진 지 오래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암호화폐(가상자산) 발행량·유통량에 대한 기준, 상장 기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며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닥사도 함께 참여했죠. 지금이 닥사가 금융당국의 결정에만 의지하지 말고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줄 적기가 아닐까요. 명확한 원칙을 정립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업계와 투자자들을 안심시켜야 합니다. 도르마무되는 무용론을 더는 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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