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희망은 노인과 아이...“저희가 돌봐드릴게요”
[‘인구 절벽 위기’ 韓 산업 어디로]②
초저출산·초고령화에 돌봄 공백 곳곳…‘연결’ 기술로 솔루션 제공
맞벌이 증가에 ‘귀한 아이’ 돌봄 수요 증가…매칭 플랫폼 고공 성장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2023년 0.72명(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충격적인 숫자가 나왔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68명이 전망되면서 0.7명선이 무너질 위기다. 아이는 귀해지는데 노인 인구는 증가세다. 65세 이상 인구는 2023년 이미 973만명을 기록, 전체의 19.0%를 차지했다. 지난해 70대 이상 인구수(631만9402명)가 20대(619만7486명)를 처음으로 넘어서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로 한국 경제성장률이 2050년대엔 0% 이하를 기록할 확률이 68%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경제가 뒷걸음질 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초저출산·초고령화로 인한 성장 둔화 속 기회를 포착한 시장도 있다. 저출산 기조에 따라 아이 돌봄 시장은 위축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하지만 오히려 저출산 극복의 핵심인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필수 서비스로 아이 돌봄 산업이 지목됐다. 아이·노인 돌봄 시장이 되레 저출산 상황에서 성장 가능성을 잡은 셈이다.
돌봄 산업, 초고령화 사회서 성장 뚜렷
아이 돌봄 시장은 높은 성장성이 전망되는 분야다. 출산율이 떨어진 만큼 아이가 귀해졌기 때문이다. 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온 가족이 지갑을 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실제로 ‘텐 포켓’(Ten Pocket·부모는 물론 친인척뿐 아니라 주변 지인까지 자녀를 위해 소비하는 현상)이나 ‘VIB’(Very Important Baby·VIP을 본뜬 말로 매우 소중한 아이란 뜻) 등의 신조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키즈산업 시장 규모는 2008년 8조원에서 2012년 27조원, 2020년 50조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 역시 국내 키즈산업 시장이 2012년 27조원에서 2025년 58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선 현재 국내 아이 돌봄 시장 규모가 5조원 안팎을 형성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이에 여러 기업들이 아이 돌봄 시장을 주목한다. 업계 관계자는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양육 공백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가정 내에서 아이를 돌보는 서비스 수요는 증가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맘시터’를 운영하는 맘편한세상은 아이 돌봄 플랫폼 영역에서 강자로 꼽힌다. 시터-부모간 연결 서비스로 수익을 올린다. 2024년 1월 기준 누적 회원 수는 124만명, 2023년 맘시터 플랫폼을 통해 거래된 연간 돌봄비 규모는 2600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2023년 10월 기업 및 기관 전용 아이 돌봄 플랫폼 ‘맘시터 Pro’를 리뉴얼 오픈하면서 사업 영역도 확장했다. 아이 돌봄의 주체를 개인·가족에서 기업·기관·지자체로 확장했단 평가를 받는다. 전국 최초 민관협력 모델인 ‘서울시 아이돌봄비 지원사업’의 민간기업으로도 선정돼, 육아 조력이 필요한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는 “30대 여성의 경제 참여율이 68%에 달하고, 신혼부부의 맞벌이 비중이 57.2%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일을 하면서도 충분히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아이 돌봄 인프라 구축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며 “아이 돌봄은 이제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적 제도화의 영역이 됐다. 앞으로도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이라고 말했다.
‘돌봄 공백’ 메우는 따뜻한 ICT
노인 돌봄 공백은 정보통신기술(ICT)기업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독거노인 고독사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동통신 3사(SKT·KT·LGU+)와 네이버는 ‘연결 기술’을 내놨다.
SKT는 2019년 4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국내에 첫 출시했다. 2022년 10월부터 ‘누구 비즈콜’를 통해 AI 안부 확인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고독사 위험 가구 등을 대상으로 주 1회 안부를 확인하는 기능이다. 현재 서울시 22개 구와 인천광역시 10개 구·군에서 도입했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산하 24개 수행기관 등 전국 주요 100여 개의 지자체·기관과 협약을 체결할 만큼 서비스 확산 속도가 빠르다.
KT 역시 ‘AI 케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독거노인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KT텔레캅-119연계 시스템을 24시간 가동하는 게 특징이다. KT 기가지니와 이야기를 하는 대화에 부정적인 내용이 많으면 상담사가 직접 해당 가구를 살피는 식의 서비스도 이뤄진다. 지자체·장애인 개발원·보건산업진흥원 등에 AI 스피커 약 2500대를 공급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도 ‘스마트 실버케어’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실증을 진행하는 등 사업 확대를 타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독거노인에게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상태를 살피는 ‘클로바 케어콜’을 운영하고 있다. AI가 과거 사용자와 나눈 대화를 기억하고 이를 다음 대화에 활용, 친밀감을 높이는 기능이 도입돼 있다. 2023년 12월 기준 전국 약 80곳 시·군·구에서 클로바 케어콜을 활용 중이다. 네이버는 세종텔레콤을 파트너사로 선정하고 정부 등을 대상으로 ‘AI 돌봄 관제 서비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스타트업 중에선 케어닥이 노인 돌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는 2018년 돌봄 업계 최초로 보호자와 종사자 모두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구축했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으로 활성화됐던 시니어 돌봄 및 요양 서비스를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 매칭 편의성 증대와 가격 투명화를 이뤘다. 이에 따라 2022년 기준 월 돌봄 고객 수는 1만명으로 성장했다. 당시 플랫폼 내 돌봄 신청 건수는 매월 평균 60%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설립 5년 차 기준 누적 거래액은 1500억원을 돌파, 사업성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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