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출신 창업가의 목표…“상장에 도전할 것”[이코노 인터뷰]
서경종 라우드코퍼레이션 대표
창업했던 회사에서 퇴사하기도…”돌아오니 기업과 내가 한 몸처럼 느껴져”
아버지의 사업 실패…기업가의 책임감 알게 돼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사회생활만 20년이다. 그중 10년은 프로게이머로 살았고, 나머지 10년은 스타트업 창업가로 살았다. 1987년생, 친구들과 함께 추억 만들기를 해야 했을 중학생 때부터 그는 좁은 부스 안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무기로 게임을 했다. 공부나 취업을 고민했을 나이에 스타트업 창업가라는 타이틀 을 달았다. 그렇게 일찍부터 철이 들었고, 일찍부터 기업가가 가져야 할 책임감을 몸에 체득했다.
‘샤크’(Shark)라는 아이디를 사용한 게이머 서경종은 어느덧 한해 3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라우드코퍼레이션(라우드) 대표로 살아가고 있다. 그를 주목한 투자사는 280억원을 투자해 그와 라우드의 성장을 도왔다.
팜트리아일랜드 통해 뮤지컬 제작에도 도전
현재의 라우드는 크게 e스포츠 리그를 운영하고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렌(LEN·LOUD ESPORTS NETWORK)과 50여 명의 프로게이머의 매니지먼트사 역할을 하는 슈퍼전트(SUPERGENT), 그리고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인 김준수 대표와 김소현·정선아·서경수 등의 뮤지컬 배우가 속해 있는 뮤지컬 제작사 팜트리아일랜드(PALMTREE ISLAND)를 운영하고 있다.
뮤지컬은 서 대표와 전혀 상관이 없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팜트리아일랜드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뮤지컬 제작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했다. 서 대표는 “친분이 있던 김(준수) 대표를 통해 뮤지컬 시장이 5000억원을 넘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우리가 만들었던 e스포츠 콘텐츠 제작 노하우가 뮤지컬 분야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웃었다. 2022년 말에는 ‘팜트리아일랜드 갈라콘서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서 대표는 “뮤지컬 분야가 아직은 우리 매출의 20% 정도밖에 안되지만, 좋은 작품 라이선스를 꾸준히 살펴보고 있다”며 “좋은 작품을 가지고 있으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 대표와 라우드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역시 e스포츠 분야다. 2014년 창업 이후 라우드가 진행한 e스포츠 리그 및 제작 콘텐츠는 3050여 편에 이른다. 2019년 이후 라우드가 매해 진행한 e스포츠 리그만 평균 15회나 된다. 가장 대표적인 e스포츠 리그는 2020년부터 부산광역시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진행하는 텐(TEN·The Esports Night)을 꼽는다. 리그 오브 레전드부터 발로란트, 철권7 등 e스포츠 이벤트전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서 대표는 “이 외에도 요즘은 한화생명이나 KT 같은 대기업과 함께 사내 e스포츠 리그를 만드는 것도 주목받고 있다”면서 “지난해 수십억원의 매출을 사내 e스포츠 리그로 올렸다. 그룹사 회장님이 직접 와서 MZ세대 직원들이 게임 대회를 하는 것을 보면서 즐거워한다”며 웃었다.
창업 이후 8년 이상 공을 들였던 중국 시장 진출은 라우드의 대표 상품이 되고 있다. 창업 초창기에서부터 서 대표는 창업 초창기부터 프로게이머가 참여한 게임대회 영상 등을 지식재산권(IP)으로 만들어서 이를 중국 시장에 판매했다. 게임에 관심 있는 중국 기업에 ‘모 선수의 콘텐츠를 1년 동안 50회 정도 제공하겠다’ 혹은 ‘한·중 리그를 만들어서 게임 콘텐츠를 만들겠다’ 등의 다양한 비즈니스를 제안했다. 초창기부터 그렇게 두들겼던 중국 시장에서 라우드의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서 대표는 “다른 기업이 중국 기업에 게임 콘텐츠 판매를 제안하면 ‘먼저 라우드와 상의해라’는 중국 기업이 많다”며 웃었다. 한국 프로게임머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이적 협상이나 광고·스폰서·마케팅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이런 노하우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2024년 1월 서 대표와 라우드의 모습을 보면 매년 성장곡선을 그리는 잘 나가는 e스포츠 관련 스타트업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로게이머 10년, 창업가 10년으로 살면서 그는 위기의 변곡점을 몇 번이나 겪었다. 그가 라우드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때 임요환이나 홍진호처럼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가 소속된 게임단에서 5~6년 동안 주장을 맡았는데, 가장 오래 주장을 한 선수라고 한다. 서 대표는 “30~40명의 젊은 애들이 있는 곳이니 크고 작은 일이 많았다”면서 “나는 구단과 감독 사이에서 선수들과 다양한 이슈를 조율하는 데 능력이 많았다”며 웃었다.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하면서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을 몸소 키워 나간 것이다.
라우드의 전신은 서 대표와 친하게 지냈던 프로게이머 출신 방송인 홍진호와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와 2014년 2월 창업한 콩두다. 자기자본금 10만원에 불과한 어쩌면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큰 욕심 없는 창업이다. 창업하자마자 엔젤투자자가 8000만원을 투자할 정도로 이들의 행보는 주목받았지만, 두 명의 형은 1년 후 방송과 자기 일을 해보겠다고 그만뒀다. 서 대표는 “당시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형들을 설득했던 게 기억이 난다”면서 “의지했던 형들이 그만둔다니까 정말 앞이 캄캄했다”고 말했다.
창업 1년 만에 투자금은 사라졌다. 남아 있는 사람도 서 대표와 단 한 명. 기업에서 일하던 친형에게 SOS를 쳤다. 어떻게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지 도움을 요청했다. 서 대표는 “형들이 그만둔다고 했을 때 내가 다른 일을 할 수 있었다면 혼자서 라우드를 운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사촌 형의 도움을 받아 프로게이머의 스폰서나 광고를 따내는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한국 프로게이머 콘텐츠를 중국 시장에 소개하면서 조금씩 라우드의 틀을 만들어갔다. 한때 한국 e스포츠계를 호령했던 ‘그리핀’이라는 게임단을 창단해 한국과 중국 시장을 휩쓸기도 했다.
그렇게 라우드는 300억~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상장을 바라보는 e스포츠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게임단이 구설에 오르면서 그 책임을 지고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그에게 투자했던 투자사들도 “대표가 물러나는 게 좋을 것 같다”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서 대표는 자신의 지분을 신탁회사에 맡기고 맨몸으로 나왔지만, 1년 동안 회사는 급전직하했다. 1년 만에 적자 100억원을 기록하는 기업으로 추락했다.
투자사는 그를 다시 불러왔다. 그리고 구조조정을 맡겼다. 100명이 넘는 인원을 15명 규모로 줄이는 것. 아침에 만나 인사했던 직원을 오후에 퇴사하라고 말하는 과정은 그에게 큰 스트레스를 줬다. 그렇게 그는 다시 라우드를 일으켜 세웠다. 서 대표는 “다시 회사에 돌아오니까 라우드와 내가 한 몸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견딘 것은 그의 말대로 ‘책임감’ 하나다. 2021년 말 회사로 돌아와 험한 과정을 거치고 지금의 라우드를 만들었다. 본궤도에 들어선 라우드는 올해나 내년 초에 상장 할 계획이다. 그리고 그 과정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도전할 것이다.
“아버지도 잘나가던 기업가였는데,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집에 빨간딱지가 붙었고, 내가 공부하는 학교에 채권자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기업가의 역할이 뭔지, 기업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라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체득한 것이다. 책임감, 그게 내가 버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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