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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일학개미는 ‘이 종목’ 담았다…ETF 인기 ‘후끈’

[일학개미 시대 열렸다] ②
30년 만 ‘사상 최고’ 넘보는 日 증시
금리하락·환차익 효과 동시에 노려
닛케이지수 2배 추종 ETF '줄베팅'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이하 닛케이지수)가 20일 장중에 거품경제 붕괴 이후 34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닛케이평균주가)가 약 34년 만에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등 일본 증시가 새해부터 고공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1980년대 ‘버블(거품)경제’ 당시 기록한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자 ‘일학개미’(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순매수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국내 증시에서도 일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이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일본 증시의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 30일 전 거래일 대비 38.92포인트(0.11%) 오른 3만6065.86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1일에는 1990년 2월 이후 약 34년 만에 심리적 저항선으로 통하는 3만5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1989년 말 사상 최고치(3만8915)를 찍었던 닛케이지수는 이후 하락일로를 걸은 가운데 2009년 3월에는 버블 붕괴, 리먼쇼크 등의 영향으로 7054선까지 추락했고, 그 결과 한동안 세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와 도쿄증권거래소가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 점, 주주 환원 정책 등 적극적 정책을 내놓은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일본 증시는 30여년 만에 다시 살아났다. 지난해 3월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인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자사주 매입과 사외이사 의장 선임 등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한 바 있다. 또한 상하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 일본으로 이동했다는 의견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지난 12일 도쿄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은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을 넘어서며 3년 반 만에 아시아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다시 살아난 日증시...개미들, 레버리지 ETF 베팅

이 같은 호재에 국내 투자자들 역시 일본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을 74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달 전체 순매수액(83억원)의 9배 수준이다.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액은 지난해 4월부터 증가세를 보이다 역대급 엔화 약세에 이른바 ‘엔테크’ 열풍이 고조된 7월에는 2033억원까지 크게 늘어났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해 12월 80억원대까지 쪼그라들었지만, 올 들어 다시 급증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1일 기준 일본 주식 보관 금액도 5조190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804억원 늘었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닛케이225지수가 최근 역사적 고점을 경신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가운데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일본 정부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 기업에 대해 재평가 받을 기회를 만드는 등 삼박자가 맞다 보니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닛케이지수는 지난 11일 기준1990년 2월 이후 약 34년 만에 심리적 저항선으로 통하는 3만5000선을 돌파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러한 추세에 일학개미들은 싼값의 엔화를 토대로 미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과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지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금을 몰아넣고 있다. 일학개미들이 최근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도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엔화 헷지 ETF’로 순매수액 4135만달러(544억원)를 기록했다. 엔화로 미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미국 금리 인하 시 채권가격 상승과 엔화값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넥스트 펀드 닛케이225 레버리지 인덱스 ETF’와 ‘라쿠텐 닛케이225 레버리지 인덱스 ETF’는 순매수액 각각 852만달러(112억원), 849만달러(11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모두 닛케이225 지수 일일 변동률을 2배로 추종해 지수 상승에 따른 수익률을 극대화시킨 상품이다.

수익률 측면에선 반도체 ETF가 상승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한달 새 ‘TIGER 일본반도체FACTSET’에 37억원,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는 7억원의 순매수가 나타났는데, ‘TIGER 일본반도체FACTSET’는 지난 9일 이후 11거래일 연속으로 순매수가 들어왔다. ‘TIGER 일본반도체FACTSET’는 올해 1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고,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도 7%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맞물려 엔화 가치가 역대급 약세(엔저)를 보이는 상황이 일본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긴 어렵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향후 환차익까지 기대하며 일본 증시에 ‘줄베팅’을 이어가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글로벌 국가 대비 남다른 이익모멘텀 상승세를 지속 중”이라며 “지난해 연말부터 미국, 한국 등 글로벌 국가 전반적으로 이익모멘텀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 경기소비재, 산업재, 소재 등 수출 업종 중심의 이익 상향조정도 진행 중인데 한국과 달리 일본의 경기 관련 수출 업종들의 이익 상향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증시는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도쿄증권거래소는 일본 기업들의 주가순자산배율(PBR) 상승과 기업경영 변혁을 촉진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의 실적발표와 자사주 매입 공표는 오는 5~6월 예정인데 이에 따라 강세장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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