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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 학생은 5대 5인데…대학은 왜 이과생 우대하나 [임성호의 입시지계]

주요 고교 이과생 비율 70% 이상…문과 학생은 외고나 국제고로 진학
통합수능에서 이과 학생들의 문과 침공 현상 벌어져

교육부가 현 중2 학생부터 적용될 ‘2028 대입 개편안’을 발표한 1월 27일 서울의 한 대형서점에 비치된 고등수학 미적분, 확률과 통계 관련 문제집의 모습. 발표안에 따르면 당초 자연계열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공부해 온 '심화수학'은 수능에서 제외되고 기존에 '문과수학'으로 불리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만 출제범위에 포함된다. [사진 연합뉴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2024학년도 사회·과학탐구 과목 기준으로 수능 접수자는 문과 50.2%, 이과 49.8%이다. 결시자를 뺀 실제 응시자 기준으로 문과 48.3%, 이과 51.7%로 문과 학생들이 더 많이 결시를 해서 이과 응시생 수가 더 많았다. 이래저래 보더라도 전국 평균적으로 이과 쏠림이 아무리 높다 해도 문·이과 학생은 5대 5 구도다.

고등학교 현장에서는 과거처럼 문과반, 이과반으로 별도 편성은 하지 않는다. 내신별로 교과 과목을 선택하고, 그에 따른 수업이 진행된다. 이과 대학을 가기 위해서 수학에서 관련 교과목을 이수하고 탐구에서 과학탐구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이러한 이수 과목 기준으로 문·이과를 구분하면 외대부고 등 전국단위로 선발하는 자사고의 경우 70% 이상이 이과반으로 편성 운영된다. 강남 등 명문학군에 위치한 자사고, 일반고 또한 70% 이상 이과반으로 편성 운영하는 학교가 많다. 평균적으로 문·이과가 5대 5지만, 주요 고교에서 이과생 비율은 70% 이상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문과 학생들은 문과반 위주로 운영되는 외고나 국제고로 진학하고 있다. 

2024학년도 기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10개대의 문·이과 선발 비율은 문과 48.9%, 이과 51.1%이다. 서울대의 경우 이과가 64.2%, 고려대는 52.3%이고, 연세대는 문과가 52.1%로 이과보다 더 많다. 이과 비율이 높은 학교는 성균관대가 55.3%, 한양대가 56.3%, 경희대 50.8%, 시립대 52.4%이다. 문과 비율이 높은 학교는 서강대로 60.1%를 기록했고, 중앙대가 57.4%, 이화여대가 55.6%이다.

주요 상위권 대학에서 문과 학생 이과 학과 지원 사실상 불가능

현재 수능에서 수학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이과 학생은 모두 문과 학과에 지원이 가능하다. 과학 탐구를 선택해도 문과 지원이 가능하다. 사실상 이과 학생들은 문과 지원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 반면 문과 학생들이 이과에 지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문과 수학의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도 이과 대학에 지원은 가능하지만 대학은 미적분이나 기하 등 이과 수학을 선택한 학생에게 가산점을 주고 있다. 사회 탐구를 선택한 문과 학생들이 이과 학과에 지원해도 과학 탐구 영역을 선택한 학생에게 가산점을 주기 때문에 주요 상위권 대학에서 문과 학생들은 이과 학과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 통합수능은 수학에서 이과 학생들이 문과 학생들보다 점수 산출 방식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수학 1등급 학생들 중 97%대가 이과 학생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합수능이 아닌 2021학년도에는 문과·이과 수학이 별도 구분되어 있고 시험문제도 다르고, 등수 또한 문과·이과 학생을 각각 산출하는 방식이었다. 2021학년도에는 문·이과 전체 수학 1등급 학생 중에서 문과 학생이 66.3%, 이과 학생이 33.7%였다. 현재 통합수능에서 이과학생들이 등수가 수학에서 높게 나오기 때문에 문과에 교차 지원하여 소위 말하는 문과 침공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상위권 고교 이과 학생 위주로 운영, 내신도 이과 학생이 우수해 

이러한 문·이과 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융합 학문을 넓히자는 취지로 2025학년도부터 문·이과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는 무전공 학과가 신설, 확대된다. 소위 말하는 자유전공학부로 볼 수 있다. 인문·자연계 학과를 여러 개 학과로 묶어서 무전공 학부(현재 자유전공학부와 유사)로 만들고 본인의 진로나 적성에 맞게끔 문·이과 관련학과를 공부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재 수능 방식에서 이과 학생들이 수학 과목에서 유리한 점수 구도이기 때문에 문·이과 모든 학생이 지원하더라도 수능위주로 뽑는 정시에서 문과학생들이 이과학생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칫 문·이과 모든 학생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일부대학에서 이과 학생들이 정시를 싹슬이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수시 선발은 정시와 다르지 않을까. 대부분의 상위권 고등학교는 현재 이과 학생들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학교 내신에서도 우수한 학생들은 이과 학생들이 더 많다. 이과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내신에서도 1등급은 4%, 2등급은 11%로 정해져 있다. 1, 2등급 인원 또한 학생수가 많은 이과 학생들이 많을 수 있다.

실제 서울권 소재 대학 수시 내신 합격선은 교과전형의 경우, 2023학년도 기준으로 인문계열은 2.34등급, 자연계열은 2.15등급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인문 3.0등급, 자연 2.64등급으로 모두 이과 합격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수시에서 서류 심사 등의 내용이 상당수 배제되었기 때문에 수시 합격변수에서 내신 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높아진 상황이다. 수시에서도 내신 우수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과 학생이 문과 학생과 내신 경합에 있어서 유리할 수 있다. 

문·이과 모두 지원할 수 있는 무전공선발학과 자칫 정시뿐만 아니라 수시에서도 이과 학생의 합격비율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 많아질 것이다. 이럴 경우, 무전공학부 전형을 선발하기 위해 이 전형들에 편입되는 학과들이 현재 선발 인원보다 줄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예측도 면밀히 체크하고 각 대학에서 참고해야 한다. 여전히 전체적인 학생구도는 문·이과 비율이 5대 5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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