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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강자’ 네이버, 스트리밍도 흥행 가도…‘치지직’에 쏠린 눈

[막오른 게임 스트리밍 전쟁]②
네이버, 트위치 철수 공식화 직후 ‘치지직’ 출시…95만명 유입
실시간 영상 송출 경험 풍부…게임 특화 커뮤니티 운영 ‘강점’

네이버는 지난해 12월 19일 게임 특화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CHZZK)을 베타(시험) 버전으로 내놨다. [제공 네이버]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네이버가 하면 다를까.

국내 스트리밍 방송 플랫폼은 의외로 다양하다. 트위치(Twitch)·아프리카TV가 국내 시장을 양분하는 구조라 다른 플랫폼의 이름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카카오TV·비고 라이브 등도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물론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틱톡 등에서도 실시간 방송 진행이 가능하다. 하이브가 운영하는 ‘위버스’와 같은 팬덤 플랫폼도 방송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플랫폼은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불리지 않는다. 주력 서비스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틱톡은 동영상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제공한다는 점은 같지만, 실시간보단 편집 영상 시청에 초점이 맞춰진 구조다. SNS·팬덤 플랫폼도 실시간 방송을 부가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 환경·경험(UI·UX) 역시 주력 서비스 이용에 적합하게 구성돼 있다. 서비스는 많지만 실시간 방송 수요가 트위치·아프리카TV에 몰리는 이유다.

시장에선 이 때문에 실시간 방송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요인이 된다고 본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스트리밍 방송 시장은 ‘실시간성’이 강점이자 약점”이라며 “선정성·가학성 등 부적절한 콘텐츠가 그대로 노출될 위험성이 있어, 리스크(위험성)를 관리하지 못한다면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트리머와 시청자의 소통을 원활하게 지원하는 기능을 구현해 ‘실시간의 매력’을 얼마나 살릴 수 있는지에도 사업 성패가 갈린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가 이 스트리밍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시장에선 벌써 기대감이 형성된 상태다. 네이버가 하면 다를 것이란 소비자 인식도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네이버는 실시간 영상 송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술력뿐 아니라 스트리밍 시장에 높은 이해도를 갖춘 기업으로 꼽힌다.

준비된 ‘치지직’…트위치 빈자리 ‘정조준’

2023년 12월 6일, 국내 스트리밍 1위 플랫폼 트위치가 한국 시장 철수를 공식화했다. ‘게임 특화 방송’이란 강점을 내세워 국내에서만 약 670만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은 플랫폼의 시동이 오는 2월 27일 꺼진다.

네이버는 이 소식이 나오자마자 움직였다. 철수에 대한 이용자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해 12월 19일 ‘치지직’(CHZZK)을 베타(시험) 버전으로 내놨다. 트위치 철수가 공식화된 지 2주도 안 돼 신규 서비스의 시동을 켠 셈이다. 플랫폼 성격도 ‘게임 특화 스트리밍’을 내걸었다. 트위치 자리를 노린다는 점을 시작부터 명확히 했다. 기존 트위치 스트리머와 시청자들을 위한 구독 승계 프로그램도 1월 9일부터 제공 중이다. 회사는 이르면 2024년 1분기 내 정식 서비스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네이버가 이렇게 빨리 트위치의 빈자리를 파고들 수 있었던 배경으론 ‘기술력’이 꼽힌다. 네이버는 그간 다양한 동영상 서비스를 자사 플랫폼에 적용해 왔다. 2012년부터 ‘TV캐스트’ 출시하고 동영상 송출 역량을 내재화했다. TV캐스트는 2017년 ‘네이버TV’로 브랜드를 통합, 콘텐츠 영역을 확장했다. 기존 ‘네이버 N스토어’를 리뉴얼해 2018년 탄생한 ‘시리즈온’에서도 영화 감상부터 방송 프로그램 시청까지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실시간 영상 송출 영역 역시 네이버가 일찍이 관심을 나타내 온 분야다. 2019년 라이브 오디오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시작한 ‘나우’(NOW)에 실시간 방송 송출 서비스를 순차 접목해 왔다. 2022년부턴 네이버TV-나우 통합 리뉴얼 과정을 진행, 영상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을 높였다. 2023년 8월엔 숏폼 서비스 ‘클립’을 출시하며 플랫폼 내 영상 콘텐츠의 영역도 다각화했다. 2015년 출시해 2023년 1월부터 위버스와 통합 운영 중인 ‘V라이브’(V LIVE) 역시 네이버가 실시간 방송 송출 역량을 쌓는 계기가 됐다.

네이버는 이 과정에서 스트리밍 방송을 안정적으로 송출할 수 있는 ▲ULL(Ultra Low Latency·자체 개발한 송출 영상 지연 시간 감축 기술) ▲ABP(Adaptive Bitrate Publish·네트워크 환경에 맞춰 비트레이트와 fps 등을 최적화하는 기술) ▲HEVC 코덱(High Efficiency Video Coding, H.265·고효율 비디오 압축 기술) 등 자체 역량을 마련했다. 또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돼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여러 카메라 영상을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멀티뷰’나, 현장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음향 기술 ‘이머시브 사운드’ 등을 서비스에 접목해 온 경험도 강점으로 꼽힌다.

네이버가 치지직 베타 출시와 동시에 ▲고화질 해상도(최대 1080p 60fps, 비트레이트 8Mbps) ▲VOD 다시 보기 ▲TTS 보이스 후원 등의 기능을 접목할 수 있던 배경이다.

게임·소통 높은 이해도 ‘강점’

네이버는 그간 지식iN·블로그·카페 등 다양한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소통’ 영역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쌓았다. 커뮤니티 운영 역량을 게임 분야에 일찍이 접목해 왔다는 점도 치지직의 강점으로 꼽힌다.

회사는 그간 게임 특화 커뮤니티 ▲네이버 게임 라운지 ▲네이버 e스포츠 페이지 등을 운영해 왔다. 최근에는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앱) 개편에 맞춰 ‘게임판’을 신규 출시하기도 했다. 게임 사업에 직접 진출하기보다 게임사·창작자·사용자가 모두 모여 소통하는 공간을 마련하는 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온 셈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치지직 유입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임 스트리밍에 대한 수요가 높은 이용자층에 치지직의 타깃 광고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플랫폼 내 다양한 게임 특화 커뮤니티에 치지직의 소식을 올리면서 이용자 관심을 높이는 식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네이버는 자사 모바일·PC 첫 화면에 치지직을 노출하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진은 네이버 PC 화면(왼쪽)과 모바일 게임판에 노출된 치지직 유입 배너. 화면에서 광고 등의 이미지는 삭제했다. [사진 네이버 화면 캡처]

‘국민 플랫폼’ 네이버에 치지직을 전면으로 노출할 수 있다는 점도 흥행 요인이 되고 있다. 네이버는 인터넷·브라우저 앱 국내 점유율 86.4%(아이지에이웍스 조사·2023년 7~12월 평균치)를 기록하고 있다.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역시 늘 4000만명 안팎을 유지 중이다. PC 사용량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모든 국민이 네이버를 이용 중인 셈이다. 네이버는 자사 모바일·PC 첫 화면에 치지직을 노출하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미 ‘치지직’과 ▲네이버 검색 ▲게임판 ▲네이버카페 ▲클립 등의 서비스와의 연계도 시작됐다.

치지직은 이에 따라 이용자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베타 버전임에도 출시 하루 만에 국내 양대 앱 마켓(구글플레이·앱스토어)에서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 아이지에이웍스 조사에 따르면 2023년 12월 트위치·아프리카TV에서 치지직으로 넘어온 이용자는 9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트위치 유입자 수는 약 74만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1~2주 개인 방송 앱 평균 일간 사용률 또한 ▲치지직 31.4% ▲트위치 18.9% ▲아프리카TV 약 14.7% 순으로 집계되면서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네이버는 치지직 스트리머를 순차 확보하는 동시에 ▲후원 가능 대상 확대 ▲60fps 제공을 위한 인프라 효율성 고도화 ▲채팅창 기능 개선 ▲탐색 기능 강화 등을 진행하며 플랫폼 매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와 함께 ▲라이브 연령 제한 방송 설정 ▲위반 행위 스트리머에 대한 주의 메시지 발송 등 리스크 관리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로 스트리머가 시청자와 원활한 소통을 이어갈 수 있게 지원할 것”이라며 “유해 콘텐츠 노출에 대한 모니터링도 지속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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