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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왕’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남은 임기 과제는[피플&피플]

4대 금융 회장 리더십 비교③
부드러운 리더십…털털함이 강점
M&A로 비은행 확장 이룰까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영업왕’. 이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함영주 회장은 고졸 행원에서 시작해 금융그룹 회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주로 영업 현장에서 경력을 쌓으며 ‘영업의 달인’으로도 불렸다는 후문이다.

3년 임기 후반부로, 부드러운 리더십 강점

2022년 3월 취임한 함 회장은 3년 임기의 절반을 돌아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1956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함 회장은 논산 강경상고를 졸업한 뒤 고졸 행원으로 1980년 하나은행 전신인 서울은행에 입행했다. 입행 이후 배움에 대한 열정을 갖고 ‘주경야독’으로 단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에 합병될 당시 서울은행 수지지점장이었던 함 회장은 남다른 영업력으로 합병된 하나은행에서도 가계영업추진부장, 남부지역본부장, 충청사업본부장 등을 잇달아 맡으며 승승장구한 끝에 2015~2019년 하나·외환은행이 통합한 KEB하나은행장까지 올랐다.

강력한 영업력과 대비되는 ‘시골 동네 형’ 같은 푸근함과 부드러운 리더십은 그의 강점이다. 2015년 통합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전 임직원에게 큰절을 하고, ‘내 몸이 내 몸이 아니고, 은행에 몸을 던진다’는 마음으로 솔선수범했던 일화는 전설처럼 내려온다.

함 회장은 항상 직원들에게 털털하게 다가간다는 게 하나금융 관계자의 전언이다. 함 회장이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부행장 시절에는 직원 1000여 명의 이름과 생일, 신상을 거의 다 기억했다는 일화도 있다.

함 회장은 주로 은행 영업 현장에 몸 담았다. 이에 전체적인 그룹 전략업무를 맡아본 적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혔지만, 2016년부터 그룹 부회장을 겸직하며 경영지원부문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부문을 이끌어 회장으로서의 자질을 쌓았다. 

‘영업’에 방점…‘리딩은행’ 반열

함 회장이 취임 후 보인 성과는 ‘외형 성장’이다. 함 회장은 회장 취임 첫 해인 2022년부터 ‘현장 영업’을 강조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현장에 답이 있다”며 인사·조직개편 등 그룹의 굵직한 경영전략 모두 ‘영업’에 방점을 찍었다. 함 회장은 하나금융의 장점을 극대화하자는 효율적인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 회장의 이 같은 노력은 ‘사상 최대’ 순이익으로 이어졌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2조9779억원으로 3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축적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만년 3위’를 벗어나기도 했다. 하나은행의 3분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은 2조7664억원으로,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순익 2조5991억원을 제쳤다. KB국민은행 순익 2조8554억원에는 밀리며 1위 자리를 놓쳤지만, 그동안 은행권 내 지속됐던 국민·신한은행 양강구도를 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하나은행의 순익 성장은 기업금융 중심 성장의 영업 전략에서 가능했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기업대출은 2022년 말 대비 11.5% 성장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 하나금융그룹 본점이 있다. [사진 하나금융]

임기 내 M&A 이룰까…사법리스크 변수 

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순익 성장을 통해 존재감을 보여준 함 회장의 추후 과제는 비은행 강화다. 하나금융이 ‘리딩뱅크’ 경쟁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90%대를 넘는 높은 은행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하나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92.9%에 달한다.

실제로 함 회장이 취임한 뒤 보인 행보는 비은행 강화다. 하나금융 스스로도 약점으로 인정하는 카드와 보험사업 부문은 인수합병(M&A) 전략이 최선책이다. 우선 하나카드는 해외여행 특수 카드인 ‘트래블로그’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트래블로그 카드는 하나은행과 제휴해 총 26종 외화를 수수료 부담 없이 환전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강점이다.

지난해 하나금융은 보험업 강화를 위해 KDB생명 인수를 검토한 뒤, 실사 작업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대외적으로 비은행 M&A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보인 만큼, 함 회장이 임기 내에 M&A를 성사시킬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함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헌신적인 협업으로 하나금융 역량을 결집하고 경쟁자를 포함한 외부와의 제휴·투자·M&A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업을 이뤄내 금융이 줄 수 있는 가치 그 이상을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함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함 회장은 오는 2월 2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관련 징계 취소 소송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그는 지난 2020년 DLF 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받았다. 함 회장은 앞서 채용비리 관련 2심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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