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내다보고 여기에 투자했죠”…스타트업·소셜벤처에 꽂힌 VC [이코노 인터뷰]
강신혁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인터뷰
ESG, 임팩트펀드 결성...다수 소셜벤처에 투자
약 2000억원 펀드 운용...90% 이상 스타트업에 '올인'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스타트업과 소셜벤처 분야 투자는 회수가 오래 걸려요. 저희가 투자한 회사들이 성장할 때까지 시련과 고난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죠. 하지만 ‘계속 빌딩을 쌓아 올려봐라. 떨어져도 안 다치게 아래에서 그물을 잘 쳐주겠다’라는 쿨리지코너에 투자한 투자사 회장이 남긴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마 이 한마디가 없었으면 지금 저희 회사는 없었을 겁니다.”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는 국내 벤처투자업계에서 이단아로 통한다. 예비 창업자부터 창업한 지 3년 이내 회사에 투자를 하는 신생 벤처캐피탈(VC)이 많지 않았던 2010년 초반. 창업 극초기 투자가 만연해 있지
않을 때 예비창업자까지 발굴해 투자할 정도의 시드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2010년 설립된 쿨리지코너는 2015년 ‘CCVC’(Coolidge Corner Venture Capital) 소셜벤처투자조합 결성을 시작으로 임팩트 펀드를 조성·운용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펀드를 결성하며 국내 소셜임팩트 분야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으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임팩트 펀드를 결성해 다수의 소셜벤처에 투자하고 있는 VC다.
1월 29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사무실에 서 ‘이코노미스트’와 만난 강신혁 쿨리지코너인베스트
먼트 대표이사는 “창업자와 함께 기업을 성장시켜 나가는 것을 투자철학으로 삼아 기술 기반 스타트업, 소
셜벤처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쿨리지코너는 지난해 기준 약 2000억원의 펀드를 운용, 이 중 90% 이상을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재원의 반이 스타트업, 반이 임팩트 펀드로 운용된다. 또 150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50여 개의 소셜벤처에 투자를 진행해 왔다.
“저희 VC가 설립될 당시 스타트업이란 단어도 쓰지 않을 때였고 액셀러레이터(AC)라는 단어도 없던 시절이었죠. 그만큼 기업 초기 투자에 집중하는 게 굉장히 리스크가 크기도 했지만, VC가 당연히 집중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판단했어요. 요즘 소셜벤처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좀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쓰겠다고 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의 마음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우리도 이런 회사가 성공해 다음 창업자들에게도 모범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계속 싹텄어요.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2500억원 펀드 운용 목표"
쿨리지코너는 그동안 성장해 온 과정에서도 남다른 면이 있다. 스타트업 투자가 벤처투자 전체의 비중에서 낮을 때 가능성 있는 극초기 스타트업에 집중했다. 2010년부터 스타트업 투자를 시작으로 2012년에는 첫 모태펀드를 결성해 25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스타트업 투자를 하기 위해 많은 기업 대표님을 만나던 중 몇몇 회사들이 환경 이슈 또는 사회의 불균형 이슈를 해결하는 소셜 미션들을 갖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어요. 돈, 이익과 관계없이 사명감을 갖고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을 지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죠.
이 같은 투자 정신으로 설립된 VC는 현재 100여 개의 투자 자산(스타트업의 지분)을 보유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다수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저희도 내공이 점점 강해져서 뒤로 갈수록 펀드 운용 성과는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100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지분 관계로 파트너십을 맺었고 이 외에 우리에게 투자한 투자자들도 많아서 이들을 서로 연결하면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부분도 있어요.”
또 올해 기업공개(IPO) 기대주로 평가되는 넥셀, 모노리스 등도 상장을 앞두고 있어 펀드 수익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바이오 분야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며, 관련 산업 육성에 크게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저희는 중간에서 전략적으로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면 스타트업과 다른 파트너들을 상호 연결해 비즈니스를 키우려는 노력도 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커지는 네트워크를 통해 더 의미 있는 효과들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만든 임팩트 펀드들로 열심히 투자할 예정이며 새로운 스타트업 펀드도 결성해나갈 겁니다.”
쿨리지코너는 현재 2000억원 정도 되는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올 한해만 500억원 이상의 펀드를 조성해, 연말까지 2500억원 이상 규모의 펀드 운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투자 섹터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그동안 쿨리지코너는 정보통신기술(ICT)과 플랫폼 사업 투자 비중이 높았습니다. 2022년 말 누적 기준으로 약 40%가 넘었죠. 하지만 향후 섹터를 다변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국내를 넘어 동남아시아 국가를 타깃으로 하는 펀드 역시 조성할 계획인데, 이에 따라 인원도 최소 두 명 이상을 채용할 예정이고요.”
무엇보다 강 대표는 올해를 운용자산 확대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그동안 민간 자금을 활용해 결성한 프로젝트펀드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만큼, 대형 벤처펀드를 결성·운용할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저희는 중장기 목표로 2025년 운용자산(AUM) 4000억원, 매출 100억원 달성을 설정해 도전할 계획입니다. 물론 이 AUM은 아주 질이 높은 자산으로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목표로 저희와 같은 가치를 지향하는 투자자분들과 함께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예비 투자자분들을 많이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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