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아모레·LG생활건강, 中시장 두고 골머리
[K-뷰티 ‘빅2’의 부진] ①
중국서 2년째 수익성 악화
시장 다변화 집중 공략…실적 개선 안간힘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국내 양대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지난해 나란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엔데믹 후에도 면세와 중국 시장의 매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탓이다. 이들 업체들은 지난해 리뉴얼 제품을 중국에서 처음 선보였지만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양사는 중국시장에서 예전만큼의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이 시장을 버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간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해왔기에 당장 발을 빼기도 어렵다. 앞으로 K-뷰티 ‘빅2’가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일지, 과거 영광 되찾기에 나설지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과거 영광 어디에…중국 매출 해마다 감소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전년보다 11.1% 줄어든 3조674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082억으로 49.5%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은 4분기에만 중국 매출이 40% 하락했다.
LG생활건강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화장품 사업만 놓고 보면 지난해 매출은 2조8157억원으로 전년보다 12.3% 줄었고, 영업이익은 1465억원으로 52.6% 감소했다. 중국 내 매출은 전년 대비 19.6% 줄어든 7511억원이었고, 중국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3%에서 11%로 낮아졌다.
과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았던 만큼 이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2년 라네즈 출시를 시작으로 ▲2005년 마몽드 ▲2011년 설화수 ▲2012년 이니스프리 ▲2013년 에뛰드를 차례로 중국에 진출했다. 설화수는 ‘명품’ 이미지로 인지도를 높였다. 설화수는 2015년 10월 ‘요우커 만족도’ 화장품 부문 1위, 2016년 7월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한국의 명품’ 한방화장품 부문 1위에 선정됐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법인 매출액은 2016년 1조909억원으로 전년 대비 42.5% 늘어나며 역대 최대 실적 달성에 일조했다.
LG생활건강은 1995년 중국에 처음 진출했다. 특히 한방화장품 ‘후’가 가장 크게 성장했다. ‘궁중화장품’ 콘셉트를 내세워 VIP 마케팅에 집중, 럭셔리 화장품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 2020년 11월 열린 중국 광군제에서 LG생활건강의 후·숨·오휘·빌리프·VDL·CNP 등 6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는 매출 15억5000만 위안(약 2600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74% 성장한 수치다. 당시 후는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매출 순위에서 에스티로더, 랑콤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2017년 사드(THAAD) 사태로 한한령이 터지며 중국인들이 애국 소비 운동에 나섰고, 2020년 코로나19로 시장은 더 악화됐다. 중국 법인의 매출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중국 경제 침체로 지난해 고가 화장품 수요는 더 낮아졌다.
여기에 국산을 선호하는 ‘궈차오’(애국소비) 흐름이 강해지며 럭셔리를 내세운 한국산 화장품의 인기는 급감했다. 특히 중국 유통이 막힌 팬데믹 시기에 중국 화장품 업체들은 점유율을 배로 늘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 새 중국 내 자국 화장품 브랜드 점유율은 14%에서 28%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중요한 ‘중국’…앞으로 전략은
양사 모두 시장 다변화를 통해 부진한 실적을 개선할 전망이다. 아울러 수익성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도 병행한다. 리브랜딩 및 인수합병(M&A)를 통해 브랜드와 제품 경쟁력을 보완하고 해외 사업 중 부진한 사업은 구조조정에 나서는 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미주와 EMEA(유럽, 중동 등) 시장 공략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140여개국에 진출해 있는 ‘코스알엑스’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 대체 시장 확보에 나선 아모레퍼시픽은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 매출이 각각 58%, 30% 이상 급증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 현지 유통 상황과 소비 문화에 맞춰 전략적으로 마케팅 및 수익성 강화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다만 해외 시장에서 중국 매출 비중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영업 경쟁력을 키우며 중국의 비중을 너무 크게 가져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의 자산 가치를 제고하며 ‘더후’를 중심으로 브랜드와 채널을 선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9월 더후의 대표 제품인 천기단을 13년 만에 리뉴얼했고 중국에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더후는 지난해 광군제 기간 ‘틱톡’(중국명 도우인) 채널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브랜드 10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사업 효율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고 온라인 채널 강화에 주력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더후는 233개, 숨 51개, 오휘 1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숨과 오휘 매장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향후에도 더후의 리빌딩 작업과 브랜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더후의 리브랜딩과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해 차별화된 효능과 가치를 확대하고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지위를 더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빅2가 중국에서 예전 만큼의 영광을 누리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이미 글로벌 유명 브랜드와 자국 브랜드가 자리 잡은 상황에서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에서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포스트 차이나 국가를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양사는 중국시장에서 예전만큼의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이 시장을 버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간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해왔기에 당장 발을 빼기도 어렵다. 앞으로 K-뷰티 ‘빅2’가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일지, 과거 영광 되찾기에 나설지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과거 영광 어디에…중국 매출 해마다 감소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전년보다 11.1% 줄어든 3조674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082억으로 49.5%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은 4분기에만 중국 매출이 40% 하락했다.
LG생활건강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화장품 사업만 놓고 보면 지난해 매출은 2조8157억원으로 전년보다 12.3% 줄었고, 영업이익은 1465억원으로 52.6% 감소했다. 중국 내 매출은 전년 대비 19.6% 줄어든 7511억원이었고, 중국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3%에서 11%로 낮아졌다.
과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았던 만큼 이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2년 라네즈 출시를 시작으로 ▲2005년 마몽드 ▲2011년 설화수 ▲2012년 이니스프리 ▲2013년 에뛰드를 차례로 중국에 진출했다. 설화수는 ‘명품’ 이미지로 인지도를 높였다. 설화수는 2015년 10월 ‘요우커 만족도’ 화장품 부문 1위, 2016년 7월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한국의 명품’ 한방화장품 부문 1위에 선정됐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법인 매출액은 2016년 1조909억원으로 전년 대비 42.5% 늘어나며 역대 최대 실적 달성에 일조했다.
LG생활건강은 1995년 중국에 처음 진출했다. 특히 한방화장품 ‘후’가 가장 크게 성장했다. ‘궁중화장품’ 콘셉트를 내세워 VIP 마케팅에 집중, 럭셔리 화장품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 2020년 11월 열린 중국 광군제에서 LG생활건강의 후·숨·오휘·빌리프·VDL·CNP 등 6개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는 매출 15억5000만 위안(약 2600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74% 성장한 수치다. 당시 후는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매출 순위에서 에스티로더, 랑콤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2017년 사드(THAAD) 사태로 한한령이 터지며 중국인들이 애국 소비 운동에 나섰고, 2020년 코로나19로 시장은 더 악화됐다. 중국 법인의 매출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중국 경제 침체로 지난해 고가 화장품 수요는 더 낮아졌다.
여기에 국산을 선호하는 ‘궈차오’(애국소비) 흐름이 강해지며 럭셔리를 내세운 한국산 화장품의 인기는 급감했다. 특히 중국 유통이 막힌 팬데믹 시기에 중국 화장품 업체들은 점유율을 배로 늘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 새 중국 내 자국 화장품 브랜드 점유율은 14%에서 28%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중요한 ‘중국’…앞으로 전략은
양사 모두 시장 다변화를 통해 부진한 실적을 개선할 전망이다. 아울러 수익성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도 병행한다. 리브랜딩 및 인수합병(M&A)를 통해 브랜드와 제품 경쟁력을 보완하고 해외 사업 중 부진한 사업은 구조조정에 나서는 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미주와 EMEA(유럽, 중동 등) 시장 공략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140여개국에 진출해 있는 ‘코스알엑스’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 대체 시장 확보에 나선 아모레퍼시픽은 북미와 일본 시장에서 매출이 각각 58%, 30% 이상 급증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 현지 유통 상황과 소비 문화에 맞춰 전략적으로 마케팅 및 수익성 강화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다만 해외 시장에서 중국 매출 비중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영업 경쟁력을 키우며 중국의 비중을 너무 크게 가져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의 자산 가치를 제고하며 ‘더후’를 중심으로 브랜드와 채널을 선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9월 더후의 대표 제품인 천기단을 13년 만에 리뉴얼했고 중국에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더후는 지난해 광군제 기간 ‘틱톡’(중국명 도우인) 채널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브랜드 10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사업 효율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고 온라인 채널 강화에 주력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더후는 233개, 숨 51개, 오휘 1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숨과 오휘 매장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향후에도 더후의 리빌딩 작업과 브랜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더후의 리브랜딩과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해 차별화된 효능과 가치를 확대하고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지위를 더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빅2가 중국에서 예전 만큼의 영광을 누리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이미 글로벌 유명 브랜드와 자국 브랜드가 자리 잡은 상황에서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에서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포스트 차이나 국가를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元’ 하나 잘못 보고”…中 여성, ‘1박 5만원’ 제주도 숙소에 1100만원 냈다
2'40세' 솔비, 결정사서 들은 말 충격 "2세 생각은…"
3"나 말고 딴 남자를"…前 여친 갈비뼈 부러뜨려
4다채로운 신작 출시로 반등 노리는 카카오게임즈
5"강제로 입맞춤" 신인 걸그룹 멤버에 대표가 성추행
6‘찬 바람 불면 배당주’라던데…배당수익률 가장 높을 기업은
7수험생도 학부모도 고생한 수능…마음 트고 다독이길
8‘동양의 하와이’中 하이난 싼야…휴양·레저 도시서 ‘완전체’ 마이스 도시로 변신
9불황엔 미니스커트? 확 바뀐 2024년 인기 패션 아이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