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美 상장’ 네이버웹툰, 필요조건 충족…거래액 1.8조원과 천원 몰아보기 [수(數)크릿]

네이버웹툰 EBITDA 기준 첫 연간 흑자 달성…사업 외연 지속 확장
일본서 거래액 1000억엔 돌파…‘콘텐츠 강국’ 미국에 사업 중심 재편
‘웹툰 종주국’ 韓 만든 기업…사업모델 다각화로 ‘IPO 굳히기’ 돌입

수는 현상을 나타내는 가장 적합한 단어입니다. 유행·변화·상태·특성 등 다소 모호한 개념에도 숫자가 붙으면 명확해지곤 하죠. 의사결정권자들이 수치를 자주 들여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업 역시 성과·전략 따위를 수의 단위로 얘기합니다. 수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고도화된 정보통신기술(ICT)을 만나 높은 정밀성은 물론 다양성도 갖춰가고 있습니다. 최근 나온 다양한 수치 중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를 꼽아 연재합니다. 수(數)에 감춰진 비밀(Secret), 매주 수요일 오전 뵙겠습니다. [편집자 주]
네이버웹툰이 지난해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어메이징 페스티벌’에 참가해 웹툰 콘텐츠를 알렸다. 사진은 네이버웹툰 부스를 찾은 관람객이 웹툰 속 캐릭터로 변신할 수 있는 ‘툰필터’ 기술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 네이버웹툰]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연간 거래액 1조7857억원, 1000원에 한 시간 몰아보기.

네이버의 2023년 연간 실적발표가 지난 2일 있었습니다. 지난해 매출 9조6706억원, 영업이익 1조4888억원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죠. 매출·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는 점이 단연 이번 실적발표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스틸러’는 따로 있었는데요. 역대 최대 실적보다 어떤 의미에선 시선을 더 많이 사로잡았죠.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을 준비 중인 네이버웹툰은 주인공만큼이나 이번 실적발표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성과가 나타났고, 사업모델(BM) 역시 다각화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웹툰이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채비에 나설 수 있는 신호가 이번 실적발표를 통해 나타났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죠.

올해 미 증시 상장 간다

네이버는 앞서 2023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에서 네이버웹툰의 미국 증시 상장 목표 시점을 2024년 내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르면 2025년, 늦으면 2026년’으로 그간 다소 뭉뚱그려 제시해 왔던 상장 시점을 앞당긴 거죠. 목표 시점을 비교적 정확하게 짚었다는 점은 사업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방증이기도 합니다. 네이버는 다만 네이버웹툰의 IPO 전제 조건으로 ‘흑자전환’을 붙이긴 했습니다.

네이버웹툰의 2023년 연간 실적은 이 때문에 여러모로 많은 의미를 지닙니다. 연간 상각전영업이익(에비타·EBITDA)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한 점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이는 네이버웹툰이 2017년 사내독립법인(CIC)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사되고 처음으로 이룬 성과입니다. IPO 추진의 ‘필요조건’이 충족됐다는 점을 의미하죠.

네이버웹툰은 연간 매출은 1조5031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네이버웹툰 사업의 매출이 1조5000억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죠. 매출 규모만큼이나 경향성도 시장에서 주목하는 지점으로 꼽히는데요. 매출이 우상향 기조를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업 외연이 꾸준하게 확장하고 있단 점을 의미합니다. 네이버웹툰은 구체적으로 2023년 ▲1분기 매출 3531억원 ▲2분기 매출 3696억원 ▲3분기 매출 3798억원 ▲4분기 매출 400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웹툰 산업의 대표적 성장 지표인 거래액 역시 호조를 보였는데요. 네이버웹툰의 2023년 연간 거래액은 1조785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역시 전년 대비 약 9% 증가한 역대 최대치입니다. 2023년 분기별 거래액은 ▲1분기 4204억원 ▲2분기 4417억원 ▲3분기 4796억원 ▲4분기 444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9년, 해외 10년…결실 보기 시작한 생태계

네이버웹툰의 이 같은 사업 성장은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속도가 붙었습니다. 2005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웹툰의 시선이 해외로 향하기 시작한 건 2013년부터입니다. 약 9년간 국내서 쌓아온 웹툰 사업 역량을 해외에서도 발휘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해외 시장에 발을 들인지 이제 10년이 지났고, 현재는 명실상부 이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이 됐죠.

네이버웹툰은 이 과정에서 꾸준히 ‘콘텐츠 강국’으로 통하는 미국에 사업 중심을 옮기는 결단을 내립니다. 네이버에서 2017년 분사한 네이버웹툰은 미국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 산하에 지난 2020년 배치됐죠. 웹툰엔터테인먼트가 국내 시장은 물론 일본(라인디지털프론티어) 등을 총괄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의 도약을 추진합니다. 이 같은 구조는 웹툰의 글로벌 확장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현재 웹툰을 10개의 언어로 100개가 넘는 국가에 제공하고 있죠. 이용자는 8500만명을 넘어섰고, 해외 비중은 80% 수준입니다.

현지화 전략도 활발한데요. 왓패드(미국)·이북이니셔티브재팬(일본)를 인수하며 맞춤형 지식재산권(IP)을 수급·유통하는 구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현지 작가를 발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 그 시장에 적합한 감성을 지닌 웹툰을 직접 유통하는 구조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죠. 네이버웹툰의 이 같은 사업 전략 때문에 해외에서 발굴된 웹툰 IP를 활용해 영상물을 제작하는 사례도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만화 강국’ 일본 점령기

진출한 시장 중에서 특히 최근 성과가 두드러지는 곳은 일본입니다. 네이버웹툰이 해외 시장 중 가장 먼저 발을 들인 곳이기도 하죠. 네이버웹툰은 라인망가를 일본에 2013년 4월 출시합니다. 2015년 2월에는 국내 ‘도전 만화’ 시스템을 고스란히 적용한 ‘인디즈’의 운영을 시작했죠. 플랫폼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아마추어-프로 작가 발굴 생태계 구축에 나선 셈입니다.

네이버웹툰은 2021년부턴 국내 오리지널 웹툰 콘텐츠를 대거 라인망가에 올리는 ‘크로스보더’ 전략도 본격화했죠. 또 2022년 4월엔 당시 소프트뱅크 그룹 계열사인 ‘이북이니셔티브재팬’을 인수하며 웹 기반 전자책 영역에서도 성과를 올리기 시작합니다. 이 기업은 전자책 판매 플랫폼 ‘이북재팬’과 온라인 북스토어 ‘북팬’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북재팬에서 취급되는 80만권의 작품 중 만화 콘텐츠 비율은 98%에 달하는데, 야후재팬 포털과 연동돼 만화 콘텐츠를 웹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적 강점을 지닙니다. 앱에선 라인망가를, 웹 시장에선 이북재팬을 중심으로 연계되는 사업 구조를 마련하는 데 성공합니다.

10년 넘게 이어진 일본 시장 공략은 최근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시장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만화 플랫폼 거래액 합산치가 11개월 만에 1000억엔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죠. 지난해 네이버웹툰의 연간 거래액의 절반 정도를 일본 시장에서 올린 셈입니다.
웹툰 ‘입학용병’ 이미지. 한국에서 연재를 시작한  ‘입학용병’의 2023년 라인망가 연간 거래액은 10억엔을 넘어섰다. [제공 네이버웹툰]

BM 다각화로 미국 상장 ‘굳히기’

글로벌 사업 성과를 통해 미국 상장을 가시화한 네이버웹툰은 최근 BM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국내에 신규 도입한 ‘몰아보기’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일정 시간 동안 특정 작품의 모든 회차를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는 신규 BM이죠. 현재는 플랫폼 내 재화인 쿠키 10개(웹 결제 1000원, 앱 결제 1200원)를 지불하면 한 시간 동안 이용권이 주어지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유료 회차가 많은 완결작에 대한 이용자 감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면서, 작가들은 완결작 수익을 확대할 수 있게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회사는 영상 광고를 보면 유료 회차를 볼 수 있는 ‘광고 보고 무료’ 상품을 2023년 12월 국내 서비스에 도입했습니다. 2018년 10월 국내서 서비스를 시작한 ‘쿠키오븐’을 영어 서비스에 ‘트레저 헌트’란 이름으로 2023년 7월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상품은 사용자가 특정 액션을 달성하면 웹툰 유료 회차를 감상할 수 있는 쿠키를 지급하는 식으로 운영됩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023년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웹툰의 성과에 대해 “지속적인 리소스(자원) 효율화와 크로스보더 콘텐츠 확대, 신규 BM 도입 등 다양한 노력의 에비타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익성을 쫓기보단 웹툰 생태계 마련을 좇아왔던 네이버웹툰의 20년 사업 방향성이 드디어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탄탄한 생태계만큼이나 빠르게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는 네이버웹툰의 미국 상장은 올해 이뤄질 수 있을까요? 한국을 ‘웹툰 종주국’으로 만든 네이버웹툰이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을 때부터 미국 상장은 꾸준히 가능성이 제기됐던 사안입니다. 네이버 계열사의 첫 상장이 언제 이뤄질지, IPO는 흥행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합니다.
[제공 네이버웹툰]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아메리칸 항공, '기술 문제' 미국내 모든 항공기 운항중지…한 시간만에 해제

2이스라엘 의회, 비상사태 1년 연장

3이시바 日 총리 “트럼프와 이른 시일 내 회담”

4 한중 외교장관, 계엄사태 후 첫 통화…"소통·협력 지속"

5고려아연, '집중투표제' 통한 이사 선임 청구 결의

6美, 한화큐셀 조지아주 태양광 공장에 2조1000억원 대출 승인

7'퇴직연금 일임 로보어드바이저' 신규 규제특례 지정…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

8포스코 임금협상 타결…노조 찬성 69.33%

9보험사기 조사 강화…피해 구제도 빨라진다

실시간 뉴스

1아메리칸 항공, '기술 문제' 미국내 모든 항공기 운항중지…한 시간만에 해제

2이스라엘 의회, 비상사태 1년 연장

3이시바 日 총리 “트럼프와 이른 시일 내 회담”

4 한중 외교장관, 계엄사태 후 첫 통화…"소통·협력 지속"

5고려아연, '집중투표제' 통한 이사 선임 청구 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