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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vs LG전자…‘가전·TV’ 시장 두고 각축전

[IT·전자 ‘라이벌’ 대전]①
자존심 대결…‘규모 압도’ 삼성전자, TV 영역서 우위
LG전자, 글로벌 경기 위축 극복 성과…가전 사업 勝

라이벌·적수·맞수…. 비등한 실력을 지닌 두 강자의 대결은 언제나 가슴을 들뜨게 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최정상에 있는 둘의 대결에 세간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라이벌의 존재는 위기이자 행운으로도 여겨진다.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그 자체로 자체적인 역량을 쌓을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계도 다양한 라이벌 관계가 있다.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모습이 자주 관측된다. 소비자는 함박웃음이다. 이들이 맹렬하게 맞붙을수록 가치 있는 상품을 값싸게 만날 수 있어서다. 이런 현상은 특히 ‘변화가 곧 생존’인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에서 자주, 그리고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ICT 업계에서 라이벌로 불리는 대표적인 8개 기업을 꼽아 2023년 성적을 비교했다. 이름만으로도 뜨거워지는 라이벌, 그 관계를 차갑게 분석했다. [편집자주]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DX부문장·부회장)와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사장·오른쪽). [사진 각 사]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오랜 시간 ‘라이벌’(Rival·서로 겨루는 맞수)로 불려 왔다. 두 기업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시장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다양한 제조 영역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서로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비슷한 시기에 경쟁 제품을 내놓는가 하면, 때론 ‘우리가 더 우수한 기술력을 지녔다’며 치열한 장외 설전도 서슴지 않는다. 직원들도 ‘이것’만큼은 상대에 밀리면 안 된단 저마다의 기준을 두곤 한다.

양사는 성적표도 늘 비슷한 시기에 내놓는다. 실적 측면에서도 곧장 비교가 이뤄지는 ‘자존심 대결’이 분기별로 펼쳐지는 셈이다. 일단 ‘덩치’ 면에선 삼성전자가 LG전자를 압도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스마트폰’ 영역 때문에 벌어진 격차다.

가전·TV·PC 영역은 얘기가 다르다. LG전자가 우위에 있는 분야도 있고, 삼성전자가 앞선 시장도 있다. 지난해엔 삼성전자가 직접 경쟁 구도를 보이는 TV 영역에서 LG전자보다 높은 성적표를 써냈다. 반면 LG전자는 가전 분야에서 여전히 삼성전자 보다 장사를 더 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도 오랜 시간 양사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던 영역이지만, 3년 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LG전자가 모바일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전환된 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오랜 기간 이어진 스마트폰 부문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2021년 7월 31일 공식 철수한 바 있다.
삼성전자 vs LG전자…지난해 ‘장사’ 더 잘한 곳은?

삼성, 사업 규모 ‘압도’…LG, 경기 위축에도 ‘성장’

2023년은 어땠을까. 삼성전자 지난해 실적이 역대급 ‘반도체 불황’으로 곤두박질쳤지만, 규모 면에선 여전히 LG전자를 압도했다.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은 삼성전자가 258조9354억원, LG전자가 84조2278억원을 각각 기록했기 때문이다. 연간 영업이익 역시 삼성전자는 6조5669억원을 써냈다. 반면 LG전자는 3조5491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매출이 약 3배, 영업이익은 약 2배 높다. 다만, 기업의 대표적 성장 지표인 연간 영업이익률은 LG전자가 4.2%로 삼성전자(2.5%)보다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2023년 세계 경기는 뚜렷한 위축 기조를 보였다. 이에 따라 양사의 주력 사업인 가전·TV·PC 모두 수요 감소가 이어졌다. 삼성전자·LG전자 모두 세계 시장을 두고 사업을 펼치고 있어, 이런 분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LG전자가 규모 면에선 여전히 삼성전자에 크게 뒤지고 있지만, 경기 위축 대응 측면에선 우위를 보였다는 게 업계 내 일반적인 평가다.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이 전반적으로 하락했지만, LG전자는 실적 방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반도체 불황과 스마트폰 시장 침체를 극복하지 못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2023년 매출은 66조5945억원으로, 전년 대비 32.4% 감소했다. 특히 이 부문은 지난해 14조8795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까지만 하더라도 DS 부문은 영업이익 23조8158억원을 기록하며 전체의 54.9%를 담당했다.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담당했던 반도체 사업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전체 실적도 부진했다. 스마트폰·가전·TV·PC 등의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역시 경기 위축을 피할 수 없었다. DX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6.8% 감소한 169조9923억원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4.3%, 84.9% 하락한 이유다. 다만 DX 부문 2023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6% 오른 14조3847억원으로 집계되며 체면은 치레했다.

반면 LG전자의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0.9% 증가했다. 이로써 매출 최대치를 3년 연속 갈아치웠다. 지난해 매출 증가율 자체만 두고 본다면 사업 외연 확장 정도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업계에선 세계 경기 위축에서도 성장을 일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2023년 연간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0.1% 감소에 그치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모델이 ‘3세대 AI 8K 프로세서’를 탑재한 2024년형 Neo QLED 8K TV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자존심 대결’…가전·TV 분야 성과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국내 산업계 대표적 라이벌로 꼽히지만, 모든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는 건 아니다. 양사가 치열하게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분야로는 가전·TV·PC 분야 정도가 꼽힌다.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 시장에서도 주도권 다툼이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사업에서도 대결 구도가 형성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2021년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가전(CE 부문)과 모바일·네트워크(IM 부문)를 DX 부문으로 통합 개편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사업부 명칭도 모바일경험(MX) 부문으로 변경했다. TV·모니터 사업은 영상디스플레이(VD) 부문이 담당하고 있다. 실적 역시 이에 맞춰 발표하고 있다.

LG전자는 사업을 크게 ▲가전·냉난방공조를 담당하는 H&A사업본부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 ▲TV 영역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 ▲모니터·PC·사이니지 등을 담당하는 BS사업본부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삼성전자 전체 성적표에서 반도체·스마트폰 부문을 제외하면, LG전자 전체 실적과 비교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다만 각 사의 사업 영역이 넓고 분류 기준 역시 달라 직접 경쟁을 펼치는 시장 성과를 엄밀하게 비교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계에선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DX 성적 중 MX·네트워크 부문을 제외한 수치와 ▲LG전자의 H&A와 HE사업본부 수익을 더한 값을 비교하곤 한다. 가장 치열한 시장 경쟁이 벌어지는 ‘가전·TV’ 영역에서 대략적인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MX·네트워크 부문 매출은 약 112조4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스마트폰 제품이 담당한 매출은 108조6325억원이다.

VD·가전 부문의 합산 매출은 약 56조4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TV·모니터 제품의 2023년 매출은 30조3752억원로 나타났다. 가전 사업에서 대략 26조64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반면 LG전자는 지난해 ▲H&A사업본부 매출 30조1395억원 ▲HE사업본부 매출 14조232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가전·TV 사업에서 총 44조3723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가전·TV 전체 영역에서 지난해 장사를 더 잘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LG전자 모델이 2024년 출시된 세탁건조기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삼성전자의 TV 시장 영향력이 LG전자보다 2배 정도 높다는 점도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TV 시장 1위에 올라와 있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기준 글로벌 TV 시장 30.1%를 점유하며 18년 연속 선두 자리를 수성했다.

가전 영역은 얘기가 다르다. TV 사업과 달리 LG전자 가전 매출이 삼성전자보다 약 13.5% 높다. LG전자 H&A사업본부 매출이 8년 연속 성장해 ‘30조원 시대’를 지난해 처음 여는 등 지속적으로 외연을 확장한 결과다.

양사의 신규 대결 시장으로 떠오른 전장 산업에선 삼성전자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은 전장을 사업 주력으로 한다. 하만은 지난해 매출 14조3885억원, 영업이익 1조1737억원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2016년 80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9조3400억원)를 들여 하만을 인수했다. 2017년부터 삼성전자 연결 실적에 하만이 포함돼 발표되고 있다. 반면 LG전자 VS사업본부의 지난해 매출은 10조1476억원, 영업이익은 1334억원이다. 실적 공시를 시작한 2015년 이후 8년 연속 성장을 이뤄냈지만,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규모 면에선 아직 차이가 크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다만 “하만은 주력 사업으로 전장뿐 아니라 ‘오디오 분야’도 영위하고 있어 LG전자 VS사업본부와 직접 비교는 어렵다”며 “다양한 전장 사업 영역 중 양사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분야도 다소 차이가 있어 일대일 대응 구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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