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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 해적도 입수 못한 보물섬과도 같은 숨어 있는 여행지 [E-트래블]

한 번쯤 들어봤지만 제대로 몰랐던 여행지 매력 발견하는 기회

태백산의 새로운 명소 하늘전망대.[사진 한국관광공사]

[강석봉 스포츠경향 여행기자] 보물섬 지도는 보물섬만큼 은밀하다. 누구나 안다면 그게 과연 보물일까. 아는 사람만 귀엣말로 전해지고, 가본 사람도 입틀막으로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여행지를 천기누설한다.

3월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여행가는 달’로 정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이 공인한 ‘3월 숨은 여행 찾기, 로컬 재발견’으로 판도라를 열어버린 곳이다. 여행을 통해 지역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시적으로 개방하거나 신규 개장을 앞둔 3곳의 ‘숨은 관광지’다. 연중 가볼 수 있는 곳이 아니거나 평소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장소인 만큼 이미 알고 있던 곳이라도 3월을 맞이해 다시 한번 방문해 새로운 여행의 매력을 발견해 보면 어떨까.

추천 여행지는 ▲(한시 개방) 신비한 온돌방, 하동 칠불사 아자방 ▲(한시 개방) 독수리와 친구가 되는 특별한 시간, 경남 고성독수리생태체험관 ▲(신규 개장) 장애물 없는 여행, 태백산 하늘전망대와 하늘 탐방로 등 총 3곳이다.

이번에 소개한 3개 관광지 외에도 남원 광한루원,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등은 한시 개방하거나 새로 단장해 개방하는 곳이다.

박종택 문체부 관광정책국장은 “3월 여행가는 달 캠페인을 계기로 여러 지자체에서 지역 고유의 매력을 담은 여행지를 새롭게 발굴하고, 국민에게 한시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 로컬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국내 여행을 통해 지역 곳곳에 봄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국가민속문화재로 승격 지정된 하동 칠불사 아자방 온돌. [사진 한국관광공사]

신비한 온돌방, 하동 칠불사 아자방

하동 칠불사 아자방이 천 년 전 모습을 드러냈다. 빗장을 풀고 관람객을 맞이한 건 복원 공사 시작 후 꼬박 8년 만이다. 지리산 반야봉(1732m)의 남쪽, 해발 800m에 포근히 안긴 칠불사에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 연유다. 하동 칠불사 아자방 온돌은 지난 1월 22일 경남도 유형문화재에서 국가민속문화재로 승격 지정됐다. 이를 기념해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인 5월 15일까지 한시적으로 문을 연다. 공개 기간 중 매일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3시, 오후 4시에 30명 한정으로 스님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칠불사는 1세기경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외삼촌인 인도 승려 장유보옥선사를 따라와서, 수도한 지 2년 만에 모두 성불해 ‘칠불사’라 이름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경내에 있는 아자방(亞字房)은 스님들이 벽을 향해 수행하는 선방으로, 방안 네 귀퉁이를 바닥 면보다 한 단 높게 올려 ‘버금아(亞)’ 모양의 방 전체에 구들을 놓아 만든 온돌방이다. 네 귀퉁이는 좌선처이고, 가운데 십자 모양의 낮은 곳은 수행 중 잠시나마 다리를 펼 수 있는 경행처다. 축조 당시 아궁이에 한 번 장작불을 지피면 스님이 수행하는 백 일간 그 온기가 유지된다고 해서 전설의 구들, 신비한 온돌방이라 불렸다.

칠불사 경내에 있는 아자방은 스님들이 벽을 향해 수행하는 선방이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칠불사는 ‘한국의 다성(茶聖)’으로 불리는 초의선사가 ‘다신전’과 ‘동다송’을 지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다신전’과 ‘동다송’은 우리나라 차 문화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대표적인 저서다. 더구나 ‘다성’으로 추앙받는 초의선사의 작품이니 다도의 성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칠불사 일주문 앞 넓은 터에 초의선사다신탑비가 서 있어 차향이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대웅전에는 은행나무로 빚어진 부처님들의 온화한 미소가 있고, 김수로왕의 부부가 일곱 왕자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만들었다는 영지(影池) 등 볼거리가 많다.

하동은 신라 흥덕왕 때 야생차를 최초로 심은 녹차 시배지로, 1200년 역사를 가진 야생차의 고장이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덖음 기술을 활용한 하동 야생차는 그 맛과 품질이 우수해 2017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는데, 칠불사 지척에 있는 법향다원·정금차밭·도심다원 등에 들러봐도 좋겠다. 또한 하동야생차체험센터에 새롭게 문을 연 ‘티 카페 하동’, ‘티 마켓 하동’에서 이름난 하동의 녹차와 함께 봄의 여유를 만끽해 보자.

칠불사 지척에 있는 법향다원·정금차밭·도심다원. [사진 한국관광공사]

독수리와 친구가 되는 특별한 시간, 경남 고성독수리생태체험관

올해 5년째를 맞이한 고성독수리생태체험관. [사진 한국관광공사]

해마다 몽골에서 수많은 독수리가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로 날아오는데 그중 상당수가 고성으로 모여든다. 왜 고성일까? 25년여 전 고성 철성고등학교 김덕성 선생님이 학교 인근 논밭을 찾은 독수리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 오랜 세월 한결같이 독수리 먹이 주기 활동을 이어온 결과 매해 수백 마리가 고성을 찾게 된 것. 이후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생태테마관광 육성 사업을 통해 독수리 생태관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겨우내 독수리식당 인근에 독수리생태체험관을 임시 설치하고 독수리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올해로 5년째를 맞은 독수리 생태관광은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프로그램 중에는 생태 해설사가 쌍안경과 카메라를 나눠준 후 조를 나눠 관람객을 탐조대로 안내하고, 두세 가족당 생태 해설사가 1명씩 동행해 설명하며 탐조를 돕는다. 독수리의 먹이 활동 및 특성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쌍안경을 이용해 자세히 관찰하도록 도와준다.

프로그램 구성은 꽤 알차다. 야외에 마련된 독수리 둥지 포토존에서 독수리 날개를 달고 기념사진을 찍는가 하면 갓 구워낸 독수리 빵을 먹으며 몽골에서 독수리가 온 사연을 담은 영상도 관람한다. 만들기 체험도 진행하는데 독수리 소리를 내는 피리, 독수리 모빌 등 4종류 중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특별한 기념품이 더해진다. 체험객이 직접 찍은 사진을 즉석 인화해 작은 앨범에 담아갈 수 있다.

독수리 생태관광 프로그램은 3월 21일까지 매주 화·목·토·일요일(오전 10~12시)에 진행한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날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자율 방문도 가능하며, 전시관과 영상을 무료 관람할 수 있다.

독수리 생태관광 프로그램은 다채롭게 진행된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장애물 없는 여행, 태백산 하늘전망대와 하늘 탐방로

하늘전망대는 태백산의 새로운 명소다. 전국 23개 국립공원 가운데 최초로 들어서는 하늘전망대다. 지난 1월 19일 임시 개장해, 올해 태백산 눈 축제는 하늘전망대가 축제만큼이나 화제였다. 무엇보다 무장애 탐방시설로 휠체어와 유아차 접근이 어렵지 않다. 휠체어나 유아차 이용자는 탐방지원센터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곧장 하늘탐방로로 진입한다. 전체 구간 평균경사는 1/16(3.6도)로 완만하다. 탐방로 폭 또한 2.8m로 휠체어 교행이 가능하다. 하늘전망대는 하늘탐방로가 닿는 가장 안쪽이다. 소나무 사이로 솟은 33m의 정상까지 나선을 그리며 올라간다. 전망대 오르는 길은 이동형 전망대나 다름없다. 방향을 틀 때마다 장면이 바뀌며 기대감을 높인다.

전국 23개 국립공원 가운데 최초로 들어서는 태백산 하늘전망대. [사진 한국관광공사]

하늘전망대 정상에서 보는 주위 산세는 태백산의 영험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발아래로는 나무의 우듬지가 내려다보이고 먼 산으로는 능선이 장엄해서 아득하다. 하늘전망대의 공식 개장은 3월 31일이다. 임시 개장 기간인 3월의 초입에는 겨울에서 봄으로 번져가는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서 볼 수 있고, 3월의 마지막 주는 ‘공식’적으로 태백산 하늘전망대의 첫 봄 손님이 될 수 있다. 태백산 하늘전망대 미디어아트관 역시 공식 개장에 맞춰 문을 연다. 살짝 미리 본 전시는 태백산 호랑이를 다룬 작품이 흥미롭다. 인근 태백산 소도야영장과 태백석탄박물관도 연계할 만한 여행지다. 태백산 하늘탐방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한다.

춘향을 바라만 볼 텐가, 남원시 광한루원 광한루누각

보물 281호로 지정되어 있는 남원 광한루. [사진 한국관광공사]

광한루는 1419년에 황희가 남원에 유배되었을 때 지어져, 현재 보물 281호로 지정되어 있다. 처음에는 광통루(廣通樓)라 불렸으나 세종 16년(1434년) 정인지가 고치고 난 뒤 ‘달의 궁전’과 같다고 하여 지금까지 광한루라고 불리고 있다. 현재는 매년 열리는 춘향제의 주무대이며, 야간조명과 함께 야간관광의 핫플레이스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문화재 보호차원에서 내부 출입을 제한하고 있으나, 여행가는 달 캠페인의 일환으로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단 3일간 한정 개방된다.

재단장해 국제 관광지 꿈꾸는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1978년에 설치되어 노후화된 기존의 애기봉 전망대를 철거하고 평화생태전시관·조강전망대·생태탐방로를 조성하며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먹먹한 과거와 풍요로운 자연을 품은 이곳,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은 희망과 행복, 평화를 떠올리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중립지역에 위치한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은 연말이면 트리 점등을 두고 남북 간 긴장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새 단장을 계기로 국제적인 관광지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길목인 이곳은 북한과의 직선거리가 1.4㎞에 불과하다.

비무장지대에서 수거한 탄피를 녹여 만든 ‘평화의 종’은 관광객들에게 인기 만점 사진 촬영 명소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은 개장 2년 만에 방문객 10만 명을 돌파했고, 최근엔 월평균 1만 명이 찾는 수도권 관광 명소가 됐다.

10년 전 철거한 성탄 트리를 대신해 계단형 경관조명에 불을 밝혔고, 정월대보름엔 레이저쇼를 여는 등 민통선 내 관광지라는 무거움과 긴장감을 내려놓게 했다. 김포시는 국방부와 협의해 야간 개장을 확대하고 모노레일을 설치하는 등 애기봉을 수도권 야경 명소이자 외국인들이 찾는 필수 관광 코스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애기봉 전망대를 철거하고 평화생태전시관·조강전망대·생태탐방로를 조성하며 새롭게 단장한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사진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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