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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옷’ 열광하는 MZ…‘그랜파코어룩’ 뜬다 [민지의 쇼핑백]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멋 추구
클래식 스웨터·셔츠·로퍼 대표 아이템

그랜파코어룩으로 스타일링한 피오, 수영. [사진 피오, 수영 인스타그램]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할아버지 옷장에서 꺼낸 듯한 스타일을 의미하는 ‘그랜파코어(Grandpa Core)룩’이 올해 패션 트렌드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말 그대로 할아버지들의 옷장에서 볼 법한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인데, 이를 동경하는 MZ세대들이 많아지며 패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그랜파코어 스타일 대표 아이템으로는 고전적인 느낌의 케이블 스웨터나 오버핏의 옥스퍼드 셔츠, 럭비 셔츠, 베스트, 로퍼 등이 있다. 

이미지 기반 소셜미디어인 핀터레스트(Pinterest)의 작년 3분기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그랜파코어’(Grandpa core)와 ‘할아버지 스타일’(Grandad style)의 검색량이 각 65%, 60% 가량 증가했으며, 2024년에는 Z세대와 베이비 붐 세대를 중심으로 ‘그랜파코어’ 스타일을 수용할 것이라는 내용을 밝힌 바 있다. 

‘그랜파코어’ 열풍의 시작점에는 ‘할매니얼’(할매와 밀레니얼 세대를 합친 신조어) 트렌드가 있다. 지난해에는 손뜨개 니트, 꽃무늬, 흑임자와 인절미, 차 오마카세 등 입는 것부터 먹는 것까지 할매니얼 트렌드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할아버지 옷에 이어 ‘할머니 입맛’도 유행이다. 할매니얼 트렌드는 지난해 여름 시작했다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가수 비비가 부른 ‘밤양갱’ 음원 인기와 맞물리면서 양갱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 간식으로 떠오르게 됐다.

특히 할매니얼 트렌드에 영향을 받은 패션인 ‘그래니(Granny)룩’은 할머니 세대의 패션을 세련되게 재해석한 패션을 뜻하며, 꽃무니 원피스 등 주로 여성들이 활용 가능한 스타일로 다소 한정적이었다. 

이에 반해 ‘그랜파코어’ 스타일은 남녀 모두에게 적용 가능하여 더욱 대중적이면서도 최근 MZ세대들이 추구하는 ‘젠더 플루이드’ 패션과도 관련이 있다. ‘젠더 플루이드’ 패션은 성별과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옷을 선택하는 패션 스타일을 말한다.
그랜파코어룩으로 스타일링한 지지 하디드, 김나영,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사진 지지 하디드, 김나영,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인스타그램]

할매니얼 트렌드와 그랜파코어 스타일링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해리 스타일스, 지지 하디드, 헤일리 비버 등 해외 셀럽부터 김나영, 수영, 피오 등 국내 스타들까지 즐겨 입으며 화제를 모았다.

그랜파코어 트렌드 타고 부활한 ‘이 브랜드’

작년에는 올드머니룩이 대세였다면 올해는 그랜파코어다. 두 트렌드 모두 전통적인 스타일과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패션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올드머니룩은 주로 상류층에서 보이는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스타일을 가리키지만 그랜파코어는 할아버지들이 입는 옷을 모방한 스타일로 마찬가지로 클래식하지만 좀 더 개성 있고 편안한 스타일이다.

그랜파코어 트렌드가 떠오르며 주목 받는 해외 브랜드는 바로 ‘폴로 랄프 로렌’이다. 폴로 랄프로렌은 1967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아메리칸 클래식 스타일을 대표한다. 

10대부터 70대까지 아우르는 디자인의 폴로 셔츠, 피케 셔츠, 스웨터 등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 폴로 랄프로렌의 매출 및 영업이익은 높은 성장율을 기록했다.

폴로 랄프로렌이 국내에서 다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최근 일이다. 패션업계에 올드머니 트렌드와 레트로(복고)가 새로운 유행으로 번지면서 선택을 받기 시작했고, 올해 그랜파코어 트렌드까지 겹치면서 클래식한 스타일의 셔츠, 니트 등이 떠오르고 있다.

그랜파코어 수요 증가에 관련 매출도 증가세

그랜파코어 트렌드 관련 상품 매출도 늘고 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패션브랜드 ‘스파오’, ‘후아유’는 그랜파코어 관련 상품의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

스파오의 남녀공용 럭비 스웨트셔츠의 작년 12월∼올해 2월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케이블 스웨터류와 오버핏 옥스퍼드 셔츠류 매출도 각각 27%, 57% 성장했다.
후아유 가디건, LF 케이블 니트. [사진 이랜드, LF]

후아유는 지난해 12월∼올해 2월 스웨터류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늘었다. 이 중 포인트로 활용하기 좋은 컬러풀한 카디건 상품은 작년보다 2배 이상 판매됐다고 회사는 전했다. 옥스퍼드 셔츠 판매량도 작년보다 10% 늘었다.

LF가 전개하는 캐주얼 브랜드인 ‘헤지스’ 또한 올해 1~2월 기준 케이블 니트와 반집업 니트, 카디건 상품 등 케이블 소재 니트류 판매량이 작년 대비 약 125% 성장했다. 케이블 니트는 클래식함의 대명사로 10대부터 70대까지 아우르는 아이템이다.

그랜파코어가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인 이유는 가치 소비 추구하는 MZ세대 소비 흐름과도 맞아 떨어진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스타일에 실제 할아버지 옷을 재활용해 연출할 수 있어 지속 가능성 높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오랫동안 연출할 수 있는 그랜파코어룩은 다양한 아이템과 연출이 용이하고, 할아버지 옷장에서 꺼내 입어도 요즘스러울 정도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스타일이라 더 인기”라며 “스트릿 무드 기반의 Y2K패션과 달리 클래식 무드 기반으로 풀어내 고물가에 한 벌 구매로 오랫동안, 다양한 스타일링으로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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