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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테무의 韓시장 공습…우리 기업 살아남으려면

[스페셜리스트뷰]
물류센터 설립 등 2차 폭격 시작…통신판매업 폐업 급증
유통업 넘어 제조업도 위험…정부 차원 대응 방안 절실

지난해 3월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알리익스프레스 팝업스토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정은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알리)는 일찍이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2018년 국내에 진출했고 상상을 초월하는 초저가, 유명 배우를 모델로 한 전방위적 광고와 무료 배송 및 반품 등으로 현재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PDD홀딩스가 운영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의 해외 쇼핑앱 테무(Temu·테무)는 알리의 한국 시장 성공적 진입을 목격한 후 지난해 7월 한국에 공식 진출했다. 테무는 현재 할인과 쿠폰 제공, 무료 배송과 같은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2차 폭격’ 나선 중국 이커머스

실제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최근 월별 활성화 이용자 수 추이를 살펴보면, 알리와 테무의 급성장이 눈에 띈다. 특히 테무 이용자 수는 2024년 2월 약 580만명에서 3월 약 830만명으로 43%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이커머스 업계 3위에 올라섰다.

무료 배송, 할인 등으로 1차 예열을 마친 중국 이커머스들은 이제 초저가 공세를 넘어 현지화를 위한 2차 폭격을 준비 중이다. 알리는 지난해 10월 한국 전용 상품관인 K-베뉴(K-Venue)를 만들어 판매 영역을 중국 공산품 뿐 아니라 한국의 신선식품까지 확대했다. 이미 삼성전자, CJ제일제당, 롯데, 아모레퍼시픽, 쿠쿠 등 국내 대기업들이 입점을 마쳤고 참여 기업들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중소 셀러들을 위해서는 입점 시 오는 6월 말까지 판매 수수료를 면제하고 우수 상품 발굴을 위해 조달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한국 상품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새 판매 채널을 오는 6월 개설할 계획이다. 이 채널은 기존의 알리뿐만 아니라 라자다, 스페인어권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미라비아 등 알리바바 그룹 산하의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에 판매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알리바바 그룹은 이를 통해 올해 약 1만개, 향후 3년간 총 5만개의 국내 중소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들이 한국 시장에 더 깊이 침투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은 국내 인력 채용이다. 국내 인력을 통해 국내 신선식품 공급자 및 판매자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소비자 특성을 파악해 소비자 친화적인 상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알리가 발표한 대로 한국에 통합물류센터를 구축, 쿠팡과 같은 배송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중국 이커머스가 국내 시장의 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물류센터는 단순 기존 직구 서비스를 넘어, 한국 시장에서 직접 매입을 통한 판매를 가능케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산 제품을 한국에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 제품을 해외 시장에 판매하는 양뱡향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테무 또한 국내 시장 입지 확대를 위해 한국 법인을 설립하는 등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대법원에 따르면 테무는 지난 2월 ‘웨일코코리아’라는 사명으로 국내 법인 등록을 마쳤다. 최근에는 국내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콘텐츠 마케팅을 강화하고 국내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간접 광고를 송출하는 등 영역을 넓히면서, 국내 젊은 소비자들의 인지도와 접점을 다각도로 늘리고 있다.

알리·테무, 초저가 가능한 이유

하지만 이러한 초저가 공세와 파격적인 혜택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중국 이커머스가 파격적인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배경은 대략 세 가지의 요인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중국의 제조 생태계와 플랫폼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저렴한 인건비와 생산 인프라로 전 세계 '제조 공장'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저렴한 상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유통 판로가 생겼다. 여기에 지난 고성장기 늘어난 생산설비로 인해 생산제품 양 자체가 증가했다. 결국 재고 해소를 위해 이들이 해외 소비자에게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관세·부가세 및 KC(Korea Certification·국가통합인증) 인증 면제다. 기업이나 도매상이 정식으로 수입할 경우 KC 인증 비용과 관세, 부가세를 내야 하지만 현재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150달러 이하 상품에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에 중국에서 물건을 수입해 판매하는 제품과 가격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출혈 경쟁이다. 중국 이커머스는 국내 시장 선점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쿠폰과 할인 행사 등을 대규모로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알리나 테무, 틱톡과 같은 또 다른 플랫폼이 국내 시장을 선점한다면 판매가가 많이 오르게 될까? 관세·부가세, KC 인증 등이 적용되고 한국에서 대리인을 지정하거나 법인을 설립한다면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판매가는 현재보다 오를 수밖에 없다. 

다만 중국에는 값싼 노동력과 제조 공장이 많아 제조-소비자 직거래 유통 구조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제공하는 가격보다 판매가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는 알 수 없지만 다른 경쟁 업체들이 계속 생겨날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韓 정부, 규제 강화로 견제 중

오히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안전 및 개인정보 문제와 중·장기적 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알리·테무에서 판매 중인 장신구에서 국내 안전 기준치 이상의 인체발암 가능 물질인 중금속(납·카드뮴)이 검출되기도 했다. 저가 상품, 특히 피부에 닿는 장난감, 의류, 생활용품 등에서 발견되는 유해 물질은 소비자 건강에 직접적인 위험을 가한다. 또 대량으로 방출되는 쓰레기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국가 차원에서 이러한 위험을 다양한 검증을 통해 기준을 세우고 어떻게 대응할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대응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가 자료 수집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테무 등 정보통신 문제에 대응하고 싶지만 증빙 자료가 없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계기로 진행해온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를 대상으로 한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상반기 내 마무리할 계획을 밝히는 등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적극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최장혁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2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중국 인터넷 기업에 한국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는 데 유예 기간을 줄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중국 이커머스들이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려면 한국 시장에 맞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완벽히 준수하라는 얘기다.

또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알리나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도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 공정한 경쟁을 위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프라인 업체들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매달 매출을 제출해야 한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유통산업발전법이 아닌 전자상거래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정부는 각 업체의 협조를 얻어 실적을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알리익스트레스와 테무 등 외국 업체들에 대해선 매출 실적과 거래액 등의 정보 공개 협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2조3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추측만 있을 뿐 정확한 매출은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테무 역시 지난 2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법인상 사무실 주소를 공유오피스로 지정하고 상주 직원을 두지 않는 등 정부가 업체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기반이 부족한 상태다.

국내 기업들, 中 공습에서 살아남으려면

중·장기적으로는 사회, 경제적으로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중국 이커머스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경우 경쟁에서 밀린 국내 기업의 실업률 증가, 시장의 다양성 저해, 소비자 선택권 문제, 자본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놀라운 가격으로 많은 선택과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중국산 상품을 판매하는 국내 소상공인과 중소 유통업체는 가격 경쟁에서 밀려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제공하는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통신판매업 폐업자 수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디지털 경제 진화에 따라 통신판매업 창업 증가에 비례해 폐업이 증가했을 수 있지만, 알리와 테무 같은 중국 이커머스가 두각을 보이기 시작한 2023년에 폐업이 급증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이러한 타격은 단순 유통업계를 넘어 중국 원재료 및 중간재 기반의 국내 제조업에까지 파장이 미칠 수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국내 셀러들의 지원으로 해외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가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존재할 수 있다. 다만 선택받지 못한 나머지 기업들은 도태될 확률이 높고, 선택을 받더라도 테무와 같이 입찰을 통해 최저가 경쟁을 시킨다면 수익성 악화와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업체들의 성장 기회를 제한하며, 신규 투자 및 사업 확장을 어렵게 만들어 국가 경쟁력까지 저하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제 해결법으로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제재를 언급한다. 하지만 이로 인한 잠재적 이득과 손실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알리가 추진 중인 해외 직구 전용 물류센터 설립은 한국 시장에 처음 도입되는 사업 모델이다. 중국은 물류센터를 정부가 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따져보고 관련법과 제도의 보완점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알리나 테무 등이 물류센터를 구축하게 될 경우 관련 인·허가 등을 꼼꼼히 따져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국내 기업이 대응할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150달러 무관세 기준의 경우 오히려 중국은 해외 직구 수입세 감면 한도액을 2019년 1회 2000위안(37만원)에서 5000위안(93만원)으로, 연간 2만위안(373만원)에서 2만6000위안(48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도 1회 한도를 낮추기보다 누적 면세 한도 기준을 두는 것을 고민해 볼 수 있다. 

또한 정부는 중국 이커머스의 산업별 침투 정도 및 영향을 파악하고 시나리오를 구축해 기업 규모별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패션 및 섬유산업은 중국 생산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시장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산업의 경우 광범위한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금융과 헬스케어 분야에 새로운 기회와 위협이 될 수 있다.

국내 기업들 또한 글로벌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결국 희소성이 담보돼야 한다. 희소성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니게 만든다. 따라서 기업만이 제공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희소 가치를 적극 마케팅하고 강조함으로써 소비자의 관심과 충성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이 경우 해외 시장 공략 경쟁력도 생길 수 있다. 남도장터, 경남이몰 등 지역에서 나는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몰 개편과 이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한국 시장 진입은 글로벌화와 디지털 경제의 성장이 교차하는 점에서 어쩌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복합적이고 힘들지만, 같이 힘을 모은다면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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