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C 30년 ‘뚝심’…삼성SDS의 ‘클라우드 체질 개선’ 발판
[‘AI 시대 핵심’ 데이터센터 4사 4색]①
1992년 IDC 시설 첫 구축…클라우드 등장 전부터 핵심 역량 확보
SI 매출 앞지른 클라우드…동탄 IDC 운영 기점으로 B2B 외연 확장
2022년 10월 15일, SK C&C 판교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불이 났다. 이 시설을 임대했던 네이버·카카오의 서비스가 멈췄다. 사실상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플랫폼 이용에 제약이 생기자, 정부는 이 사고를 ‘재난’으로 분류했다. SK·네이버·카카오, 단 세 기업이 일으킨 문제임에도 ‘일상이 멈췄다’란 지적이 나왔다. 숨을 멈춰야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듯, 이 사고는 되레 IDC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서비스가 얼마나 삶에 파고들어 있는지를 새삼 실감케 했다. 그리고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에 따라 디지털 서비스가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높아졌다. IDC는 AI가 세상을 배우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코노미스트’는 AI 시대 개막에 따라 중요도가 높아진 IDC 현황을 짚기로 했다. 국내 기업 중 IDC 영역에서 최근 두드러진 변화를 보인 네 곳을 꼽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삼성SDS는 회사 본질을 시스템통합(SI)에서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는 SI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중요도가 더욱 높아진 클라우드 영역에서 사업 기회를 잡겠단 취지다.
삼성SDS가 ‘미래 먹거리’로 클라우드 영역을 꼽은 건 이미 풍부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자원을 갖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사가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 구축한 IDC는 무려 18개다. 국내에서만 총 5개의 IDC를 운영하고 있다. 1992년 과천 IDC 개관을 시작으로 꾸준히 시설을 확충하며 역량을 쌓아왔다. 과천 IDC 매각으로 현재 삼성SDS가 운영 중인 가장 오래된 시설은 1996년 설립된 구미센터다. ‘클라우드’란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이전부터 정보기술(IT) 인프라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단 의미다.
오랜 시간 쌓아온 IDC 설립·운영 노하우는 삼성SDS가 ‘클라우드로 사업 중심을 전환해 성과를 올릴 것’이라고 대외에 여러 차례 자신감을 내비친 근거가 되기도 했다. 삼성SDS는 ▲고객사 맞춤형 IT 인프라 구축 후 받는 비용 ▲자사 IT 인프라 자원을 고객사에 빌려주고 받는 임대료 ▲자체 개발한 IT 솔루션을 고객사에 제공한 후 받는 사용료 등을 주된 수익원으로 한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IT 인프라를 제공하며 쌓은 경험과 풍부한 IDC 자원을 토대로 고객사에 맞춤형 AI·클라우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삼성SDS 사업 전환의 핵심이다.
특히 삼성SDS 국내 IDC 중 가장 최근 설립된 ‘동탄 IDC’는 국내 첫 고성능컴퓨팅(HPC) 전용 시설로 마련됐다. HPC는 대용량의 정보를 고속으로 처리해 주는 고성능컴퓨팅 환경을 말한다. 2023년 3월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한 동탄 IDC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30년간 지속된 IDC 혁신
삼성SDS가 IDC 사업의 첫발을 뗀 건 30년 전이다. 현재 국내에서만 ▲구미(1996년) ▲수원(2007년) ▲상암(2015년) ▲춘천(2019년) ▲동탄(2023년)에 IDC를 보유·운영하고 있다. 상암 IDC는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금융 관계사와 호텔신라 등 서비스 관계사가 이용하고 있고, 수원 IDC는 삼성전자·삼성전기 등 제조 관계사의 핵심 시스템을 담당한다. 구미 IDC는 제조 관계사의 백업센터로, 춘천 IDC는 주요 금융 시스템의 백업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SDS의 모든 국내 IDC는 업타임 인스티튜트 등으로부터 티어 3(Tier Ⅲ)등급을 받았다. IDC 티어는 코로케이션 서비스(직접 IDC를 구축·운영하기 어려운 기업을 대상으로 시설을 임대·관리해 주는 사업) 가용성 등을 등급화한 지표다. 설계·구축·운영 전반의 성능과 신뢰성을 검사해 IDC를 총 4단계로 나눠 등급을 매기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시설이 우수하다는 걸 나타낸다. 통상 티어 3부터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IDC로 인정을 받는다.
삼성SDS 수원 IDC는 아시아 최초로 2010년에 티어 3등급을 받은 바 있다. 대지면적 7142㎡에 지하 8층·지상 13층(연면적 8만3431㎡) 규모로 구축된 상암 IDC의 경우 2016년 ‘데이터센터 다이내믹 어워드’(Data Center Dynamic Award)에서 ‘엔터프라이즈 데이터센터 부문상’(The Enterprise Data Center Award)을 수상했다.
축구장 5.5개를 수용할 수 있는 3만9780㎡ 부지에 지상 2층 규모로 설립된 춘천 IDC는 모듈러 방식으로 지어진 시설이다. 6개 모듈로 하나의 IDC를 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설립 비용을 대폭 낮추면서도 효율성을 높였다. 모듈에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시설을 차단할 수 있는 식의 대처도 가능하다.
삼성SDS가 다양한 시설을 운영하며 쌓은 기술력은 동탄 IDC에 집대성됐다. 서울 잠실야구장(1만516㎡)보다 큰 1만5056㎡ 부지에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지어진 동탄 IDC는 국내 최초 HPC 전용 시설을 표방한다. 초고속·대용량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 복잡한 연산 업무에 적합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AI·빅데이터 분석·연구개발(R&D) 등을 수행하는 곳을 주요 고객사로 삼고 HPC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이 시설은 또 국내에서 유일하게 3개 IDC 간 상호 백업이 가능하도록 구성됐다. 회사 관계자는 “화재·정전 등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서비스 재개가 될 수 있도록 안정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동탄 IDC는 AI 확산에 따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과도한 전력 사용에서도 장점을 보인다. 냉동기가 낮은 온도의 물을 만들어 서버에 공급하는 동시에 찬 바람도 생성해 내는 액냉기법(Liquid Cooling)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환절기·겨울철엔 냉동기 가동 없이 외부 공기를 이용해 냉각수를 만든다. HPC 전용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전력효율지수(PUE) 1.1 수준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PUE는 IDC 총 전력 중 IT 장비 외 냉방·설비 등 부가 전력 소모가 얼마나 적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삼성SDS의 IDC PUE는 수원 1.58에서 상암 1.34, 동탄 1.1로 점차 개선됐다. 유럽 268개 IDC의 평균 PUE가 1.7임을 고려하면, 삼성SDS의 전력 효율 기술이 세계 수준임을 알 수 있다.
SI 매출 넘어선 클라우드 사업
삼성SDS는 삼성그룹 내 IT 솔루션을 책임지는 SI 기업으로 출발했다. 클라우드 사업 중심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 작업은 황성우 삼성SDS 대표이사(사장)가 취임한 2020년 12월부터 본격화됐다.
비교적 뒤늦게 클라우드 산업에 진출한 후발주자란 뜻이다. 그러나 삼성SDS는 클라우드 산업의 ‘모든 분야’에 진출했다는 드문 이력을 지니고 있을 만큼 빠르게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클라우드 사업의 핵심인 IDC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사업 구조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삼성SDS는 최근 10년간 IDC 관련 프로젝트를 176건 수행하기도 했다.
클라우드 사업 분야는 크게 ▲클라우드 인프라·플랫폼 서비스 제공(CSP·Cloud Service Provider)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MSP·Managed Service Provider)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Software as a Service)로 나뉜다. 통상 CSP나 MSP 중 하나에만 집중하는 구조이지만, 삼성SDS는 모든 영역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삼성SDS의 체질 개선은 실적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2023년 연간 실적을 보면 이미 클라우드 매출이 SI 부문을 앞질렀다. 2022년까지만 하더라도 사업 부문별 연간 매출은 ▲SI 1조4839억원 ▲클라우드 1조1627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2023년엔 ▲SI 1조1514억원 ▲클라우드 1조8807억원으로 나타났다. IT서비스 부문 매출 중 클라우드 사업이 담당하는 비율은 2022년 4분기 23%에서 2023년 4분기 34%로 확대됐다. 동탄 IDC를 기반으로 한 HPC 기업 간 거래(B2B) 사업 매출이 본격적으로 재무제표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황 대표는 지난 3월 제39기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클라우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을 짚으며 “SCP 기반의 CSP, 올인원매니지드클라우드서비스(MSP), 업무 혁신을 위한 엔터프라이즈 SaaS의 세 가지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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