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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해지는 규제, 치솟는 공사비...서울 아파트 공급 ‘가뭄’

내년 제로에너지 인증 시행, 공사비 오르나
서울 등 수도권 공급, 계획의 30% 미만

서울 한강변 아파트 모습.[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경기 침체, 공사비 급등 영향에 수도권 아파트 공급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인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제도가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을 활용하고 성능을 강화한 단열재를 사용하는 등 주택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친환경 건축물을 말한다. 지난 4월 국토교통부는 2025년부터 적용하는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 건설기준’ 개정안을 발표했는데, 민간 아파트는 내년부터 5등급(에너지 자립률 20~40%) 인증이 의무화됐다. 현재는 공공 분양 아파트나 임대 아파트에 한해 이 제도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민간 건설 부문은 경기 악화에 따른 영향으로 시행이 1년 유예됐다.

문제는 제로에너지 기준을 충족하는 건축물을 지을 때 건설비용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이다. 제로에너지 아파트에 사는 입주자는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냉·난방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건축비가 상승하면 분양가가 오른다는 단점이 있다. 제로에너지 건축물 기준 강화에 따라 국토부가 추산하는 건축비 상승액은 약 130만원(전용면적 84㎡ 기준). 반면 건설업계는 태양광 패널 설치 등이 어려워질 경우 더 많은 공사비용이 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파트 외벽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설치 후 관리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실제 최근 건설사들이 아파트 수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으면서 아파트 공급량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대한건설협회가 내놓은 ‘국내건설경제동향’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국내 건설 수주액은 34조221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국내 수주액이 47조557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8.0% 줄어든 수준이다. 특히 민간 부문 수주액은 1년 전보다 36.2% 감소한 22조2121억원이었다.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것도 건설사들을 위축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사업들이 과거에는 수주하면 곧 돈을 버는 ‘알짜’였지만, 최근 공사비 급등‧공사 지연에 따른 문제 발생 등 변수가 커지면서 건설사가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아파트 분양 물량의 공급 감소로 직결된다.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의 공급 실적은 당초 계획의 30%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조사에 따르면 올해(5월 9일 기준)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의 계획 대비 공급 실적은 9만2954가구로 올해 초 공급을 계획했던 33만5822가구 중 27.7% 수준이다. 특히 서울(13.6%), 부산(16.9%), 경기(26.3%) 등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공급률이 계획에 한참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 (부동산) 시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집이 부족하다고 당장 찍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공급이 많다고 집을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안정적인 계획으로 공급에 대한 신뢰를 줘야 하는데, 정부가 단기정책만 사용하면 정말 필요한 시점에 주택 부족으로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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