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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등 아니면 국산화 어렵다”…‘배지’ 새 길 여는 엑셀세라퓨틱스 [이코노 인터뷰]

혈청배지→화학조성배지…세포배양배지 시장 변동
엑셀, 화학조성배지 ‘셀커’ 개발…매출 키우기 박차

이의일 엑셀세라퓨틱스 대표.[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세포유전자치료제(CGT)는 기업이 항체약물중합체(ADC) 못지않게 탐내는 분야다. 희귀질환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돼서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올해 초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CGT의 하나인)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SK팜테코도 프랑스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해 CGT를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확보했다. CGT CDMO 시장이 열리기 전 채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여러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 CGT CDMO 시장의 규모는 2026년 101억1350만 달러(약 13조원) 규모로 점쳐질 만큼 유망하다.

문제는 국내 CGT 개발 기업이 해외 기업의 세포배양배지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포배양배지는 CGT를 비롯한 바이오의약품의 제조·생산에 필요한 세포를 만드는 주요 소재다. 세포가 증식할 수 있는 영양물질이 포함돼 있어 ‘세포 밥’으로도 불린다. 기업이 세포배양배지를 해외 기업에 의존한다면, 의약품 공급망이 문제가 됐을 때 치료제를 제때 생산하기 어려워진다. CGT 개발 기업뿐 아니라, CGT를 위탁개발(CDO)하거나, 위탁생산(CMO)하는 CDMO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런 시장에 국내 기업이 뛰어들어 선진 제품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엑셀세라퓨틱스 이야기다.

엑셀세라퓨틱스는 화학조성배지 형태의 CGT 세포배양배지인 ‘셀커’를 개발한 기업이다. 2015년 법인을 설립해 다국적 기업의 텃밭인 CGT 세포배양배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셀커는 혈청배지(우태아혈청(FBS)배지)와 무혈청배지, 무이종배지 등 기존 세포배양배지와 비교해 안전성과 경제성이 높다. 현재 CGT 개발 기업은 혈청배지와 무혈청배지를 주로 사용한다.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과 론자 등 해외 기업이 이들 제품의 상당수를 공급한다. 세포배양배지는 CGT를 제조·생산하는 주요 소재이기 때문에, 의약품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기업이 CGT 개발에 필요한 세포배양배지를 확보할 울타리가 필요하다.

이의일 엑셀세라퓨틱스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의일 엑셀세라퓨틱스 대표가 처음부터 세포배양배지에 관심을 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건강 사회 건설’이 창업 정신인 한국야쿠르트(hy)에서 사회생활을 시작, 헬스케어 사업을 출범시키며 CGT를 포함한 첨단재생의료로 관심사를 넓혔다. 세포배양배지 사업에 제대로 뛰어들기로 결심한 것은 2015년 엑셀세라퓨틱스를 설립하면서다. 국내 기업·기관이 CGT의 제조 기반 기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상업화의 걸림돌(bottleneck)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엑셀세라퓨틱스는 법인 설립 3년여 만에 셀커를 개발, 세포를 대량 배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셀커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근거로 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안착한다는 목표다. 지난달 24~25일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고 오는 3~4일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1억2400만원, 영업손실은 87억600만원이다. 매출은 올해 35억원, 2025년 82억원, 2026년 118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셀커의 매출이 지난해부터 오르고 있어서다. 세포배양배지는 선택 이후 변경하기 쉽지 않아, 특정 기업의 제품을 연구개발(R&D) 단계에서부터 상업화 단계까지 계속 사용한다. 초기 단계에서 제품의 레퍼런스를 확보하면 매출이 확대되는 구조라는 뜻이다.

이 대표는 제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시험 작업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단계는 물론, 임상 단계의 여러 기업이 셀커를 세포배양배지로 채택하면서다. 최근에는 한 신약 개발 기업이 미국 등에서 진행하는 다국적 임상 3상에서 셀커를 세포배양배지로 사용키로 했다. 그는 “엑셀세라퓨틱스가 한 해 납품하는 세포배양배지의 매출 규모가 300억~400억원 수준”이라며 “세포배양배지는 제품을 쉽게 바꿀 수 없어서 임상에서 셀커를 사용한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 사실상 수천억원의 수주 계약으로 이어지는 셈”이라고 자신했다. 또, “엑셀세라퓨틱스의 목표는 이런 고객을 수십 곳으로 늘리는 것”이라며 “세포배양배지의 특징을 안다면 이해되는 사업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매출을 키우는 데 쏟는다. 수출을 확대해 매출을 일으킬 창구를 늘린다는 구상이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수출 총판 계약을 확장해 현재 10여 개 국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셀커를 수출할 국가는 30~40곳 정도인데, 산술적으로 30억원씩 공급한다 해도 수출 규모가 900억원 수준”이라며 “미국, 중국처럼 시장이 큰 국가는 물론, 아시아 지역 내 국가도 CGT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의약품 공정(CMC)에 투자를 많이 하는 국내 기업도 초기 단계에서 배지 부문 하나에 5억~10억을 쓴다”며 “그동안 쌓은 셀커의 레퍼런스로 해외 시장의 주요 기업·기관을 공략해 3~4곳의 고객사를 우선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이의일 엑셀세라퓨틱스 대표. [사진 신인섭 기자]
이 대표는 CGT 시장이 상업화 단계에 진입하기 직전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세포배양배지 제조 사업은 CGT 시장의 성장세에 달려있어서다. 실제 항체의약품 등에 사용되는 화학조성배지 제품은 항체의약품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1990년대부터 시장에 자리잡았다. 혈청배지와 무혈청배지 등 기존에 쓰이던 배지 제품을 대체한 것도 이때부터다. 현재는 항체의약품의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상업화 단계까지 화학조성배지가 활용된다. 이 대표는 “크고 작은 기업을 포함해 올해 50여 곳, 내년 300여 곳, 5년 내 1000여 곳으로 고객사를 늘릴 것”이라며 “이들 기업·기관이 프로젝트를 스케일업하면 엑셀세라퓨틱스의 매출도 계단식으로 성장하게 된다”고 했다.

핵심은 기업이나 기관이 CGT를 개발하며 화학조성배지를 사용할 수요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CGT 세포배양배지 시장의 패러다임도 화학조성배지로 전환되고 있어서다. 엑셀세라퓨틱스의 셀커는 재조합단백질과 화학조성물을 활용해서 바이러스 감염과 면역원성의 문제로부터도 자유롭다. 생산성도 좋다. 이 대표는 “화학조성배지는 기존 배지보다 가격이 2~3배 높지만, 수배에서 수십 배 정도 생산성이 높다”며 “세포 단위당 단가가 낮다는 뜻”이라고 했다. 또, “CGT 제조 원가에서 세포배양배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두 번째 정도”라며 “동물유래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화학조성배지를 적용하면 품질 관리 측면에서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동물 유래 세포를 사용하지 않아 혈청배지와 무혈청배지 등 다른 배지의 문제로부터도 자유롭다. 이 대표는 "혈청배지는 동물유래물질을 활용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과 면역원성의 문제가, 사람의 혈액을 활용한 무이종배지는 공급과 생산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스케일업을 앞둔 CGT 개발 기업이 세포배양배지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면 상업화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뜻이다. 특히 혈청배지는 8개월 정도 자란 소의 태아에서 500ml의 혈청을 얻기 때문에, 축산 농가 입장에서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 아니다. 사람의 혈청도 변화에 민감하고 대량으로 공급받기 어려워 대량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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