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현금 들고 있으면 낭패, 금투자 ETF로 해볼까
[금나와라 뚝딱] ②
묻지마 랠리?…금 현물 ETF에 개미 매수세 ↑
선물 투기적 순매수도 증가...가격 견인 이어져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전 모(34세)씨는 지난 5월 금 10돈(약 37.5g)을 팔아 쏠쏠한 재미를 봤다. 2021년 3월쯤 샀던 금 10돈 가격이 3년 새 270만원에서 377만원으로 불어난 것이다. 전 씨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화폐가치가 떨어져 실물자산인 금을 사뒀다”며 “지금도 금 투자를 시도할 생각이 있어 시세가 떨어지고 있는 틈을 타 금을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국내 금 시세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들어 주식, 가상자산, 금 등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자산 가격이 역사적 최고가를 경신하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장세가 강해지면서다. 개인투자자들도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 매수하면서 국내 금 현물 ETF 순자산 마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 배경에는 미국 경기 등 시장 변수보다 금 역시 최고가를 찍는다는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몰리는 수급 영향이 더 크다며 과열 우려를 제기했다.
6월 2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8월물 금 선물 가격은 2308.90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달러화 강세로 소폭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서만 11.35% 뛰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세기 들어 가장 크게 오른 자산은 금이라고 전했다. 2000년 말 대비 주요 자산 실적을 산출한 결과 금 선물 가격은 2000년 말 이후 8.5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주식 상승폭(6.5배) 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날 기준 국내 금 가격은 1g당 10만 3760원이다.
금은 대체투자(주식과 채권을 제외한 투자 방식) 수단 중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품목이다. 고대 시대부터 귀금속의 대명사로 통용된 데다 현재도 예물과 장신구 등으로 흔하게 쓰이고 있다. 전국 곳곳 금은방에서 실물 금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은행 및 증권사를 통한 비대면 금 투자 방법도 다양하다.
특히 최근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폐가치가 하락한 반면, 금은 올해 들어 가치가 급상승해 투자 매력이 더욱 부각되는 중이다. 이에 연초 이후 금 현물 ETF 수익률은 4.14%에 달한다.
“단기 차익 어려워 장기투자해야”
국내 금 현물 ETF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 금 현물’ ETF가 유일하다. 지난 5월 25일 기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ACE KRX금현물 ETF를 올해 411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상장 원자재 ETF 순매수 평균치(17억원)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총 79거래일 중 ACE KRX 금 현물 ETF를 72거래일 순매수하며 금현물 투자에 대한 관심을 이어왔다.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최근 1개월 일평균 거래량은 37만7374좌로 지난해 12월 평균치인 9만3990좌와 비교해 4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현물 ETF로 개미들의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퇴직연금에서 투자할 경우 매매차익 배당소득세(15.4%)가 부과되지 않고, 향후 퇴직연금으로 수령할 때 낮은 세율(3.3~5.5%)로 세금을 낼 수 있어 유리하다. ACE KRX 금 현물이 추종하는 KRX 금 현물 지수는 금 1㎏ 가격 수익률에서 보관비를 차감한 순수익률을 반영한 지수다. 원화환산지수이므로 달러 환율 성과가 반영된다.
이 외에도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각각 달러 하락 시 환손실 없이 금 성과만 추종할 수 있는 KODEX 골드 선물(H)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골드 선물(H)을 선물이자 환헤지 형식으로 출시했다 대신 환헤지 수수료가 연간 3~5%가량 발생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금 ETF로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게 장점이다. 또 해외 ETF인 만큼 자산 상황에 따라 국내 ETF보다 세금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꼽는 금의 진정한 가치는 안전하면서도 시세가 장기 우상향한다는 점이다. 금 수요 상승 요인으로는 이란·이스라엘 전쟁, 미국·중국의 무역 갈등, 부동산 시장 침체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화폐가치 하락, 자금시장 경색, 지정학적 리스크 등 거시경제에 악조건이 달릴 때, 오히려 금은 안전자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시세가 오른다.
다만 금이 단기 투자용은 아니며 오랜 시간 현금화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을 금값 변동성에 베팅해 수익을 얻고자하면 금 ETF에 투자하는 것이 적합하다"며 "하지만 금을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국제 금값은 환율에 영향을 받아 손해보거나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 ETF의 경우 주식과 펀드의 장점을 적절히 섞여 실시간 매수, 매도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매년 수수료가 발생하고, 역시 매매 차익의 15.4%가 세금으로 부과되는 만큼, 단기보단 장기적 투자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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