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안정화 목적 달성 못한 종부세…폐지 vs 유지, 의견 팽팽
[종부세 폐지 분수령]②
실패한 정책 평가 있지만 지역 불균형 해소 순기능도
尹 정부 부동산 정책도 오락가락 비판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종합부동산세 개편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폐지하자는 의견과 유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실패한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논의부터 이 정책을 없앨 경우 줄어드는 세수를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는 물음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종부세 실패에 대한 평가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당초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겠다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에서도 종부세를 강화하고 공시가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꾀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부담을 늘리자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몰리면서 서울과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더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주택에만 징벌적으로 과세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왜곡을 가져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종부세법을 보면 빌딩이나 상가 등 주택이 아닌 경우엔 종부세를 물리지 않는다. 건물 부속 토지의 경우 합산 공시가격이 80억원을 넘어야 과세 대상이 된다. 반면 주택은 일정 가격 이상인 경우 건물과 토지에 모두 과세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 제도 때문에 멀쩡한 주택을 용도 변경해 사무실이나 상가로 만들면서 서울에서 주택이 더 사라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며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종부세가 기존의 주택까지 사라지게 만드는 역효과를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종부세가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부과하는 일종의 부유세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가 기본 재산세를 걷으면서 고가 주택에 ‘추가’로 세금을 매긴다는 뜻이다. 이렇게 걷은 세금은 지자체로 분배해 지방정부 예산으로 쓰였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거둬들인 종부세 가운데 서울에서 나온 세액 비중은 46%에 달했다.
종부세의 순기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종부세가 지역 균형 발전에 필요한 재원으로 사용됐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가격 차이가 심한 경우 재산세가 해당 지역에만 쓰이면 양극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재산세)으로 도시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편리성을 높이면 해당 도시가 발전하는 순기능이 있는데, 이런 순기능이 서울로 집중되면 도시와 지방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종부세를 전면적으로 손보더라도 기본 재산세율을 올리는 등의 복합적인 세제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종부세) 완전 폐지보다는 재산세와 일원화하면서 누진율을 강화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조세재정연구원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8개 회원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조세연이 2021년 발표한 ‘주요국의 부동산 관련 세부담 비교, 조세재정 브리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보유세의 실효세율은 0.16%였다. 미국은 0.99%, 캐나다는 0.87%, 영국은 0.77%에 달했다. OECD 주요 8개 회원국 평균은 0.54% 수준이었다. 보유세‧종부세율 인상 등의 영향으로 일정 부분 보유세율이 높아졌음을 고려해도 선진국에 비해 보유세율 자체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약 종부세를 개편해 사실상 폐지한다면 대신 보유세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여기 있는 셈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규제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폐지는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가 사실상 똘똘한 한 채를 가지라고 주문한 것’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커 또다시 서울과 강남으로 수요가 몰리면 집값 폭등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가 1주택을 제외하고 한꺼번에 매물을 쏟아낼 경우 지방‧소형‧구축 주택부터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이때 부동산 가격 양극화는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다주택자가 사라지면 서울 등 부동산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 임대차 매물도 줄어들어 전월세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부동산 가격 꿈틀…오락가락 정부 정책 혼선
문제는 논의를 활성화하고 부동산 정책을 정리해야 할 정부가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을 펼치며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시행을 연기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을 받는 사람이 금리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출한도를 낮추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 2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기본 스트레스 금리의 25%를 적용하는 1단계 조치를 도입했다. 오는 7월부터는 은행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금리의 50%를 적용하는 2단계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2개월 연기했다. 주택 매수자들에게 ‘2개월 안에 충분한 대출을 받으라’는 신호로 해석될 경우 ‘영끌’ 매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 5월 25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11억7914만원으로 이전까지 최고점이었던 2022년 4월(11억 5778만원)을 넘어섰다. 아파트 거래 건수는 4818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았다는 사실은 부동산 매매 수요가 다시 몰리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려는 수요자들의 심리와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신생아특례대출 대상 확대로 매수세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세제 개편을 지켜봐야 하지만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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