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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종주국 韓’ 만든 네이버웹툰, 美 나스닥 성공적 안착…“고무적 성과”

미국 나스닥 거래 첫날 주가 9.5% 급등…기업가치 4조원 ‘껑충’
4400억원 이상 조달 가능…“기술 혁신 지원 인재 채용에 투자”
‘평사원 신화’ 김준구 대표 “아시아 디즈니 목표, 절반 넘게 달성”

웹툰엔터테인먼트 상장 기념 타종 행사에 참석한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창업자 겸 CEO(왼쪽 아홉 번째),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왼쪽 열번째), 최수연 네이버 대표(왼쪽 여섯번째)가 관계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웹툰]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네이버 자회사이자 네이버웹툰 본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WEBTOON Entertainment)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 상장 첫날인 27일(현지시간) 주가는 9.5% 오른 2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기업공개(IPO) 대상인 1500만주에 대한 공모가는 희망 범위 최상단인 21달러로 책정된 바 있다. 공모가 기준 기업 가치는 26억7000만 달러(약 3조7000억원)다. 첫 거래일 종가인 주당 23달러를 적용하면 하루 만에 기업가치가 약 29억 달러(약 4조원)로 껑충 뛰었다.

회사는 이번 상장을 통해 3억1500만 달러(약 4400억원) 이상의 금액을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나스닥 개장 초반 주가가 14%까지 오르기도 했다. 종목코드는 ‘WBTN’이다.

네이버는 웹툰엔터테인먼트 지분 63.4%를 보유했다. 상장 완료 후에도 지배주주로서 이사 선임 권한을 지닌다. 지분 24.7%를 가진 일본 기업 라인야후(LY 코퍼레이션)도 주요 주주사에 계속 이름을 올린다.

한국은 출판물을 통해 가로로 읽던 만화를 2000년대 초반 세로형으로 바꿔 온라인에서 유통했다. 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엔 ‘웹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만화의 ‘세로형 온라인’ 변화는 콘텐츠 확산이 가속하는 직접적 요인이 됐다.

네이버웹툰은 2005년 1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뒤 웹툰 특유의 확장성에 기반해 사업 외연을 꾸준히 세계로 확장해 왔다. 회사는 2014년부터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했고, 현재는 이 분야 1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웹툰이란 단어도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진출 전략에 따라 세계에서 통용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이 웹툰 종주국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런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상장 첫날 현지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는 점을 두고 ‘한국 플랫폼·콘텐츠 산업의 고무적 성과’란 평가가 나온다.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 네이버웹툰]

“아시아 디즈니 목표, 절반 달성”

이날 웹툰엔터테인먼트 상장 기념 타종 행사에는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참석했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내는 서한에 자신을 웹툰엔터테인먼트 창업자(Founder) 겸 최고경영자라고 소개했다. 모회사인 네이버에서 그의 입지를 얼마나 인정해 주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의 나스닥 사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나스닥 상장은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새로운 챕터의 시작이며, 이는 창작자 임직원들의 수고와 헌신으로 가능했다”며 “디지털 스토리텔링 시장의 글로벌 리더로 입지를 강화하며 성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회사를 아시아의 디즈니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계획 기간이 36년이었다”며 “이제 20년이 지났으니 목표까지 절반 조금 넘게 지나왔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번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기술 강화’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그는 “(IPO로 확보한 자금은) 기술 혁신을 지원하는 인재 채용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할 것”이라며 “북미에서의 플랫폼 확장과 광고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분야에도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예정”이라며 “풍부한 지식재산권(IP)이 나올 수 있도록 개인 창작자에게 문을 열고 다양성을 무기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네이버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신생 서비스였던 웹툰을 키우고, 20년 만에 미국 상장사 CEO 자리에 오르게 됐다. 김 대표는 “웹툰 서비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떤 만화학과 교수님이 내게 전화해 ‘웹툰 작가가 무슨 만화가냐. 앞으로 인터뷰할 때 만화가란 말 못 쓰게 하라’라고 한 적이 있었다”며 “그 일이 제가 이를 악물고 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20년간 웹툰 산업을 이끌어 온 김 대표가 이번 상장에 따라 얻게 되는 금전적 보상액은 9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김 대표는 상장 완료를 조건으로 회사 보통주 1만4815주에 대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부여받았다. 오는 7월에는 현금 보너스 3000만 달러(약 418억원)를 받는다. 여기에 더해 웹툰엔터테인먼트 주식 346만1670주를 주당 11.04달러에 살 수 있는 옵션도 보유하고 있다. 공모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미실현 시세 차익만 약 3448만 달러(약 479억원)에 달한다. 주가가 상승하면 해당 수익은 더욱 높아지는 구조다. RSU를 제외하더라도 900억원 상당의 보상이 주어지는 셈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 이사진. (왼쪽부터) 김효정 CPO, 손혜은 CDO, 김용수 CSO, 김준구 창업자 겸 CEO, 데이비드 COO&CFO, 박찬규 CTO. [사진 네이버웹툰]

작가와 함께 성장한 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은 올해 1분기 기준 150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1억7000만명이고 이 중에서 85%가 해외서 접속한다. 800만명이 달마다 결제를 진행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12월 31일 기준 네이버웹툰 글로벌 플랫폼에서 활약하는 창작자 수는 24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써낸 이야기는 ▲100편 이상의 영화·드라마 ▲200편 이상의 책 ▲70개 이상의 게임 ▲1100만개 이상의 기획상품(MD)으로 재탄생했다. 현재 웹툰엔터테인먼트에서 연재되는 작품은 약 5500만 편에 달한다.

회사의 연간 매출은 2022년 10억7940만 달러(약 1조5000억원)에서 2023년 12억8270만 달러(약 1조7820억원)로 성장했다. 순손실은 2022년 1억3250만 달러(약 1840억원), 2023년 1억4480만 달러(약 2010억원)를 각각 기록했다. 다만 실질적 현금 창출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조정 상각전영업이익(Adjusted EBITDA)은 2022년 7820만 달러(약 1080억원) 적자에서 2023년 1170만 달러(약 160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회사는 매출 창출 방식을 크게 ▲유료 콘텐츠 ▲광고 ▲IP 사업으로 구분하고 있다. 2023년 전체 매출 중 80.2%에 해당하는 10억2900만 달러(약 1조4200억원)가 유료 콘텐츠에서 나왔다. 이는 전년 대비 20.8% 상승한 수치다. 2023년 IP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31.4% 성장한 1억830만 달러(약 1500억원)로 집계됐다.

회사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창작자에게 지급한 금액은 28억 달러(약 3조8900억원) 이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창작자 전체의 연간 평균 수익은 4만8000 달러(약 6667만원)이고, 상위 100명의 연간 평균치는 100만 달러(약 14억원)로 집계됐다. 네이버웹툰이 얼마나 방대한 생태계를 구축했는지, 또 창작자 상생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웹툰 1세대’로 불리는 (왼쪽부터)김규삼·손제호·조석 작가가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빌딩에서 현지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나스닥 상장을 기념해 현지에서 ‘웹툰 1세대’로 불리는 조석·김규삼·손제호 작가의 특파원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조 작가는 “마치 네이버웹툰이 성공했을 때를 가정한 시트콤을 찍고 있는 것 같다. 제가 다 한 것은 아니지만 뿌듯하고 신기하다”며 “예전에는 만화를 잘 그리면 만화가가 되고, 잘 못 그리면 웹툰 작가가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 지금은 많은 학생이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데, 그것만으로도 많은 변화를 느낀다”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이거 꿈이나 트루먼 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20대를 바쳤던 만화가의 길을 포기하고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때, 네이버에서 연락받고 당시 분당 정자동 사옥에 갔는데 당시 사원인 김준구 대표가 사원증을 목에 걸고 걸어오던 장면이 생각난다”고 했다.

손 작가는 “요즘에는 내가 모르는 언어를 쓰는 팬이 ‘작품 잘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오곤 한다”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연락받다 보면 작가로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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